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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갑질? 협력업체에 156억 손배 청구 논란



부산

    대기업 갑질? 협력업체에 156억 손배 청구 논란

    핵심요약

    LNG선박 비파괴검사 중 사고, HGS 156억 배상 요구
    삼영검사, HGS 대기업 우월적 지위 이용한 '갑질'
    HGS, 삼영 측 과실 인정 구상권 청구 당연한 절차

    현대글로벌서비스 홈페이지 캡처현대글로벌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HD현대중공업그룹 선박 사업의 보증 서비스를 대행하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HGS)가 협력업체에 156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협력업체는 HGS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용역 대금의 125배 규모로 외국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고, 대기업인 HGS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책임을 전적으로 협력업체에 떠넘기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HGS는 협력업체 측이 과실을 인정한 만큼, 손해를 입은 부분의 구상권 청구는 당연한 절차라고 맞서고 있다.


     HGS, 협력업체에 용역 125배 달하는 156억 배상소송 제기


    7일, 부산CBS 취재를 종합하면 HGS는 협력업체인 삼영검사엔지니어링에 156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영검사는 조선, 플랜트 등 제품과 구조물의 안전성 검사를 하는 비파괴검사 전문 업체로 지난해 기준 매출 200억 원의 중소기업이다.
     
    앞서, 삼영검사는 2021년 6월 HGS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리·검사 용역 위탁계약을 맺었다. 용역비는 1억 4천만 원.

    HGS는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LNG 선박 무상 보증 수리·검사 용역을 위탁받은 뒤 삼영검사에 재위탁했다. 삼영 측은 그해 7월, 카타르 현지에서 해당 선박(마란가스 아가멤논 S690호)에 LNG를 담는 탱크 4개 중 3번 탱크의 화물창 누설검사를 진행했다.

    검사가 한창 진행 중인 9월, 삼영검사 검사원이 검사 도중 화물창 방벽 사이 공간에 질소를 과다하게 주입해 화물창 변형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HGS 측은 선박 화물창 교환과 수리, 배 운항을 하지 못한 손실 등의 책임을 물어 삼영 측에 15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타협을 통한 조정회부를 내렸고, 삼영검사는 손배액 20억 원을 제시했지만, HGS는 기존 청구 금액 156억 원에서 5억을 감액한 150억을 요구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4월, 결국 조정이 불성립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영, 업계 관행 벗어난 거액 소송 '대기업 횡포' 주장


    삼영 측은 HGS가 제기한 거액의 소송이 업계 관행을 벗어난 '횡포'라고 주장한다.

    소송액 156억 원은 당초 계약한 용역 금액의 125배에 달하는 액수로 대기업인 HGS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책임을 전적으로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조치라는 것이다.

    삼영검사가 '갑질'로 제시하는 근거는 이렇다.

    삼영검사는 HGS 측이 계약서 외 업무를 무상으로 요구하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당초 계약서상 삼영검사는 3번 화물창 검사, 수리였지만, HGS 측이 카타르 현지에서 4번 화물창도 추가로 검사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HGS 측은 추가 업무에 대한 계약서, 발주서도 작성하지 않아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삼영 측은 밝혔다. HGS 측이 무상으로 추가 업무를 해달라고 요구해 '을' 입장인 삼영검사는 이를 거부하지 못했고, 추가 업무로 사전 계획한 검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 사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또, 원청인 HGS 측의 관리·감독 부실이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LNG선박 화물창 수리와 검사는 사고 위험이 높고, 사고 발생 때 경제적 손실이 크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해 원청에서 현장에 전문 엔지니어를 보내는 것이 관행이다.

    삼영검사는 2018~2020년까지 해외 선박검사 업무를 할 때, 당시 현대삼호중공업 소속 전문 엔지니어 2~4명이 현장 관리자로 참여해 검사 데이터값을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맡았지만, 이번 사고 때는 업무 전문성이 없는 연락 업무를 맡는 행정인력 1명만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HGS는 책임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때 손해가 큰 만큼 원청은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게 통상적 관행이다. 2021년 10월 진행된 사고 처리 협의 회의록에 따르면 HGS 측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 최고경영층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는 내용이 언급됐다고 삼영 측은 주장했다.

    삼영 측은 사고 원인 조사, 손배액 협상 절차에서 배제돼 청구 금액 156억 원이 어떻게 나온 배상액인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사고 직후 업체는 사고 과실을 인정하고 선주와 직접 합의하길 희망했지만, HGS 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HGS는 삼영검사를 배제한 채 선주와 배상 협의를 진행해 156억 원을 도출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 홈페이지 캡처현대글로벌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이 과정에서 삼영검사는 HGS 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HGS는 사고 직후부터 "과실을 인정하고 수리 비용, 수리 기간 선주 측이 입는 운항손실을 배상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종용했지만, 삼영 측은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합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HGS 측은 삼영이 갖고 있는 부동산 가압류 신청, 삼영검사에 대한 보증수리 검사 용역 발주를 전면 중단했다.

    삼영검사는 10여 년간 현대삼호중공업 내에 출장소를 두고 인력 40여 명을 상주시켜 누설검사를 해왔지만, 일감을 잃게 돼 60년 역사를 접고, 경영을 접을 위기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삼영검사 측은 "HGS가 전문인력 파견과 책임보험 가입 등 원청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한 점은 손배액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모든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한 처사이자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삼영검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업체 간의 뿌리 깊은 갑을 관계를 바로잡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HGS, 삼영 측 과실 인정 "정당한 손해배상 청구" 절차 맞서


    반면, HGS 측은 책임 전가가 아닌 정당한 손해배상 청구라는 입장이다.

    HGS 관계자는 "선박 보증수리를 위해 삼영검사에 LNG 화물창 검사를 맡겼지만, 삼영검사의 과실로 화물창에 심각한 파손이 발생했다"며 "이번 소송은 선주사에 배상한 운항 손실 비용과 수리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HGS 측은 삼영검사가 법정에서 과실을 인정해 놓고, 외부에서는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HGS는 계약 외 추가 업무 지시에 대해 "4번 화물창 수리는 선주사와 삼영검사가 직접 계약한 것"이라며 HGS는 계약 외 업무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관리·감독할 전문인력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화물창 검사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업체 GTT의 인증을 받은 전문업체만 관여할 수 있다"며 "HGS가 파견한 인력은 공정 관리라 목적이어서 검사 업무와 상관이 없다"고 맞섰다.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HGS 측은 "사고원인 제공자가 보험에 드는 것이 상식이다. 삼영 측이 들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손해배상액 측정 과정에 삼영측을 배제했다는 주장은 "삼영검사가 큰 사고를 발생해 놓고 사고 수습 초기단계부터 책임 회피, 핵심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며 "과실을 은폐하려는 정황 탓에 신뢰할 수 없어 소송단계까지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HGS가 삼영검사에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업계 관행, 외국사례를 비춰봐도 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외국계 비파괴검사업체의 경우 검사 용역 도중 발생한 손해에 대한 검사업체의 배상 책임을 일정 한도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자체 표준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비파괴검사는 선박, 철도, 기계 장비 등 정밀한 산업 기기가 대상이어서 검사 용역 과정에서 손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고, 그 액수가 상당한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계 비파괴검사 업체인 '뷰로베리타스 씨피에스 코리아'는 "사고 발생 때 청구 금액은 용역 대가로 회사가 지급받은 대금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뷰로베리타스 컨수머 프로덕트 서비스 코리아 리미티드'는 "최대한도는 고객이 지급한 대가의 150%로 제한한다"고 규정한다.

    다른 외국계 회사인 '한국에스지에스'는 "지급된 대금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미화 2만 달러 중 적은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두고 있고, '티유브이 슈드 코리아'는 "고객에게 실제 수령한 기성 대금 혹은 재산 손해의 경우 100만 유로 경제적 손실인 경우 50만 유로 중 적은 액수를 초과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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