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제공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중국 측이 밝혔다. 미국은 시 주석의 APEC 참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류 공동운명체 건설 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에 참석 관련한 질문에 "중국은 책임을 지는 국가로, 우리는 중국이 참여하는 중요한 다자회의에 결석(불참)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PEC 일정에 관해 우리는 각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적절한 때에 정식으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개최국인 미국과도 협의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 주임은 이어 "다자외교는 중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와 인류 공동운명체 추진의 중요한 기반으로, 당연히 정상외교의 중요한 플랫폼이기도 하다"며 "시진핑 주석은 다자외교를 고도로 중시하고,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발휘하는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측은 개최국인 미국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는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층위가 높고 영역이 넓으며 영향력 있는 경제 협력 메커니즘이며, 올해 연말 열릴 예정인 제30차 비공식 정상회의는 협력을 촉진하는 대무대여야지 대결을 부추기는 각축장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다른 당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최국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개방·공평·포용·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회의의 순조로운 개최에 더 나은 조건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왕 주임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미국을 향해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시 주석의 APEC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4명의 장관급 인사를 중국에 보내 대화를 이어간 것도 중국과의 소통채널 복원과 함께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