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예견된 장수농협 사건…2년 전 유사사례에도 변화 없었다



전북

    예견된 장수농협 사건…2년 전 유사사례에도 변화 없었다

    2021년 전북 군산서 유사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유족, 지역 유지 입김 작용…농협 구조적 부조리 논란
    조합장 선거에만 혈안…"문제 해결 관심 없어"

    전북의 장수농협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 이용문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지난 25일 오전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대한 기자전북의 장수농협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 이용문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지난 25일 오전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대한 기자
    故 이용문 씨(장수농협 계장)가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신의 근무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2년 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전북 군산의 지역 단위 농협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가해자 아버지의 실력 행사와 '가해자 지인' 노무사의 봐주기 의혹 등 농협의 구조적인 부조리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병신 새끼야"…2년 전에도 발생한 지역 농협 내 직장 괴롭힘

    지난 2021년 1월. 전북 군산의 한 지역 단위 농협에선 국가유공자 A씨가 상사로부터 폭언과 괴롭힘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故 이용문 씨처럼 A씨는 군 복무 시절 훈련 중 입은 부상으로 국가유공자가 됐다. 취업 경로도 이 씨와 마찬가지로 국가보훈처 '특별 취업'으로 농협에 입사했다.

    당시 A씨는 업무 숙달이 늦다는 이유로 상사직원 최 모 과장으로부터 갖은 폭언에 시달렸다.

    "병신 새끼" 발언은 물론 결재서류를 집어 던지는 등의 모욕적인 행위로 인해 정신적인 치료를 받았다.

    A씨와 이 씨 모두 가해자와의 분리를 원했지만, 인사권을 쥔 조합장은 침묵했고 방관했다.

    특히 지난 25일 이 씨의 유족이 기자 회견을 열고 취재가 시작되자 장수농협 조합장은 인근 농협으로 은신해 입장을 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북 지역 단위 농협의 직장 내 괴롭힘 입장문.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제기되자 사과 형식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농협 제공전북 지역 단위 농협의 직장 내 괴롭힘 입장문.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제기되자 사과 형식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농협 제공

    이 씨 유족들 "지역 유지가 뒷조사해"…지역 농협 부조리 의혹

    이 씨의 유족들은 "장수지역의 유지인 가해자 아버지가 우리 가족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앞서 이 씨가 2022년 9월 27일 1차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후 진상 조사가 시작되자 지역 유지인 가해자의 아버지가 관계자를 시켜 이 씨의 집안 배경 등 신상 정보를 알아 오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가해자로 지목된 권 모 센터장의 아버지는 前 장수군의원이자 지역 축협의 조합장을 역임했다.

    권 센터장의 아버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은 아들의 일이고 최근 아들로부터 '알아서 다 할 테니 아버지는 아무 걱정 말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수농협 측은 현재 가해자와 지인인 노무사를 채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씨의 유언장에는 '컴퓨터 속에 증거가 있다고 노무사에게만 말했는데 말한 지 일주일 만에 컴퓨터가 교체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처럼 유족은 장수농협 내 부조리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전북경찰청은 해당 조합장과 센터장 등 4명을 강요와 모욕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해당 농협을 대상으로 올해 첫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혀 지역 단위 농협의 구조적인 부조리가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깨끗한 조합장선거 기원 떡 나눔 행사.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깨끗한 조합장선거 기원 떡 나눔 행사.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조합장 권력 하에 모두 침묵…제도적 개선 없어

    지역 단위 별로 선출된 농협 조합장에겐 4년의 임기가 주어진다.  

    임기 동안 조합장은 조합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교육지원사업 등 조합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업무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직원들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의 경우 전국 조합장들이 책임지는 금융자산은 700조 원이 넘으며, 조합장 평균 연봉은 1억 1천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장 전횡을 막기 위해 대의원 총회와 이사회, 감사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총회나 이사회를 통해 조합장의 말을 뒤집어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실상 독재나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장들은 선거만 생각한다"며 "특히 곧 진행될 선거를 앞두고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철저히 감추고 감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