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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부끄러워" 대자보…꿈틀대는 서울대



사건/사고

    "학폭 가해자 부끄러워" 대자보…꿈틀대는 서울대

    "윤 대통령, 학교폭력 문제 안 된다 생각한 것 같다"…올해 첫 시국 서울대 대자보
    현직 서울대 교수도 공개 비판 "잘못된 특권 의식", 대학 커뮤니에도 비판 글 이어져
    아직은 조심스러운 서울대·학생회 "사실관계 확인부터" 말 아껴
    "학교 측 진상조사 해야" 분노에 "불쾌해도 달라지는 것 있냐" 염세적 반응도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구본호 기자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구본호 기자
    '아들 학폭'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씨가 재학 중인 서울대학교에 정 변호사와 정씨, 나아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여기에 서울대 현직 교수마저 이번 사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정 변호사 낙마가 정군의 입학 논란은 물론,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증폭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부끄러운 대학 동문"…올해 첫 시국 서울대 대자보

    2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동아리 모집과 각종 세미나, 학회 등을 알리는 반듯한 포스터들 가운데 하얀 종이에 손글씨로 삐뚤빼뚤 적힌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서울대에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은 건 올해 들어 처음이자,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자신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정순신의 아들 정씨는 현재 서울대 000학과에 재학 중으로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씨의 학교폭력으로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학교 폭력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로남불, 강약약강 검사 독재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를) 국수본 수장에 임명 불공정, 비상식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했다.

    2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대자보를 바라보고 있다. 구본호 기자28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대자보를 바라보고 있다. 구본호 기자
    투박한 대자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걸음을 멈춘 한 학생은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도 몰랐다"면서 한동안 대자보를 빤히 바라봤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학 커뮤니티를 보고 알기는 했다. 이런 대자보를 본 게 오랜만인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니까 존중한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은 말없이 대자보를 읽어보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채널에서도 정씨와 정 변호사에 대한 비판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게시글에는 "(가해자는)어차피 2년도 안돼 잊혀져 학부 간판 잘 얻고, 유학을 가던 로스쿨을 가던 아빠 '빽'으로 좋은 자리를 얻을 거다. 집안 재산 가지고 떵떵거리고 살지 않겠냐"고 적혀 있었고, 다른 게시글에는 "누구는 아빠 '빽'으로 버티다 서울대 오고, 누구는 내신 추락으로 아직까지 고통 받고 있다"는 비판이 담겨 있었다.  

    나아가 현직 서울대 교수도 공개 비판에 직접 나섰다.

    서울대 우종학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 아빠가 검사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도 아빠가 힘을 쓰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곤란하다"며 "잘못된 특권 의식이 싹트도록 자녀를 교육했다면 그 아빠는 결코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입학 당락 결정에 영향도 미치지 않은 표창장이나 인턴 증명서도 유죄로 나온 대한민국이라 서울대 업무방해 혐의는 없는지 압수수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에둘러 언급하며 지금의 상황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관계 확인부터" 서울대, "공식입장 없다" 총학생회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정문. 구본호 기자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정문. 구본호 기자
    이번 논란이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이지만 서울대 측과 총학생회 모두 신중하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진상조사 요구와 관련해 "우리가 계획하는 건 아니"라며 "일단 국회에서 요구가 있으니 사실 관계 확인은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군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징계 처분이 입학에 영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해당 학생에게 적용됐는지를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요강을 잘 지켰을 것"이라고 했다.

    정군은 2020년 정시 전형으로 입학했다. 서울대 정시 입시 요강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의 학내외 징계 여부 및 그 사유 등이 확인될 경우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총학생회에서도 아직 정군 입학 등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고 답하고 있다. 부정 입학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태도다.


    "진상 조사해야" 분노에 "어쩌겠나" 염세적인 반응까지 다양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어쩌겠나'라는 식의  태도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인문대에 재학중인 이모(25)씨는 "충격적이고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며 "학교 측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학생회에서도 나서서 진상규명을 해줬으면 한다"고 학교와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개강을 이틀 앞둔 신입생 박모(22)씨도 "정확하게 어떤 사건인지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법을 어겼다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물교육과에 재학중인 김모(22)씨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2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불쾌하다"면서도 "그런데 내가 불쾌하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싶다"며 냉소적으로 답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씨는 2017년 강원의 한 자율형사립고 재학 시절 동급생을 상대로 수 개월 간 언어폭력을 일삼아 강제전학 처분 등의 조치를 받았다. 이에 불복한 정 변호사는 행정 소송 등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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