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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로 뒤덮인 경복궁 담벼락…모방범죄 또 나올라



사건/사고

    '낙서'로 뒤덮인 경복궁 담벼락…모방범죄 또 나올라

    추운 날씨에도 구슬땀…복구 작업 한창인 문화재 보존 전문가들
    경복궁 찾은 시민들, "분명히 따라하는 사람들 생겨…안 했으면 좋겠다" 분노
    "연구 목적·정치적 메시지도 아닌 '낙서', 명백한 테러행위" 비판 쏟아져
    실제로 모방범죄 등장…모방범 20대 남성, 경찰에 자진 출석
    전문가들 "당장 처벌 수위 높이기보다 경각심 키워야" 지적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 복구 작업 현장에서 방균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서로 상의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 복구 작업 현장에서 방균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서로 상의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돼 문화재청이 복구 작업에 나선 가운데,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주변. 추운 날씨에도 흰색 방균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담벼락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낙서된 담벼락을 가린 철제 비계와 가림막 틈새로 망치 두드리는 소리와 기계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담길을 가득 메웠다.
     
    해가 저무는 오후 5시쯤부터 투명 고글을 낀 작업자들이 작업장에서 컴프레서를 꺼내 인근에 주차된 트럭으로 옮겨놓기 시작했다. 컴프레서로 압축한 공기는 복구 작업에 사용된 시너 성분을 없애려 스팀을 벽면으로 분사할 때 사용된다.
     
    한 작업자는 "오늘 언제까지 복구 작업을 할지는 잘 모른다. 복구 작업을 지원하라고 해서 나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 따르면, 담벼락 복구 작업은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복구 현장에서는 도드락망치를 이용해 담벼락 면을 곱게 다듬어 낙서를 지우거나 시너를 솔에 묻혀 낙서를 지워 초벌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 통행로가 충분히 확보된 구간에서는 모래로 벽면을 두들겨 표면을 벗겨내는 샌드 블래스팅(sandblasting)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초벌작업이 끝나는 대로 레이저를 벽면에 쏘아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낙서까지 제거할 예정이다. 레이저 세척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낙서 자국과 주변 담벼락 색깔을 맞추는 도색 작업을 진행한다.

    경복궁 담벼락 복구 사업에 사용되는 컴프레서. 양형욱 기자경복궁 담벼락 복구 사업에 사용되는 컴프레서. 양형욱 기자
    이날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문화재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신재환(25)씨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건축물에 불법 영화 사이트를 홍보하려고 낙서를 하니까 마음이 아프고 심각하게 처벌해야 될 필요가 있다"며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인우(30)씨는 "날이 추워서 작업자 분들이 더 고생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빨리 복구해줬으면 좋겠다"며 "이것을 보고 분명히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낙서 내용에 학술적, 정치적인 메시지가 깔리지도 않았고, 범행 동기조차 알 수 없는 명백한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한 문화재 발굴조사 전문가는 "지금 벌어지는 사건과 유물에 낙서가 적혀 있는 상황을 똑같이 놓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의 작업자들이 유물을 만들면서 숫자를 세기 위해 표식을 해놓기도 하지만 그것(낙서 범행)은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 연구 대상이지 낙서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대 강성현 역사사회학과 교수는 "당시 불온하다고 낙인 찍혔지만 사실은 체제 질서에 저항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저항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봤어도 지정문화재에 목적조차 불분명한 낙서는 문화재 훼손이다"라며 "만약에 벌금형으로 사건이 끝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낙서를) 따라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18일 오후 경찰 순찰차가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양형욱 기자18일 오후 경찰 순찰차가 경복궁 영추문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양형욱 기자
    실제로 담벼락 낙서 사건을 모방한 범죄는 이미 발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에 낙서가 추가됐다는 신고를 접수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수사망이 좁혀오자 피의자는 다음 날 오후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모방범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한 한편, 경찰은 최초 범행 용의자를 계속해서 쫓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상황을 공유하며 "토요일부터 어제까지 추적 작업을 하고 있고, 주말에는 압수수색 영장 등 집행이 어려워 시간이 걸렸지만 금명간(오늘이나 내일 사이) 두 건 모두 특정해서 검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에게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문화재 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당장 높이기보다 문화재 보호에 대해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크게 논란이 되고 모방 범죄도 있었기 때문에 사법당국이 법 집행을 엄중히 하겠다는 메시지는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문화재 보호는 정부가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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