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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극단적 선택한 농협 직원…가·피해자 분리도 안 한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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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갑질에 극단적 선택한 농협 직원…가·피해자 분리도 안 한 농협

    핵심요약

    업무도 없이 앉아있기만…"수치심 견뎌내고 버텼다"
    "가해자들 밥 먹듯이 놀러 왔다. 놀리는 듯 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
    장수농협의 각종 내부 비리도 유서에 폭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SNS메시지. 유가족 제공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SNS메시지. 유가족 제공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故 이용문씨(전북 장수농협 계장)가 신혼 3개월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농협은 이씨가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소동이 있었음에도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느슨한 조치가 이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이용문(33)씨의 유서와 유족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9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 사건으로 장수농협 영농자재센터에서 일하던 그는 총무계로 발령이 났다. 가·피해자의 분리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분리는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이씨가 일하던 곳까지 찾아와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등 이씨의 근처에서 머물렀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가·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씨는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 그는 외진 사무실에서 혼자 지내기도 했으며, 어떠한 업무도 맡지 못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씨는 유서에 "총무계에 한 달가량 앉아있기만 할 때 직원들이 지나다녀 그 수치심을 견뎌내고 버텼다"며 "가해자들이 매일 밥 먹듯이 총무계, 제가 앉아 있는 바로 뒤까지 와서 웃으며 히히낙락 거리며 과장과 놀고 갔다"고 했다. 이어 "한두 번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놀리는 듯이 다녀갔다"며 "가해자들은 모든 걸 조작하고 은폐하고 대놓고 즐기듯이 행동해 '더는 답이 없다' 판단해 이런(극단적) 선택을 결정했다"고 남겼다.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며칠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서류를 전달하라는 업무명령이 내려왔다. 가·피해자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 제공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며칠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서류를 전달하라는 업무명령이 내려왔다. 가·피해자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 제공
    그는 유서에 장수농협의 각종 비리 내용을 남기고 그 근거 자료를 확보한 채 세상을 등졌다.
     
    이씨는 "이모 상임이사가 출장을 가지 않았음에도 허위 출장서를 제출해 400만 원가량을 수령했다"고 했다. 또 "상임이사 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공고문도 마지막 날 게시판 보이지 않는 곳에 붙여두고 사진만 찍고 지웠다"고 했다. 그는 이 상임이사가 농협의 카니발 차량을 출퇴근에 이용하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정황도 증거로 남겼다.
     
    유서에는 농협이 직원들에게 보험실적을 강요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씨는 "(농협)보험 실적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실적을 미달성한 직원에게 매달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이를 발표하도록 해 수치심을 안겨줬다"고 했다.
     
    또 "모 계장은 농약사 직원들에게 대가성으로 식사 접대를 받고 선물을 수령했다"며 "대가를 받은 농약사의 농약만 판매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지역사회라지만 본인들끼리 짜고 치고, 안 보이는 인사보복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행동들이 있었다"며 "정식으로 문제가 돼 낱낱이 밝혀지면 좋겠다"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바랐다.
     
    농협 측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예정이다.

    농협 관계자는 "작년 (사건) 이후에 내부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매뉴얼대로 담당 부서에서 장수농협을 지도했다"며 "장수농협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무혐의로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비리 내용은 처음 들었다"며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이씨가 받은 불리한 처우와 그가 폭로한 비리도 조만간 관계당국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9일 장수농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할 계획이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12일 자신이 일하던 장수농협 근처에서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달콤한 신혼 생활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았던 때다. 그는 지난해 9월 27일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씨는 "킹크랩이 먹고 싶다"는 권모 센터장의 말에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적접 가서 킹크랩 두 마리(1㎏당 시가 10만 원)를 사 오기도 했다. 유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8일 이씨가 결혼식 날짜를 잡자 권 센터장은 "수매 철에 결혼식을 잡았다"며 폭언을 하며 "5만 원만 내고 뷔페를 쓸어버리겠다"고 비아냥했다. 이러한 폭언은 이씨가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나서 벌어진 것이다. 유족은 장수농협 소속 권모 센터장과 윤모 과장, 김모 조합장, 이모 상임이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전북경찰청은 이들을 강요와 모욕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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