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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장재현 감독은 왜 '험한 것'을 '파묘'했을까



영화

    [EN:터뷰]장재현 감독은 왜 '험한 것'을 '파묘'했을까

    핵심요약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 <상>
    '파묘'에 대한 궁금증에 답하다 - 소재와 설정 편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 ㈜쇼박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단 두 편으로 '오컬트 장인'이란 수식어를 얻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개봉 전부터 오컬트 팬을 비롯한 예비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서울의 봄'을 넘어서는 흥행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장재현 감독의 어릴 적 기억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실제 묘를 파고, 이장하는 장면과 당시의 공기가 뇌리에 깊게 남은 장 감독은 그날의 기억을 이야기로 만들기 시작했다.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이란 의미의 파묘에서 장 감독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상처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파묘'에 대한 정의를 덧댔다. 오컬트 장르를 미스터리 추리물의 구조로 축조해 '오컬트 장인'답게 한국적인 오컬트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재현 감독은 '파묘'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친 과정과 어떻게 민족적인 소재를 오컬트에 담아냈는지, 그리고 일본 오컬트물에 관한 자신의 관심과 지식이 어떻게 '파묘'로 이어졌는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감독은 무엇을 '파묘'하고자 했나

     
    ▷ 어린 시절 경험한 파묘(破墓)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일본이 조선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행했다고 알려진 쇠말뚝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 시골 뒷산에 있는 무덤에 올라가서 놀고 그랬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와서 제사를 지내고 무속인이 와서 굿도 하고 관을 이장(移葬)했다. 그때 정말 오래된 관을 꺼내는데, 뭐가 나올까 궁금했다. 거기서 오는 호기심과 두려움 등 복합적인 감정, 당시 맡았던 흙냄새와 나무 썩은 냄새 등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서 영화 이야기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풍수 지리사, 장의사, 무속인 등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했다. 내가 실제 15번 차례 파묘하는 걸 봤는데, 하루는 상주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급하게 이장한다고 하더라. 근처 수로 공사를 잘못해서 물이 들어왔는지, 구슬비가 내리는데 급하게 관을 열어 화장하더라.
     
    그걸 보니 파묘의 근원에는 뭔가 오래된, 잘못된 과거를 꺼내서 소멸시킨다는 정서가 있더라. 그리고 그러한 정서에서 발전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았던 우리나라 역사를 파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이야기를 잡아 만들었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 영화는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지면서 동시에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간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작가의 목적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로서 이야기의 구조도 허리를 끊고 싶었다. 그래서 정확하게 영화의 구조 또한 허리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라고 하면 다른 이야기지만, 실제 첫 번째 관이 위장이다. 영화의 앞뒤를 연결해 주는 말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다. 앞의 관은 위장이고, 그 뒤에 나온 게 진짜다. 그래서 나도 앞의 이야기 반은 위장처럼 했기에 끊고 다 해결된 것처럼 안도감을 주고 싶었다.
     
    당연히 (후반부에서)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구조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파묘'는 이러한 구조가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이를 지켜준 투자사 분들에게 고맙다. (웃음)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음흉한 공포영화가 재밌는 공포영화로 발전한 배경

     
    ▷ '검은 사제들'의 캐릭터성이 강한 부분과 '사바하'의 어느 정도 매니악한 부분 사이에 놓인 것이 '파묘'인 것 같다. '파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는 과정에서 영화적인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검은 사제들' 때는 맨날 '캐릭터만 있고 왜 이야기가 없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바하'는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 않냐' '왜 드라마 6부작 이야기를 2시간에 집어넣었냐' '캐릭터가 많이 손해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나의 감독관은 '발전'이다. 위험하지만 같은 걸 또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계속 발전하고 싶다. 영화가 재밌었다는 소리보다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기분 좋다. 나도 매일매일 발전하려고 하다 보니 (영화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 같다. (웃음) 아무튼, 그래서 그런 장단점을 학습한 거다. 의도했다기보다 학습이 되더라.
     
    ▷ '파묘'는 '사바하'보다는 캐주얼하고 대중친화적인 오컬트로 느껴진다. 지금의 톤앤매너는 어떻게 결정한 것인가?
     
    사실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은 이 이야기를 되게 음흉한 공포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코로나19가 터졌다. 극장이 망할까봐 맨날 마스크 쓰고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오는 데 (극장이) 싸늘하더라. 극장은 이래선 안 되지 싶었다. 극장에서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화끈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주인공도 바뀌었다. 원래 공포영화는 의뢰인 박지용(김재철)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래야 무서운 영화가 된다. 그래서 공포영화로 접근하진 않고, 주인공을 전문가로 바꾸고 힘 있는 이야기로 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내가 은근히 공포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다. (웃음) 실제로 거의 몇몇 부분만 호러적인 요소를 넣었지, 사실 귀신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험한 것'이 세상에 나타났다

     
    ▷ 실제로 '파묘' 초반 귀신들은 창문에 비치거나 흐릿하게 나오고 선명하게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보니까 귀신을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더라. 그래서 전 세계 심령사진을 다 찾아봤다. 거기서 딱 답을 얻은 게 '귀신은 찍는 게 아니구나. 찍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찍히는 것처럼 찍었다. 반면에 뒤에 '험한 것'이 나오는데, 그건 정반대로 접근했다.
     
    ▷ 후반부에는 '험한 것'의 모습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데,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비주얼이다. 그래서 그런지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난 사실 일본 문화, 일본 만화책과 소설을 엄청 좋아한다. '험한 것'은 옆 나라 국가대표다. 일본에서는 되게 전형적인 거라 초빙해 왔다. 그런데 많이 불편하신 분들은 '크리처물'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런 존재다. 그건 실존하는 것이다. 우리가 뱀파이어를 심령사진처럼 만들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오히려 베를린에서는 동양의 뱀파이어로 알더라. 그냥 이물감 없이 받아들인 거다. 심지어 10, 20대는 이질감이 없더라. 사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실제 그런 존재니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험한 것'은 대사도 엄청 많다. 대사는 물론 보자마자 느낄 수 있는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빌런보다 빌런과 싸워온 사람이 기억에 남는 영화다. 그래서 그런 고군분투한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 '험한 것'을 일본에서 초빙해 왔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 흥미로운 지점은 '험한 것'을 쇠말뚝처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
     
    상상한 거다. 그게 일본에 있는 애니미즘(자연물에 신격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험한 것'은 물체와 혼이 섞여 된 존재다. 거기에 나는 무력, 전쟁광 등의 상징성을 생각했고, 그래서 '칼'이 좋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칼로 된 정령으로 생각해 접근했다. 그 상징을 쓴 순간, 그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존재 자체가 캐릭터인 거라고 생각한 거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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