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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수천억 가짜 비트코인 만든 탈북민 사기범…선고 연기 꼼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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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수천억 가짜 비트코인 만든 탈북민 사기범…선고 연기 꼼수까지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투자금의 0.8%를 수익금으로 매일 드립니다. 투자금의 300%를 현금으로 지급해드립니다."

    QRC 비트코인이 내세운 광고로, 다들 혹하시죠? 하지만 '투자금 돌려막기' 사기극으로 드러났습니다. 확인된 피해자 수만 5천여명, 피해 규모는 2천억원이 넘습니다.

    이 사기극의 중심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출신 고모(42)씨가 있습니다. 주로 같은 탈북민 출신들을 상대로 암호화폐(코인)을 팔았는데(?) 수법이 참 교묘합니다. 거래소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해 코인 가격이 매일 오르내리는 모습을 연출했고,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각종 사업을 하는 척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범행을 거듭하던 고씨.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혀 2021년 9월 구속됐습니다. 2022년 10월 재판이 시작되면서 고씨는 또다른 꼼수를 부려왔는데, 이번주 법정B컷에서는 2천억원대 비트코인 사기극의 전말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각종 다단계 사기 수법 동원…10년 징역형에도 피해자들은 한숨만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고씨의 사기극은 정말 가지각색이었습니다. 투자금 돌려막기는 기본이었고, 거래 불가능한 가상화폐를 발행한 뒤 "코인 1개당 시가 30만원인데, 초기 투자하면 3분의 1 가격으로 구입할 기회를 주겠다"고까지 속였습니다. '곧 회사를 상장할 것'이라며 불법 주식 공모를 하기도 했죠.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높여주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다단계 방식까지 동원했습니다. 고씨 일당은 팀장, 과장, 부장, 본부장, 센터장, 이사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끌어온 금액에 따라 직급을 부여했는데, 가장 낮은 직급인 팀장은 매월 12만5천달러(한화 약 1억5천만원)의 실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캄보디아에서 디지털뱅크 관련 사업을 하겠다며 투자금을 받아갔지만, 캄보디아에는 이와 관련한 법률조차 없는 상태였죠.

    이렇게 허술한(?) 사기극은 탈북민이나 조선족 등 경제 취약계층을 파고 들었고, '한탕심리'를 자극해 제대로 통했습니다. 법원은 고씨가 2천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고씨에게 징역 10년을, 고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5년, 3년을 선고했습니다.

    2023. 2. 9.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QRC뱅크 사기 혐의 선고 中
    재판부: 이러한 금융사기범죄는 자금 돌려막기 방법으로 계속해서 고율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결국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예견되어 있고, 그 자체로 일반 국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해 건전한 근로의식을 약화시키고 정상적 소득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여러 사회적 피해 발생시킵니다. 피해자들은 어렵게 모은 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어 심각한 경제적·정신적 고통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피해자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생각으로 피고인들의 홍보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함으로써 피해 발생과 확대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점, 기존 투자금에 대한 원금과 수당(수익금)을 재원으로 해 재투자한 경우는 그 전체가 실질적 피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실제 손해액은 법률상 편취금액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합니다.

    고씨에게 중형이 선고되긴 했지만, 피해자들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재판부의 질타에 방청석에서는 짙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거친 욕설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애초 검찰은 고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동운영자 2명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17일 더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변론재개에, 변호인 사임까지…꼼수에 꼼수



    고씨가 재판 과정에서 반성하기는커녕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만 보여준 것 역시 지탄의 대상입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고씨는 구속을 면하기 위해 피해 보상을 해주겠다고 속여 합의서를 받아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피해자들이 고씨와 QRC뱅크에 지급명령신청을 냈는데, 고씨는 이의신청을 제출했다가 직후 취하서를 냈습니다. 역시 꼼수였습니다.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받으려는 의도였죠. 물론 재판부가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꼼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고씨는 재판 도중 변호인단을 모조리 사임시키는 등 다소 고전적인 꼼수를 쓰기도 했다네요. 다시 변론하겠다고 공판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했거든요. 재판부는 이 정도 꼼수에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변호인은 집요했습니다. 9일 선고공판에서 다시 한번 피고인을 신문하겠다며 변론 재개를 신청했죠.
    2023. 2. 9.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QRC뱅크 사기 혐의 선고 中
    재판부: 특별히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변호인: 서면을 통해 변론 절차 진행에 대한 의견 말씀 올렸습니다만, 5분 보완해서 말씀 올려도 될까요?

    재판부: 네네, 말씀하세요.

    변호인: 재판부가 아시는 원론적인 내용입니다만 형소법상 변호인 신문권은 고유권으로서, 피고인과 관계없이 변호인이 독자적으로 갖는 권리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변호인이 피고인 신문을 원했는데도 (하지 않고) 판결하면 소송절차에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고인신문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대법원이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주십시오. (중략) 또 유·무죄가 바뀔 정상이 있고 사정 변경 가능성도 있어, 피고인신문을 통해 재판장님께 소상히 설명드리고자 절차진행 의견서를 올린 바 있습니다.

    재판부: 지금 피고인신문 진행 가능하세요?

    변호인: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는 통지를 받아서, 오늘 준비해오지 못했습니다.

    재판부: 오늘 준비되지 않았으면 선고 진행하겠습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신문을 요청하면서 정작 당일에는 준비조차 해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처럼 대놓고 꼼수를 부리는데 이를 받아줄 재판부는 없겠죠. 검찰의 항소로 2심에서는 형량을 놓고 다시 한번 다툴 예정인데요. 이번에는 아무 꼼수없는 재판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들이 전하는 살아 숨 쉬는 법정 이야기 '법정 B컷'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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