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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늙은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해…'20세기 블루스'



공연/전시

    [노컷 리뷰]늙은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해…'20세기 블루스'

    연극 '20세기 블루스'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서 6월 17일까지

    연극 '20세기 블루스' 중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20세기 블루스' 중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20세기 블루스'에는 유명 사진작가 '대니', 남편과 별거 중인 부동산 중개인 '실', 저명한 성소수자 저널리스트 '맥',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개비' 등 60대에 접어든 4명의 친구가 등장한다.

    4명의 친구는 반전·민권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60~70년대에 구치소에서 만나 40년간 우정을 이어왔다. 대니는 친구들과 매년 한 번씩 만나 사진을 남겼고 곧 있을 뉴욕현대미술관(MoMA) 회고전에 친구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저 여자에게 세월이 참 잔인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니?" 친구들의 자조 섞인 푸념은 계속된다.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더라." "늙은 여자로 사는 법을 모르겠어…" "다 각자의 시대가 있어. 더 이상 우리의 시대가 아닌 거야."

    연극은 사회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는 '늙은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젊음을 무조건적으로 동경하고 여성의 외모에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분위기를 꼬집는다. "한 세대가 늙을 때마다 그 세대를 지우는 게 괜찮을까?"라는 친구들의 대사는 늙은 여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우여곡절 끝에 친구들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사진들을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또 다른 네가 더해지는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이 가져다 준 용기다.

    늙은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 대니가 올드팝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리듬에 맞춰 흥겹게 추는 춤처럼 극의 분위기는 유쾌하기 그지없다.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부터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미국의 현대사도 엿볼 수 있다.

    베테랑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관객들은 늙은 여성들의 대화에 어렵지 않게 동참할 수 있었다. 4명의 친구는 우미화(대니), 성여진(실), 강명주와 박명신(맥), 이지현(개비)이 연기하고, 대니의 어머니 '베스' 역은 이주실, 대니의 아들 '사이먼' 역은 류원준이 맡는다. 연극 '마우스피스' '보이지 않는 순'의 부새롬이 윤색·연출했다.

    연극 '20세기 블루스'는 '두산인문극장 2023: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의 두 번째 공연 프로그램이다. 미국 극작가 수잔 밀러의 작품이 원작이다. 공연은 두산아트센터에서 6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제공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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