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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격투기에 진심 '순정파이터' PD "기술보단 '중꺾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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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EN:]격투기에 진심 '순정파이터' PD "기술보단 '중꺾마'"

    핵심요약

    SBS '순정파이터'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
    안재철 PD가 밝힌 '순정파이터' 제작의 모든 것

    SBS 예능프로그램 '순정파이터'의 안재철 PD. SBS 제공SBS 예능프로그램 '순정파이터'의 안재철 PD. SBS 제공농구에 골프, 이젠 격투기까지. 벌써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만 세편째인 SBS '순정파이터' 안재철 PD는 이제 '베테랑'이다.

    원래 스포츠 PD로 입사했다는 안 PD는 예능 제작 부서에서도 자신의 주특기를 살렸다.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 '편먹고 공치리' 등은 모두 그의 기획 아래 탄생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순정파이터' 역시 이런 안 PD의 '진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 격투기를 대하는 마음 자세만 봐도 그렇다.

    사실 '서로 맞고 때리는' 이미지의 격투기를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가져오기 결코 쉽지 않았다. 지상파 채널이란 점도 그랬지만 사람의 몸과 몸이 부딪치는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이기에 그걸 담아내기가 어려웠다고. 또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도전자들 중 선발을 해야 하는 시스템도 그랬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격투기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지금, 안 PD와 멘토 추성훈·김동현·정찬성·최두호 선수는 격투기가 어떤 스포츠인지 알리고,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하나 하나 프로그램을 쌓아 올렸다. 시청률과 관계 없이 프로그램에 정성을 다한 그들의 노력에 어느새 '과몰입'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학교 폭력(이하 학폭)에 상처 받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참여한 도전자 '샌드백'에게는 뜨거운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제 4회 만을 남겨둔 '순정파이터'는 어떤 마음으로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을까.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재철 PD가 답했다.  

    Q 지상파에서 서로 맞고 때리는 격투기 예능,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제가 방송사에 입사해서 PD로 일한 지가 17년 정도 됐는데 한 해, 한 해 갈수록 시청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새로운 매체나 방송은 너무 많아진다. 그 변화를 쫓아가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SBS에서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하는 것 자제가 스스로에게 도전인 케이스다. 보통 격투기라고 하면 잔인하거나 폭력적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이야기 하기를, 링 위에 심판이 있고 어떤 무기 없이 정말 자기의 주먹과 몸으로만 하는 가장 공정한 스포츠라고 하더라. 단순히 싸움이 아니라 운동선수로서 여기에 대한 꿈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Q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도 추성훈 선수가 등장한다. 요즘 스포츠를 넘어 이렇게 '몸'을 다룬 '피지컬 예능'이 각광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A 저도 '피지컬: 100'을 봤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지 않나. 특히 추성훈 선수가 우리 프로그램도 나오니까 피드백도 받고 하는데 몸을 쓰는 예능이 돋보이는 이유는 정말 솔직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도 도전자들, 그리고 멘토들의 솔직함과 진실함을 시청자들이 보시는 것 같다. 희한하게 저희도 편집을 하고 나면 그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웃기는 것만이 예능적인 재미가 아니라 스포츠로서의 치열함을 가지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도전자들이 오늘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버티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그랬다.

    왼쪽부터 정찬성·최두호·추성훈·김동현 격투기 선수. SBS 제공왼쪽부터 정찬성·최두호·추성훈·김동현 격투기 선수. SBS 제공Q 추성훈·김동현·정찬성·최두호 선수 멘토 4인은 어떻게 섭외가 됐나

    A 일단 추성훈·김동현·정찬성을 만나서 그들의 '케미'를 발견했다. 좀 보지 못했던 조합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특히 격투기 후배들을 키우고 발굴하는 것에 세 분이 굉장히 공감을 해서 의기투합했다. 이후에 정찬성 선수가 강력 추천해서 최두호 선수가 들어오게 됐다. 그래서 격투기 '사대천왕'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

    Q 학폭 피해자였던 도전자가 '샌드백' 이름을 달고 격투기에 임해 화제가 됐다.

    A 맞다.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단순히 주먹이 센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왜 싸우는가'를 보여주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김동현 선수도 어렸을 때는 굉장히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고 하지 않았나. 놀림도 많이 당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샌드백' 선수가 딱 왔을 때 정말 공감하면서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었다. '샌드백' 선수 영상에 달린 댓글 반응 등을 통해서 우리 주변에 많은 '학폭'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서사 중심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어떻게 성장할 지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Q 멘토 4인방이 이 프로그램에 진심이라고 하던데

    A 합숙 때 보면 정말 이를 악물고 서로를 넘기려고 하더라. 운동 선수들의 승부욕이 상상 이상이었다. 알게 모르게 그런 경쟁이 있다. 이렇게 네 분이 한 프로그램으로 만난 게 처음인데 지금은 엄청 친해졌다. 사실 도전자들을 엄청 훈련 시켰다. 추성훈 선수나 김동현 선수는 방송 스케줄이 없으면 체육관에 모여서 훈련을 엄청나게 시켰다. 비용 이런 거 상관없이, 정말 회식도 자비로 하시면서 그랬다. 그만큼 격투기를 좋아하고, 이런 선수들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책임감이 있었던 거다. 제작진이 가장 감사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멘토들과 도전자들이 굉장히 끈끈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특히 추성훈 선수 같은 경우는 명경기를 보인 선수에게 자기 애장품 시계를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이 시계를 받은 도전자도 나온다.

    SBS '순정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캡처SBS '순정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캡처Q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서 새롭게 알게 된 멘토들의 매력이 있다면

    A 김동현 선수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란 걸 한 번 더 느꼈다. 김동현 선수라고 하면 '놀라운 토요일', '집사부일체'가 생각났는데 정말 레슬링 기술에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더라. 너무 멋있었다. 추성훈 선수도 그렇지만 두 사람이 촬영을 10시간 하고 나서도 그 밤에 운동을 열심히 한다. 도전자들을 보면서 자기들도 뜨거워지고 있다고 하더라. 정찬성·최두호 선수는 아직 방송인이 아니라 엄청 순수함이 있다. 정찬성 선수는 훈련할 때는 정말 힘들게 하지만 그 따뜻함도 있어서 개인 카톡(카카오톡)으로 도전자들을 다 체크한다. 최두호 선수 경기도 이제 엄청나게 응원하면서 제가 보게 됐다. 저 자신도 격투기에 대한 매력을 알아가면서 좋아하게 됐다.

    Q SFC 서바이벌 8강전을 앞두고 있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A SFC(SBS Fighting Championship)가 사실 정식 대회다. 격투기가 부상이 불가피한 운동이라 도전자들이 큰 부상을 입지 않고 결승까지 치를 수 있게 안전에 치중했다. 그래서 하체의 뼈가 부러질 수 있는 기술, 안면 니킥 등은 없이 가기로 했다. 일단 4강전까지는 멘토들과 이야기를 나눠서 권투 글러브와 종아리 가드를 착용하고 경기를 진행한다. 체중이 승패의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어서 공정성을 위해 체급을 경량급, 중량급 둘로 나눴다.

    8강전은 라이벌전이다. 양 팀의 멘토가 누구와 누가 싸웠을 때 재미있을까를 의논해서 대진표를 짰다. 지금 시점에서는 시청률보다 명경기가 나왔으면 좋겠단 바람이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멘토들이 '이런 경기 너무 오랜만에 봤다'고 할 정도로 명경기가 있다. 그 감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도전자들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 드리고 싶다. 얼마나 생생하게 이걸 전달할 수 있을지 초점을 맞춰서 편집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스파링과 스토리에 집중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경기적인 부분에 집중할 것 같다.

    SBS '순정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캡처SBS '순정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캡처Q 분명 마니아 층은 생겼는데 시청률 반향까진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

    A 당연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격투기가 굉장히 뜨거운 스포츠고, 유튜브에서도 인기가 있고, 특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4대 천왕을 모셨고, 이 분들도 열정 있게 해주시니까 더 잘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격투기를 보는 사람 자체가 '마니아'더라. 용어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격투기 저변을 좀 넓히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격투기는 아직까지 '하는' 스포츠보다 '보는' 스포츠에 가깝다. 현직에 진출한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수들을 모으고 싶은 게 저희 멘토들의 바람이다. 어린 선수들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거다.

    Q 이용진·박나래·김민경을 투입한 이유는

    A 박나래씨 같은 경우는 3개월 정도 격투기에 완전 빠져서 UFC 강의를 거의 다 보셨다고 하더라. 저보다 격투기 지식이 더 많고, 정찬성 선수와도 개인적 친분이 있다. 지금 십자인대 부상인데 다 나으면 체육관에 가서 훈련해서 다시 격투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정찬성 선수 팀의 서포터즈, 즉 그 팀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김민경씨도 굉장히 오랜 기간 김동현 선수한테 격투기를 배웠고, 사격 국가대표까지 하면서 모든 운동에 만능이지 않나. 격투기 흐름도 캐치를 잘한다. 이용진씨도 격투기를 좋아한다. 이 세 분을 통해 더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Q 예능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면서 격투기란 종목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A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누가 봐도 지는 경기였는데 정신력으로 역전을 하고, 그런 경기들이 계속 발생한다. 응원을 듣고, 선수들이 정말 포기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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