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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러' 삶 상상할 수 있으려면…"일자리·교통 등 인프라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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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지방러' 삶 상상할 수 있으려면…"일자리·교통 등 인프라 우선"

    핵심요약

    비수도권 청년들 "유입전략 고민하기 전에 왜 여길 떠나는지부터 물어달라"
    양양 이주한 김희주 작가 "고속도로 등 인프라 덕에 서울 오가는 n잡러 가능"
    '김제 라이프' 유튜브 찍는 최별PD "접근성 개선되면 꼭 직주근접일 필요 없어"

    1일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지방으로, 다시 열어보는 대한민국- 인구소멸 대응 및 청년 인구 유입 방안 중심으로'를 주제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복지부 제공1일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지방으로, 다시 열어보는 대한민국- 인구소멸 대응 및 청년 인구 유입 방안 중심으로'를 주제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복지부 제공
    "일단 청년의 지방 유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보다 왜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될 거 같아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게 스펙'이란 말은 모두가 들어보셨을 법한 흔한 말이 됐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는 방증이라 생각해요."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안혜원 실무위원은 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위원은 전북 군산에서 자라 전주에서 직장생활 중인 20대다. 

    그는 지방 청년인구 감소의 원인과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이 자리에서 "주거비가 저렴하다는 장점 외 대부분의 지역적 인프라 요소는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군산이 고향이지만, (정작) 군산에는 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이 타 지역 청년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연 일자리다. 이날 포럼에 앞서 진행된 사전 앙케이트에서도 청년 당사자들을 포함한 응답자들은 '취업 및 창업'을 압도적인 1순위로 꼽았다. '주거'는 그 다음 문제였다. 안 위원은 "다른 요소도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하지만 (결국)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단순히 취업기회가 많다는 것뿐 아니라 지식산업 등 시대적 수요에 부합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지방에서 자립하려는 청년들의 경우, 공기업·공무원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관내 중소기업은 처우가 안 좋다 보니 일반 사기업은 본사나 대기업이 많은 수도권 진출을 희망하게 된다"고 전했다.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절벽 속에서 각 지자체들은 청년층 유치전략을 짜는 데 여념이 없지만 정작 기존에 주소지를 둔 청년 유출을 줄이는 데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단 지적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지방 인구 문제를 연구하며 아쉬운 것 중 하나"라며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클 것인지, 어떤 꿈을 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사실 지자체에서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민간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산업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보니 접근이 쉽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울산 등 대기업의 주력시설이 있는 광역시가 군소 지자체들의 인구를 잡아줬던 기능도 지난 10년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진단했다.
     
    그럼 서울에서 지역으로 이주한 '귀촌 청년'들은 어떤 이유에서 터전을 옮겼을까. 마포구 상암동에 살다가 전북 김제로 내려간 MBC 최별 PD(유튜브 채널 '오느른' 운영)는 코로나19 유행 첫해였던 2020년 4월, 115년 된 폐가를 사들이게 되면서 '지방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최 PD는 "급여가 괜찮은 편인데 월급 중 순수하게 저를 위해 쓰는 게 얼마나 될까 싶었다. 회사 근처에 살았던 것도 늦지 않게 출근하기 위함이었다"며 "전에 살던 다세대주택은 혼자 올라가 있어도 길거리에서 회식하는 소리가 다 들려서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 섬처럼 살아보고 싶어 선택한 곳이 '로컬'이었다"고 말했다.
     
    4500만 원에 구입한 구옥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지 어언 10년이었다. 수리비가 더 많이 들었지만, 김제에서의 생활을 유튜브로 찍겠다는 기획안으로 회사의 투자를 받았다. "사람이 없는 게 좋아서, 소통하지 않고 혼자 지내려" 했던 만큼, 당초 '지역 소멸' 문제에도 별 관심은 없었다. 계획과 달리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먼저 다가오는 마을 어르신들과 가까워졌다.
     
    "어느 날 방앗간 어머니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어요. 이 마을이 예전에는 되게 재밌었다는 거예요. 옛날엔 매일 잔치가 있었고, 일하는 어머니들과 '깨벗고 놀았다'고 표현하셨는데, 요즘은 장례식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해 보지 못한 모습이었어요.
     
    제가 이걸로('오느른'으로) 대상까지 받았는데 다른 지역방송국 PD들이 환상과 '로망'만 자극할 게 아니라 '진짜 로컬'을 얘기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괜히 혼자 찔렸어요."

     
    그 날 이후로는 사소한 것들도 달리 보였다. 임영웅 노래를 들으며 모판 작업을 함께하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한 집으로 뛰어갔던 일도 있었다. 최 PD는 "원래 이맘때쯤이면 그 집 할아버지가 오토바이 타고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혹시 본인이 보이지 않으면 한 번 와 달라 하셨다는 거다"라며 "다행히 출타 중이라 별일은 없으셨는데 아찔했다. 지역 어른들 사이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더라"고 말했다.
     
    이제는 철저한 외부의 시선으로 김제를 '브랜딩'하고 있다는 최 PD는 "(지역의) 특장점을 살리고 '와보고 싶은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함께 일했던 김제 청년들과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이들이 차리는 빵집·식료품점 등이 상권과 청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지역 재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외 청년 패널들. 복지부 제공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외 청년 패널들. 복지부 제공
    지난해 에세이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출간한 김희주 작가도 뚜렷한 계기가 있어서 양양에 살게 된 사례는 아니다. 대학원 논문을 쓰던 2016년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여행 중 모델하우스 구경을 갔다가 30분도 안 돼 아파트를 '충동구매'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세컨하우스(second house)'였다면 서울을 안 떠났을 거다. 태어나서 처음, 전 재산으로 산 거라 서울에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인구가 2만 7천여 명인 양양군이 그렇게 작은 동네인지도 몰랐다. 김 작가 설명에 따르면 "옆동네인 속초의 한 동보다도 인구가 더 적"다. 65세 인구 비중이 30%가 넘는 고령화 지역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서핑의 성지'라는 양양에서 농사를 짓지 않을뿐더러 서핑도 해본 적이 없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남편이 차린 목공방은 3년 만에 폐업했다. 김 작가는 그 사이 서울에서 하던 마케팅 일 등을 외주로 계속했다. 기자, 광고·홍보 기획자로도 일했던 그는 "양양에 오니 (처음에는) 당연히 취업할 데가 없더라. 서울에서 광고 일을 했었다고 하니 군청 계장님이 현수막이나 명함 만드는 일을 하라고 하시기도 했다"고 했다.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양양군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계약직 근로자로 근무하며, 프리랜서로 'n잡'을 뛰고 있다.
     
    김 작가는 "아주 쉽지 않은 결심을 하고 생활의 터전을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하는 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소멸이든, 청년의 지역 유입이든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 안착한 두 사람은 지방 정주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교통 인프라 확충'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김 작가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서울을 물리적으로 오가고 있는데, 다행인 점은 양양고속도로가 개통돼 두 시간 내외면 이동한다는 것"이라며 "국제공항도 있는 지역이라 가까운 지역은 항공으로도 이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케이션 센터 등이 가능하려면 물리적 공간도 필요하지만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부담 없이 그 지역에 가서 일하고 여가를 보내며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PD 또한 "모든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저는 교통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만 해도 KTX를 탈 때는 주로 익산역을 이용하는데 교통비가 많이 부담스럽다"며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 접근권이 좋으면 집값이 오르듯 서울로의 접근성을 올려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택이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들은 '로컬'에서의 삶이 (수도권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며 교통 여건만 갖춰진다면 굳이 '직주근접'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복지부 제공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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