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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에 뚫린 대통령실…'용산' 이전이 독이었나



사건/사고

    '도청'에 뚫린 대통령실…'용산' 이전이 독이었나

    미국 정보기관 대통령실 내부 논의 '도청' 정황
    기밀 문건데 '신호정보(SIGINT)보고로 문건 확보됐다' 표현
    유리창 진동으로 도청?…대통령실 보안 시스템 고려하면 가능성 작아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대통령실 미군기지 바로 옆이라 취약"
    내부 협조자, 인간정보(HUMINT) 이용 가능성도 배제 못해

    대통령실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는 시민. 윤창원 기자대통령실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는 시민. 윤창원 기자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 대통령실을 도청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실제 도청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용산 이전이 대통령실 보안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도 내놨다.

    10일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보기관이 생산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된 기밀 문건에는  '시긴트'(SIGINT·Signals Intelligence), 즉 신호정보 보고로 문건이 확보됐다는 표현이 적시돼 도청과 불법감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긴트는 위성이나 특수장비를 활용해 통신이나 통화 내용을 감청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이 한국 정부 내에서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내부 논의가 도청됐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레이저 도청부터 도청기 설치까지 다양한 도·감청 가능 시나리오가 나온다.

    우선 대통령실 유리창의 미세한 떨림을 통해 도청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건물 안 인물들의 대화로 발생한 공기의 진동이 창문이나 벽에 전달돼 나타나는 진동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먼 거리에서 레이저를 사용해 창문이나 벽의 진동을 측정해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도감청을 막기 위해 가짜 진동을 만들어 진동 신호를 교란시키거나 보호 필름을 붙이는 등 대처법이 이미 개발돼 있고 전통적인 도·감청 방식에 속해  대통령실 보안 시스템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무선 신호를 탈취하는 '신호탈취' 방법도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해 암호화나 주파수 변조 등의 다양한 대응법이 실현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업무용 비화폰을 신호 탈취하더라도 암호모듈을 풀지 못하면 데이터 조각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우리나라에선 보안이 강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등 메신저 해킹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하나 방법으로 건물에 도청 장치를 심어놓았을 가능성도 나온다. 한 정보보안 전문가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공사를 할 때 인부들도 많이 오가고, 자재도 새롭게 들어갔다"며 "요즘에는 도청장치가 칩 형태로 아주 작다. 예를 들어 새로 벽지를 바를 때라든가 도청장치를 심어놨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긴트'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미국이 내부협조자를 만들어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 즉 인간정보를 이용했다는 것도 배제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측에 자발적 혹은 특정 이유로 협조한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 측의 도청 정황에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며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논란에 대통령실은 "청와대 시절 벙커 구조는 지상으로 약간 좀 돌출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 보안이나 안전은 오히려 여기가 더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보안이나 안전은 청와대보다 용산이 더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용산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이 이번 도청 사태를 일으켰다는 분석을 내놨다.

    안보전문가인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특임교수는 "현재 대통령실이 미군기지 바로 옆에 있다 보니 (보안에) 취약하다. 이전 전부터 제기됐던 도감청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뒤에 북악산이 있고 양 옆이 막혀있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사방이 뚫려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보안을 위한 상식적인 대응을 안했을리가 없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면서 "유리창 도청을 막기 위해 도청 방지 장치를 했는지, 초소형 녹음기의 실시간 전파를 막기 위한 전파방해 기술이 제대로 이용됐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도청, 우려한 일이 터진 것이 아니라 예정된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며 "당시(지난해 4월) 현장을 방문해 보니 도떼기시장이었다. 온갖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고, 검증되지 않은 인력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었다. 미군 부대는 담 하나로 붙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여당에서도 도청 등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대통령실이 들어갈 곳은 인부 3명당 경호처에서 1명씩 나와 따라붙어서 아주 면밀히 통제하고 있어 걱정이 안 된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합참 신청사로 들어가는 부분은 도청 장비나 여러가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의 보안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보호전문가는 "CIA가 도감청을 했다고, 시긴트 방식을 이용했다는 건 이미 공표되지 않았느냐, 이는 곧 막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계속 벌어진다는 뜻"이라며"전파 차단 혹은 전파 교란 장치를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재점검해 전반적으로 보안 체계를 재설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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