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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00시간' 일하는 전공의…"우리만이라도 69시간제 적용"



보건/의료

    '주100시간' 일하는 전공의…"우리만이라도 69시간제 적용"

    과반이 '주80시간 초과 근무' 일상…"공정계약 아냐"
    "국공립부터 전공의 4주 평균 週64시간제 도입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허용하자는 내용으로 논란이 된 정부의 노동개편안이 MZ세대의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레지던트)만이라도 주 69시간제를 적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주당 평균 80시간에서 100시간에 이르는 '과로'가 일상화된 직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요청이다.
     
    대전협은 16일 낸 성명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주 최대 64시간 또는 69시간 노동개혁을 2030 전공의들은 환영한다"며 "전문직 근로자인 20·30대 전공의를 대상으로 주 64시간제를 선제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마도 주 최대 64시간제를 유일하게 환영하는 직종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뛰었던 전공의뿐일 것"이라고 했다.
     
    언뜻 현행 주 52시간제를 '69시간'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안(案)에 대한 반발 여론과는 상반되는 듯한 내용이다.

    앞서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일이 많을 때는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비수기'에는 장기휴가를 가는 등 근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 52시간도 안 지켜지는 마당에 정부가 과로를 조장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가라앉지 않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연장 근로를 해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정책 보완을 지시했다.
     
    그럼 전공의들은 왜 주당 69시간 또는 64시간을 일하겠다고 자처한 것일까. 이는 예비 전문의로 수련을 받는 학습자인 동시에 근로자이기도 한 전공의들의 특수한 배경에서 비롯된 '읍소'에 가깝다.
     
    지난해 11~12월 대전협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52%는 4주간 평균 주 80시간을 넘겨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공의 1900여 명의 주평균 근무시간이 77.7시간으로 집계됐는데, '기피 과(科)'에 속하는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업무 과부하가 심했다. 흉부외과의 경우, 전공의가 주당 102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수련병원은 전공의에게 한 달 간 평균 주 80시간 초과근로를 시킬 수 없지만, 현실은 '24시간' 며칠을 근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6시간 연속 수련을 하고도 정해진 10시간의 휴식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33.9%)도 흔했다.
     
    고강도 근로로 인한 전공의의 중도 이탈은 전문의의 부족과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협은 "혹자는 전공의가 교육생과 근로자의 이중적 신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주 80시간을 정당화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법원 또한 근로 경험이 곧 수련이란 관점에서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됨에 따라 근로자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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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백 번 양보해서 교육시간과 근로시간을 합쳐 주 80시간을 적용받는다고 치면 우리의 급여조건은 정당하지 않다. 전공의 외 어느 직종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시간당 1만 원 수준의 최저임금만 받으며 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수련을 받으려면 서명을 해야만 하는 '을'인 전공의에게 "공정한 계약을 위한 체결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전협은 "실제로는 주 80시간도 아니다. 4시간마다 30분 단위로 휴게시간이 필요하지만 전공의들은 입원환자·응급환자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이 시간을) 쳐주지도 않는다"며 "그런데 임금 산정 때는 휴게시간을 또 칼같이 빼버린다"고 밝혔다.
     
    최대 연속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미국은 전공의 절반 정도가 '주당 60시간 이하'로 일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도 들었다. 유럽 또한 24시간 내 최소 11시간 휴식이 보장되고, 야간 근무를 위해 24시간마다 8시간 근무를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대란'도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무관치 않다고 봤다. 대전협은 "상급종합병원 운영이 전공의 착취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소아진료 대란이 벌어진 모 병원에서 4년 전 전공의가 주당 113시간 동안 일하다가 과로사로 사망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 연속근무를 제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전문의의 실질적인 추가 채용과 연계해 전공의 노동개혁을 즉시 시행하자"며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15명 내외로 제한(법제화)하고 적절한 수련을 위한 교육시간을 확보하면서 전문의 채용을 유도하자"고 제언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전문의 충원을 바탕으로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 국공립병원부터 전공의의 4주 평균 근무시간을 '64시간' 수준으로 단축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강민구 대전협 회장은 "지난 14일 발의된 전공의 과로방지법(전공의 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이 초당적 협의로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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