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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건폭 단속' 중간발표에 "침소봉대" 노동계 부글[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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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경찰 '건폭 단속' 중간발표에 "침소봉대" 노동계 부글[노동:판]

    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노조 전체, '불법 매도'…양대노조 "일부 일탈 행위까지 옹호하는 것 아냐"
    월례비·전임비=금품갈취…일단 불법으로 보나… 월례비는 임금 성격이란 판례도
    사측 불법 행위 수사는 '나무늘보 속도'…노조 불법 행위 단속은 '빛의 속도'
    '노조 때리기'로 보수층 결집 노리나…1년 뒤 총선까지 바라 본 정치적 전략

    경찰, 석달간 건설현장 불법행위 29명 구속. 연합뉴스경찰, 석달간 건설현장 불법행위 29명 구속. 연합뉴스
    경찰이 건설현장의 노동조합 불법행위를 '특별 단속'하는 가운데 노동계 등에선 전형적인 '노조 때리기'란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는 일부 조합원들의 일탈 행위는 응당 처벌해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통해 노조 전체를 불법과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같은 '노조 때리기'엔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양대노조 "불법 옹호하지 않지만…노조 '불법' 프레임에 반발"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3개월 동안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성과를 9일 발표했다. 수사 결과, 2863명을 단속하고, 이 중 102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29명은 구속했다.

    양대노조는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체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노조 전체를 불법으로 매도하며 대대적 단속을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특히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약한 고리를 이용해 노동조합 외피를 쓰고 불법을 행한 이들이 현실적으로 있고, 노동조합은 현장의 비위나 일탈 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노조를 싸잡아 전부 불법이라고 본다면 노조와 적대적 관계로 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우려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불법행위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 현장에 있어서의 부조리한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측과 원청사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노동조합만을 때려잡고, 이를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방패막이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월례비·전임비, 일단 불법으로 낙인?


    특히 경찰이 법적·제도적으로 모호한 부분들까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단속 대상 가운데 75.2%(2153명)에 달하는 전임비, 월례비 등 각종 명목의 이른바 '금품갈취'에 대해 단정적으로 범죄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이다.

    전임비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비용 부담을 뜻하고, 월례비는 월급 외 지급되는 임금 성격의 돈을 뜻한다.

    건설사 등 사업주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기사들이 작업속도를 늦추거나 작업 자체를 거부하는 공사를 방해하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지급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맡지 않아야 할 일까지도 사측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떠넘기면서 웃돈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장시간 근로와 위험한 작업의 대가인  월례비 지급 관행을 멈추자는 제안을 사측에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광주고법(광주고법 민사1-3부 재판장 박정훈)은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으로 사실상 임금 성격을 갖는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현행법률상 위법이 있거나 저촉되는 사항은 처벌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경찰 수사로 기소됐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여부는)지켜봐야 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정부가 법률적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의 월례비 문제를 제도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하도급이 만연해 고용 불안·임금 착취·과도한 공기 단축 문제가 심각한 건설 업계의 구조적 문제 속에서 대응하기 위한 건설 노조들의 노력까지 정부가 싸잡아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설사 부조리에는 눈 감고, 노조공격은 '빛의 속도'로

    "건설노조 탄압말고 불법고용 처벌하라!". 연합뉴스"건설노조 탄압말고 불법고용 처벌하라!".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경찰이 사측의 불법 행위에 눈 감고 선택적으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만 부각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는 불법으로, 기업은 피해자로'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정부가 '엄벌'하겠다는 기조는 화물연대 파업 대응이나 노조 회계 공개 논란 등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났던 윤 정부의 노정관계 기본 대응 방향이다.

    경찰은 특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측의 불법 도급이나 불법 외국인 고용 등은 단속 대상이 아니었고, 현재까지 확인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사측의 불법 행위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건 '빛의 속도'인데 반해 사업주들의 불법을 잡는 건 '나무늘보' 속도"라며 "건설현장에서 불법 파견을 판정받고 과태료가 매겨지기까지 2년 3년이 걸린다. 그마저도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면, 그 결과 나오는 데 5년 6년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노동조합 자체를 이익 집단,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으로 만들고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 전체를 위축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김성희 교수는 "(정부가) 건설사의 부조리에는 눈을 감고 건설사들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노조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사태의 근본 원인을 살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지 '단속'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지 않고, 반노조, 노조 때리기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총선 앞두고 '노조 때리기'로 보수층 결집 노리나


    더 나아가 정부가 대대적 건설 노조 단속을 통해 현 정부의의 노동정책 추진엔 동력을 얻고 노동계 반발엔 힘을 빼는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3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꼽은 바 있다.

    김 소장은 "민주노총이 파업하거나 집회를 열었을 때 가장 많은 동원력을 갖진 곳 중 하나가 화물연대와 건설 노조, 학교 비정규직 노조"라며 "향후 (정부가) 노동 개혁을 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생각하는 주력 노조 집단에 대한 공세란 의구심도 든다. 주요 경제 주체인 노동조합 힘 빼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림수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건설사 부조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노조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노조를 잡음으로써 얻는 정치적 보수표를 응집하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기업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하면서 경영계의 전폭적 지지도 기대할 수 있다"며 "총선을 1년 앞두고 (노조 억압)이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중단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오 연구실장은 정부의 노조 압박 기조에 대해 "엄밀히 말하면 총선 전략"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대부분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을 쉽게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야당과 노조가 노동개혁을 방해한다고 말하며, 여당에 힘을 달라고 하는 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이른바 윤심으로 통하는 김기현 대표가 당선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힘이 붙은 상황. 이런 가운데 경찰의 대대적 '건폭' 수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조 압박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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