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연합뉴스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군 최고수장이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조만간 경질될 예정이라고 CNN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지난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집무실 회의에 불려가 해임 통보를 받았으며 며칠 안으로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한 가장 큰 군사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직접 사퇴를 권고했지만 잘루즈니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다른 직책'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새 직책을 거부했다고 해서 현직에서 물러난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 청산을 이유로 전국 병무청장들을 전원 해임한 조처에 공개 불만을 제기했고 이후 불화설이 계속됐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 대반격 평가에 대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대반격은 충분히 성공적이지 않다"고 평가했고 11월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을 통해서는 전쟁이 "교착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잠재적인 정적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하면 잠재적인 정적을 없애려는 시도로 일각에선 해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철의 장군'으로 불리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키이우사회학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우크라 국민 88%가 그를 지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은 62%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계엄령으로 모든 선거가 유예됐다. 오는 3월 대선이 치러질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월 대선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은 그의 통치 능력 입증을 위해 예정대로 선거를 치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사실은 젤렌스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정계에 입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그의 부인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다우닝가에 해당하는 반코바에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비공식 페이스북 게시물은 정치에 뜻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