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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류승완 감독이 본 '밀수' 속 배우들의 빛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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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류승완 감독이 본 '밀수' 속 배우들의 빛나던 순간

    류승완 감독과 함께한 '알쓸밀잡'(알아두면 (아마도) 쓸 데 있는 '밀수' 잡학사전)

    <하> '밀수'를 완성한 배우들과 감동의 순간들

    영화 '밀수' 류승완 감독. NEW 제공영화 '밀수' 류승완 감독. NEW 제공※ 스포일러 주의
     
    영화 '밀수'를 이야기할 때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함께 이 배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팬들이라면 한 번쯤 둘의 모습을 한 스크린에서 마주 보고 싶다고 여겼을 두 사람, 김혜수와 염정아다.
     
    '밀수'는 김혜수와 염정아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두 배우가 류승완 감독의 작품 안에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해녀 수중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영화다. 여기에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박준면, 김재화, 박경혜, 주보비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이 눈 돌릴 틈 없게 만든다.
     
    특히 김혜수와 염정아는 각각 공황 증상과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수중 액션 신을 경이로울 정도로 멋지게 완성해 냈다. 류승완 감독은 그 순간을 '감동'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에게 매일매일 감사하다고 전했다. 여기서는 바로 '밀수' 속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영화 '밀수' 캐릭터 포스터. NEW 제공영화 '밀수' 캐릭터 포스터. NEW 제공

    멋있는 배우들이 만든 감동적인 순간들


    ▷ 감독이 생각하는 '밀수'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일단 '밀수'는 계절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영화인 게 강점인 거 같다. 나도 아이맥스 테스트 시사할 때 물속 장면이 펼쳐지는데 되게 시원하더라. 이를테면 '러브스토리'는 겨울에 보면 좋고, '아비정전'은 여름에 볼 때 열기가 있다. 그리고 애트모스 믹싱하고 나서 물속의 사운드를 들어봤는데, 이게 진짜 물속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름에 청량감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밀수'의 최대 강점은 배우들이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데 한 사람은 호(好)가 있지 않을까.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 배우를 이야기하니 말인데, 한국 상업 대작 영화에서 여성이 투톱으로 나온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내가 이걸 하고자 했을 때 물론 흥행을 생각하긴 하지만, 난 내가 하고 싶고 맞다는 확신이 들면 한다. 우연히 언젠가부터 흥행 영화를 만드는 감독처럼 되어버렸는데, 난 흥행의 숫자보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분들의 마음속에 이 영화가 얼마나 각인되어 있을까가 중요하다. 깊게 각인된 영화는 당대에 흥행을 못 해도 언젠가 평가받기 때문에 그걸 보고 간다.
     
    '밀수'는 여성 둘이 리드하는 건 맞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진숙이란 캐릭터가 있고 그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이야기다. 그 자신은 있었다. 이 영화는 '군산 활극'에 가깝다. 해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당연히 여성이 주요 배역으로 나와야 하는 거다. 그리고 두 친구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 어떤 계산도 이뤄지지 않고 본능적으로 김혜수, 염정아가 떠올랐다. 둘이라면 당장 나라도 보고 싶은 배우다.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데 안 볼 이유는 특별히 없지 않나.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 김혜수, 염정아는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공황 증상과 물 공포증에 관해 이야기했다. 섭외해 놓고도 아차 싶었을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공황이 올 뻔했다. 강혜정 대표(외유내강)가 연락해서 두 배우가 너무 흔쾌히 사무실에 오셨다. 혹시나 대본만 읽고 나서 안 한다고 할까 봐 준비한 걸 최대한 보여주기로 했다. 근데 난 처음에 사무실에서 해녀 영상하고 물 영상을 보여줬는데, 둘 다 너무 감동 먹은 표정으로 말도 못 하고 입 벌리고….
     
    난 둘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감동을! 역시 난 대단한가 봐'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있다 알았다. 알고 보니 김혜수 선배는 물을 보고 공황이 온 거고 정아씨는 물 공포증이 있던 거였다. 정아씨는 그날 돌아가서 혜수 선배에게 전화해 "언니, 나 사실 수영을 1도 못하는데, 세면대에 물 받아놓고 눈 뜨는 것부터 연습하려 하는데 언니는 수영 잘하죠?"라고 했다더라.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 해녀와 물 영상을 보면서도 그랬던 두 배우가 각각 공황 증상과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완벽하게 수중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다.
     
    일단 정아씨는 되게 쿨하다. "어떻게 되겠지" 이러고 딱 하고, 3개월 수중 훈련을 했다. 근데 혜수 선배는 공황이 심했다. 수중 훈련하러 갔는데, 물에 발을 딱 담그는 순간 온 거다. 대기실에서 30분 누워 있다가 다시 수트를 입고 나왔는데, 훈련해 주시는 대표님이 계속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주셔서 잘 들어왔다.
     
    결정적으로 역할을 해준 게 해녀를 연기한 배우들이다. 해녀들이 엄청 응원했다. 어느 순간 물속에서 이걸 하고 있더라. 내가 그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훈련을 마치고 테스트 촬영하는데, 그때부터 진짜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 배우들이 다 물속에 들어가서 정말 아름답게 움직이더라.
     
    더 충격적인 사실은 김혜수 선배와 염정아 배우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박경혜, 주보비 배우도 수영을 못 하는 거였다. 촬영 전에 수영 좀 하냐고 물었는데, 내가 연락하니까 눈치들이 빨라서 뭔가 있다 싶은 거였다. 경혜는 "그럼요, 물개죠"하고 온 거다. 현장에서 너무 기가 막히게 움직여서 촬영 중반까지 수영을 못 한다는 걸 몰랐다. 주보비는 물 공포가 있는데, 배우들은 알고 스태프는 아무도 몰랐다. 지금도 소름이 듣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하나하나씩 실체를 알 때마다 너무 고맙고, 되게 멋있었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조인성의 '멋' 넘치는 액션…박정민의 '활어'같은 액션

     
    ▷ 물속에서 펼쳐진 해녀들의 연기만큼 지상에서는, 특히 호텔 떼거리 액션 신에서 권 상사 역 조인성과 장도리 역 박정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권 상사의 액션은 굉장히 장르적인 멋과 쾌감이 넘쳐나는 장면이었으면 했다. 내가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주 지역을 가상의 도시로 설정한 게 '짝패'와 '밀수'다. 그게 뭐냐면, 이건 장르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일종의 안내 같은 거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런 싸움이 벌어질 수 없다.
     
    저조차 액션 영화 팬으로서 되게 멋있는 액션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관객들이 볼 때 결국 액션의 동작이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어도 그 인물에 몰입이 안 되면 그건 그냥 겉으로만 화려한 거다. 그래서 되게 세부적인 사항에서 권 상사가 갖는 멋과 품위를 굉장히 강렬한 상황 안에서 보여줄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 여백을 조인성 배우가 다 채워준 거다.
     
    장도리의 액션은 설계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처절하지만, 대신 권 상사가 갖지 못한 활어같이 팔딱거리는 맛이 있다. 액션이 아주 정교하게 설계돼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런 장면이 오히려 부상 위험이 더 크고 되게 조심해야 한다. 제안은 이렇게 했으나 그 안에서 어떻게 설쳐줄 것인가. 결국 배우가 해내야 하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해냈다.


    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영화 '밀수' 스틸컷. NEW 제공 
    ▷ 호텔 액션 신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게 권 상사가 조춘자를 보호하는 듯한 부분이다. 요즘 잘 보이지 않는, 오랜만에 만난 '신사'의 이미지였다.
     
    조인성의 그 액션 장면을 만들기 위한 동력이 뭐냐고 한다면 바로 '기사도'였다. 내가 '멋있게'란 표현을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사라져가는 태도고 가치다. '남성이 여성을 보호한다.' 지금은 '뭐?' 그럴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둘의 로맨스를 형성 안 했을 수도 있었던 거 같다. 그냥 동료, 동지다. 그때 권 상사의 태도는 명확하다. 남녀 관계가 아니라 '내 편인데'다. 내가 더 세니까 뒤로 숨게 하고 자신이 앞에 나서는, 전형적인 옛날 사람인 거다.
     
    난 그것이 둘의 로맨스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뒤에서 깜짝쇼를 할 때도, 춘자가 다시 찾아오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리의 감정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런 관계가 좀 흥미롭다. 자신들의 성별을 넘어서는 위치에서 서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아무리 내가 의도가 그렇다 해도 배우가 그 매력을 못 끌어내 주면 힘든 거다. 어떤 설명도 없고 '뉘앙스'다. 근데 우리도 찍으면서 반했다. 두 배우의 눈빛 교환이 너무너무 매력적이어서, 정말 배우들한테 매일매일 감사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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