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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조합장, 자살 소동에도 조치 無" 유언장 속 농협 조합장 4선 도전?



전북

    "무능한 조합장, 자살 소동에도 조치 無" 유언장 속 농협 조합장 4선 도전?

    장수농협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책임자 조합장
    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 등록 4선 도전
    유가족 "가해자와 방관자들 버젓이 활동 참담"
    장수농협 측 "이 씨 죽음 절대 발설 금지"

    장수농업협동조합 예비후보 김용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장수농업협동조합 예비후보 김용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지난달 12일 故 이용문 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신의 근무 장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사고의 책임자로서 이를 방관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용준 현 장수농협 조합장(3선)이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에 등록해 빈축을 사고 있다.

    김용준 후보는 이 씨의 1차 자살 사건 이후 가족의 면담을 거절하고 사건이 불거지자 도피하는 등 사건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의 재구성…도움의 손길 없었던 故 이용문 씨

    초·중·고 전라북도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5년여간 성실히 근무했던 이 씨. 이 씨는 업무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전라북도지사 상도 받았다.

    특히 군 복무 시절 유격 훈련을 받다가 다쳐 국가 유공자가 된 사건은 주어진 일에 대한 그의 업무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이 씨는 2022년 1월 권 모 센터장이 부임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다.

    실무자인 이 씨는 "센터 개점 날을 줄이면 농민 불편 등 민원이 우려된다"고 제언했지만, 권 센터장은 "니 xx 직급이 뭐냐" 등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또 이 씨의 집이 유복하다는 소식을 들은 권 센터장은 '킹크랩이 먹고 싶다'며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직접 가서 킹크랩 2마리(1kg당 시가 10만 원)를 사 오라고 시키는 등 협박에 의한 금전 갈취도 확인됐다.

    유족들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형(이 씨)이 1차 극단적 선택을 시도까지 했지만, 김용준 조합장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故 이용문 씨의 직장 내 괴롭힘 희생 사건 관련, 유족들이 지난달 기자 회견을 연 모습. 김대한 기자故 이용문 씨의 직장 내 괴롭힘 희생 사건 관련, 유족들이 지난달 기자 회견을 연 모습. 김대한 기자
    유족에 따르면 김 조합장은 이 씨의 극단적인 선택 시도 사건이 발생해 경찰 조사가 시작됐을 때도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를 방치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 이 씨와 가해자의 분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 씨에게 가해자 중 한 명에게 서류를 전달하라는 업무 명령이 내려오는 등 전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유족이 1차 자살 소동 이후 조합장에게 면담 등을 요청했지만, 김 조합장은 '조합원 행사가 있다'고 잘라 말하며 면담을 거절했다. 추후 시간을 내달라는 유족의 부탁에도 조합장은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며 결국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자신의 근무지에서 2차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메시지. 유가족 제공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메시지. 유가족 제공

    김 조합장 "인사 발령 권유와 조문 갔었다"

    김 조합장은 1차 자살 소동 이후에 이 씨의 '인사 발령'을 아버지에게 권유하는 등 사건을 방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 조합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씨의) 1차 자살 소동 이후 아버지에게 다른 지역 단위 농협으로 이 씨의 인사 이동을 권유했었다"며 "오히려 아버지 측에서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의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이후 직접 직원들을 대동해 조문도 갔었다"며 "더 자세한 사항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은 "조합장의 직접적인 대면이 아닌 상임이사를 만난 것이 전부이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인사이동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장수농협 측은 이 씨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사건을 회피하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장수농협 측은 이 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내부 직원들에게 '(사건과 관련해) 질의가 있더라도 일절 대응하지 말 것. 특히 언론 쪽 사람에게는 대응 금지'라는 문구를 적어 내부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문서에는 '총무과장은 알지 모르니, 정 궁금하면 그쪽으로 연락해보라고 해라'는 상세한 문구까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달 25일 유족은 이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기자 회견을 진행했는데 이후 여러 곳에서 추가 취재가 진행되자 김 조합장은 인근 다른 농협으로 도망가 취재를 따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후 장수농협측이 직원들에게 보낸 배포자료. 유가족 제공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후 장수농협측이 직원들에게 보낸 배포자료. 유가족 제공

    전문가들 "조합장 선거 출마에 법적 문제는 없다"지만…

    복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으로 조합장이 조합장 선거에 나서지 않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조합장이 조합원임과 동시에 출자금 2년 이상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조합장 후보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법에 따라 김 조합장이 위탁선거법을 위반한 내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도의적인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장수농협과 같은 비상임조합장들은 농산물 유통과 판매부터 금융 사업까지 경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임이사를 선임하는 인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하고 경영 실적 평가를 주도한다. 상임이사가 비상임 조합장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구조다.

    이처럼 조합장은 '소왕국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자기 때문이다.

    유족은 장수농협 소속 권 센터장과 윤모 과장, 김모 조합장, 이모 상임이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전북경찰청은 이들을 강요와 모욕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유족은 장수농협 이사진들의 비리에 관한 자료를 취합해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에 고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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