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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아이들 '와이프' 선정적 가사, 지켜봐야 한다?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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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아이들 '와이프' 선정적 가사, 지켜봐야 한다? 글쎄요

    22일 공개된 (여자)아이들 '와이프' 뮤직비디오 캡처22일 공개된 (여자)아이들 '와이프' 뮤직비디오 캡처그룹 (여자)아이들((G)I-DLE) 멤버는 미성년자가 아니라 전원 성인이다. 어떤 소재로 노래를 만들고 부를 자유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상처 주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거나 대중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합의가 내포돼 있다.

    두 번째 정규앨범 '2'의 수록곡인 '와이프'(Wife)가 지난 22일 0시 베일을 벗었다. 다 같이 형광 하늘색 가발을 쓰고 흰색과 연한 민트색 의상을 맞춰 입은 (여자)아이들은 발랄한 얼굴로 노래한다. '위에 체리도 따먹어줘/조심스레 키스하고 과감하게 먹어치워/어떤지 맛 표현도 들려 보여줘' '배웠으면 이제 너도 한번 올라타 봐/만약 잘한다면 멋진 노래도 부르고/물 만난 인어처럼 예쁜 춤도 춰줄 거야/만약에 잘한다면 나도 배도 부르고/기분 좋으니까 깊숙이 더 삼켜버릴 거야'라고.

    영어 가사로는 '코코로코' 맛이 나는 크림수프를 만들고, 너의 방을 청소해서 반짝이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아마 네 아내가 그렇게 해 주길 바라겠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다'라던 화자는 '널 기분 좋게, 거짓말처럼 느끼게 해 주겠다'라면서도 돌연 '근데 난 그걸 원하지 않아'라고 한다. 화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곡의 제목인 '와이프'일 것이라는 추측에 가장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뮤직비디오 공개 후 청자(리스너)가 가사를 '듣고'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선정적인 가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경우도 있었으나, 노골적인 가사의 질, 즉 표현의 '정도'를 문제 삼는 반응이 컸다. (여자)아이들이 미성년자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가사를 쓸 때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반론도 나왔다. (여자)아이들은 '톰보이'(TOMBOY)로 '누드'(Nxde) 등을 통해 전한 메시지가 있는 그룹이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남편을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는 '전통적'인 아내의 모습을 묘사한 데는 아마도 '반전'을 위한 바탕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톰보이'에서 아이들은 "사랑 그깟 거 따위"로는 "내 몸에 상처 하나도 어림없지"라며 "네가 금발의 바비인형을 원한다 해도, 여기 그런 건 없고 난 인형이 아니"고 "그저 아이들"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그 누구도, 어떤 기준도 나를 맞출 수 없다. 나는 나일 뿐이다'라는 곡 소개 글은 데뷔 때부터 이어져 온 (여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누드'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마릴린 먼로에서 힌트를 얻은 금발의 캐릭터를 뮤직비디오에 등장시켜 "야한 작품을 기대"했다 해도 "그딴 건 없"다며 "다신 사랑받지 못한대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변태는 너야"라는 가사로 '너'를 외설스러운 시선을 지닌 존재로 규정한다. 곡의 주제와 방향성을 잘 녹인 뮤직비디오는 메시지 전달 효과를 높였고, 신랄한 풍자가 담겨 호평받았다.

    아직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Super Lady)를 비롯해 정규앨범 전체가 발매되지 않았고, 그간 (여자)아이들의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했으니 이번에도 '기다려봐야 한다'라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전에 낸 '퀸카'(Queencard)부터 얕은 주제 의식을 꼬집는 반응이 나온 게 사실이다.

    (여자)아이들의 '누드' 콘셉트 사진. (여자)아이들 공식 페이스북(여자)아이들의 '누드' 콘셉트 사진. (여자)아이들 공식 페이스북'퀸카'라는 용어부터 예스러운데, 뮤직비디오에서도 '자기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물(전소연)이 화려한 미모를 과시하는 타인들(나머지 멤버들)을 동경하며 마치 그들처럼 당당한 태도를 취했더니 현실의 고민을 해소한 듯한 이야기를 다뤄 메시지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요지였다.

    타이틀곡 '퀸카'를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닫는다.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자)아이들이 정의하는 '퀸카 (Queencard)'가 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작 노래 가사에는 "월화수목금토일 미모가 쉬지를 않네/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부셔 빛이 나네/오 저기 언니야들 내 패션을 따라 하네/아름다운 여자의 하루는 다 아름답네" 자꾸 예뻐져 거울 속 너" 등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퀸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외모지상주의에 집중한 가사로 '나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구시대적인 편견이 담긴 아내의 역할을 나열하는 '와이프'의 가사가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 또는 다른 수록곡, 혹은 정규앨범 '2'에서 '진짜 전하려는 메시지'를 위한 연막이자 장치일 수도 있다. 창작물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논쟁이 오가는 것은 발전을 위한 건강한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런데, 노래 한 곡만으로 완결성을 띨 수는 없는 걸까. 꼭 '진짜'를 위해 부차적인 존재가 필요한 걸까. 어떤 것과 함께 봐야만 의미를 지니고 풍부한 맥락을 갖게 된다면, '사실은 이래서 이렇다'라며 적극적인 '선의의 해석'이 붙어야만 정당성을 갖고 받아들여진다면, 그 또한 해당 창작물이 지닌 한계가 아닐까. '성행위'나 '섹슈얼리티'(sexuality, 성·성에 대한 관심·성 표현 등을 모두 이름)를 주제로 했을 때 유난히 '표현의 자유'니 '해방' 등의 개념이 소환되는지 궁금하다.

    공개 직후부터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여자)아이들의 신곡 '와이프'는 KBS 가요 심의(1월 24일 기준)에서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된 가사"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각종 음원 사이트에 공식 가사가 등록돼 있지도 않다.

    CBS노컷뉴스는 24일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 △KBS 심의 부적격 판정 이후 '와이프' 가사 수정 계획이 있는지 △이 판정 이전에도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작사가인 전소연과 소속사의 입장은 없는지 △음원 공개 이후에도 정식 가사가 등록되지 않은 건 이례적인데 이유가 무엇인지를 문의했으나 '드릴 수 있는 답이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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