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낙연·김부겸 전 총리. 황진환 기자·박종민기자·연합뉴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하며 이른바 '3총리 연대'를 끊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적절한 시점에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를 만날 계획"이라며 "이 대표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해 통합을 중시한다는 한결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두 전직 총리 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를 방문한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의 주요한 분들과 누구든 만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과 자신을 향한 이 전 대표의 쓴소리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당내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전 대표 측에 제2의 '명낙회동'을 제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이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신당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자, 이 대표도 결국 노선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10일 '신당 창당 준비' 질문에 "오리가 물 위에 떠 있는 것만 보는데 물밑에선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 일을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날에는 민주당을 탈당했던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회동하기도 했다.
결국 이 전 대표가 결국 통합을 요구하는 이 대표의 손길을 거부한 만큼, 이 대표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정치공학적 이유로 전직 총리들을 만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당의 여러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고민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구체적으로 이 대표가 두 전직 총리를 만나려는 것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3총리 연대설'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거물급 인사들이 연쇄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연대가 향후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실제 연대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성사된다면 향후 공천 상황에 따라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일부 비명계(혁신계) 의원들이 탈당까지 암시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당내 모임 '원칙과상식'은 10일 대규모 토론회를 열고 탈당·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민 의원은 "올해 연말까지 민주당이 신당이 되는 길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추후 방향에 대해) 여러분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움직임에 맞춰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날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김민석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낙준연대'가 아니라 '낙석연대' 같다"며 "총선 시기에 모이는 일시적인 이합집산을 안정적인 한국 정치 발전의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장경태 의원도 인터뷰에서 "지금 많은 신당과 연대 논의들은 지역구 출마냐, 소위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냐로 봤을 때 후자에 가깝다"며 "정치적 사상과 목표가 아닌 정치적 셈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