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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해법' 발표 한일관계 회복 노리지만, 부작용은 도외시?



국방/외교

    강제징용 '해법' 발표 한일관계 회복 노리지만, 부작용은 도외시?

    핵심요약

    정부, 오늘 강제징용 문제 '해법' 공식 발표
    1월 국회 공개토론회에서 제시한 '제3자 변제' 중심 될 듯
    2018년 10월 이후로 악화된 한일관계 회복 전망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또한 가속화
    전문가 "대일 외교 도덕적 우위 상실…한국 끌려가는 출발점"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연합뉴스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018년 10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손해배상 확정판결에 대한 '해법'을 6일 발표함으로써 이 판결 이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악화돼 왔던 한일관계는 일단 회복될 수 있는 물꼬를 틀 전망이다.

    또 이른 계기로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나아가 대중 견제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 또한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목적을 위해 대일 외교에서의 도덕적 우위를 상실하게 됨은 물론, 이미 고령이 된 피해자들의 요구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장관은 6일 오전 카메라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해법은 지난 1월 외교부가 공개토론회에서 이미 발표한 '제3자 변제', 즉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판결금을 제3자가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박진 외교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과의 면담에 참석해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박진 외교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과의 면담에 참석해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관련해 대통령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기자들과 만나 "외교당국 간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요 방안이 도출될 경우 적절한 시점에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4일 한국 정부가 2018년 대법원 판결로 배상 의무가 확정된 일본 피고기업 대신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해결책을 조만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해결책'이 조만간 발표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역사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는 얘기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된 한일 역사, 그리고 안보 갈등은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신일본제철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확정판결에서부터 시작됐다. 그해 말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해상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 근접해 공격 침로를 잡으며 위협비행을 하는 일이 벌어졌고, 2019년 8월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공식 결정했다.

    여기에 대해 우리는 2016년 11월 체결된, 2~3급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로 맞대응했다가 미국의 압력을 못 이기고 이를 정지시켰다.

    지난해 9월 동해에서 열린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대잠전 훈련 모습. 해군 제공지난해 9월 동해에서 열린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대잠전 훈련 모습. 해군 제공이는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통해 북한, 나아가 중국까지 견제하려는 방책의 일환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사일 방어가 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로는 일정 거리 이상에서 일정 고도 이하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기 어렵다. 북한 그리고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는 다름아닌 한국이다. 쉽게 말해 미국이나 일본 쪽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미리 알고 막으려면 한국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에 나선 것과 맞물려 한미일은 대잠전 훈련,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시행하는 등 안보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에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안보협력의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바로 역사 문제 해결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또는 '정치적 결단'을 요구해 왔고,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견해를 고수하면서 그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대응을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총리가 새로운 담화가 아니라 한일관계에 관한 과거 담화나 공동선언에 담긴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것은 1965년에 이미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견해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해법' 발표를 통해 한일 정상이 주기적으로 정상회담을 여는 '셔틀 외교'를 복원하는 것은 물론,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치·경제적 교류를 원상복귀시키고 나아가 미국이 원하는 안보협력까지 추진한다는 얘기다.

    삼일절인 1일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원회 주최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삼일절인 1일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남측위원회 주최로 열린 104주년 3.1절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하지만 이는 한일관계의 조기 회복은 가능하더라도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인 한국이 '해법'을 먼저 마련하고 나서면서 대일 외교에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도덕적 우위를 스스로 포기하게 되고, 그만큼 레버리지도 상실되는 일이다.

    주오사카 총영사를 지냈던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는 "대법원 판결 내용을 보면 '1965년 청구권 협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다뤘다'고 했기에 일본의 주장처럼 이 문제를 청구권 협정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2년 9월 기시다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국제법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발언한 것도, 그러한 일본 측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가해자인 일본이 갑, 피해자인 한국이 을이 되는 주객전도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외교는 1965년 한일관계 정상화 이후로 국제 무대에서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었는데, 이번엔 이것이 역전돼 한국이 국제법을 어겼으니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처럼 진행됐다"며 "그동안 우위에 서 왔던 대일 외교에서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향후 일본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에서의 외교안보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사진)의 '전후 50년 담화' 이후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을 10년마다 발표해왔다. 연합뉴스일본 정부는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사진)의 '전후 50년 담화' 이후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을 10년마다 발표해왔다. 연합뉴스
    실제로 일본 정부는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전후 60년 담화', 2015년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처럼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한다는 내용을 10년마다 발표했었다. 물론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부(피해자와 지원단체들이 쓰는 용어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제외하면 강제동원 등 식민지배 당시 자행됐던 개별적인 만행에 대한 구체적 언급과 사과는 없다는 점은 문제다.

    과거사 반성이 담긴 이 담화들을 일본 정부가 정면으로 번복한 적은 없지만, 무라야마 담화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본 자유민주당 극우 인사들이 식민지배의 불법성 등을 부정하는 망언을 잇따라 함으로써 빛이 바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번 '해법'은 독소조항으로 비판받은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이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에 맞추기 위해 우리 스스로 대일 외교에서의 강점을 포기함은 물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과와 손해배상 요구를 도외시했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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