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주재. 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킹달러'가 재현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의 긴축 우려가 강해지면서 다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지난 28일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1300원을 넘겼다.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미국의 긴축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에 더해 CPI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근원 PPI가 전월 대비 0.7%, 0.3%씩 상승하며 시장전망치를 상회했다. 고용 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올해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네 차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 인상)을 발표하는데 이어,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25% 추가적으로 인상하면서 현재 4.5~4.7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상단을 기준으로 양국 간 금리차는 1.25%포인트에 달한다.
문제는 통상 양국간 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은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려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내외로 관리해 왔다. 미 연준이 전망한 올해 최종금리 수준은 5~5.25%로, 이렇게 되면 양국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달러 강세 현상이 강화되며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지난해 10월 1400원선까지 상승하며 고환율 현상을 이어갔다. 그러다 연초부터 진정세를 보이다가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난 22일 1300원대를 돌파하는 등 다시 치솟고 있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0.4원 내린 132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대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연일 1320원을 넘어 마감했다.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2원 오른 1323.0원에 마감했는데, 장중 고가 기준 지난해 12월 8일(1323.3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연합뉴스여전히 불안한 물가 역시 한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대비)은 5.2%로 전원 대비 0.2%포인트 확대됐다. 가공식품 가격이 오른데다 전기요금같은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이다.
이에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나타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로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월 중 4.1%까지 올라왔다.
따라서 4월 열릴 다음 금통위까지 한은은 물가 및 환율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한 질문에 "어떤 특정 수준을 타겟하기보다는 이러한 불확실 속에서 환율에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동성이 너무 커지게 되면 당연히 우리 금융시장 안정이나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간) 통화 정책의 차이가 벌어지면 환율을 어느 정도 용인할지, 외환보유고에서 쏠림 현상을 막을지 또 어느 정도는 금리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 건지, 이런 모든 옵션을 놓고 정교하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물가 상승세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미국도 인플레 안정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계속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한미 금리가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우리 물가 상승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후에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이 현재 반영되기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기 떄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우리 통화가치 하락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