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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하에 저수지 입수…극한 상황서 조종사 구하는 'S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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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르포]영하에 저수지 입수…극한 상황서 조종사 구하는 'SART'

    공군 항공구조대 혹한기 훈련 현장을 가다

    영하 5도에 얼음물 입수한 기자…15분 넘겼다간 저체온증
    공군은 전투기가 핵심 전력…조종사가 바다나 호수에 빠지면?
    조종사 구하기 위해 24시간 대기하는 '항공구조사(SART)'
    '구조 특수부대'라는 특성상 고난이도 기술과 훈련 요구
    다재다능한 능력 살려 평시 재난에 국민 생명 구해

    잠수복을 입고 혹한기 훈련 현장 저수지에 들어간 기자잠수복을 입고 혹한기 훈련 현장 저수지에 들어간 기자충북 진천에 있는 넓은 초평저수지엔 바람이 분다. 영하 5도 안팎의 기온과 맞물려 더 춥다. 준비된 잠수복을 입고 지퍼를 단단히 채웠다. 공군 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SART) 대원들이 삼각형으로 파 놓은 구멍에 뛰어들었다. 발끝이 살짝 땅에 닿는 느낌과 함께 냉기가 온 몸을 감쌌다. 물 속은 영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춥다. 입고 왔던 옷과 잠수복 사이로 공기가 들어와 몸이 물에 뜨려고 했다. 이대로 몇 분 정도는 괜찮지만 더 오래 있다간 저체온증에 걸려 목숨을 잃기 딱 좋다.

    공군 조종사는 바다나 강 상공에서도 임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항공기에 문제가 생겨 추락했을 때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5분 남짓. 이런 일이 생길 때 충북 청주 17전투비행단의 6탐색구조비행전대에는 비상출격(scamble)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대기 중이던 항공구조사들이 헬기에 타고 즉각 출동해 조종사를 구해 온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3일 SART 대원들이 한창 혹한기 훈련을 벌이고 있는 초평저수지를 찾아 이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직접 얼음물에 들어가 그 노고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서해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와 한미 스텔스 전투기들. 만약 이들이 추락하면 조종사를 구해 오는 것이 항공구조사들의 임무다. 국방부 제공서해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와 한미 스텔스 전투기들. 만약 이들이 추락하면 조종사를 구해 오는 것이 항공구조사들의 임무다. 국방부 제공육군의 전투병과는 보병, 포병, 기갑 등이다. 해군의 대표적인 전투부대는 적을 공격하는 수상함과 잠수함으로, 해군은 배 1척을 무조건 1개의 부대로 취급한다. 같은 원리로, 공군의 전투부대는 전투기를 주축으로 한다. 그런데 전투기는 조종사가 없으면 뜨지 못한다. 뜨지 못하는 비행기는 의미가 없으므로, 공군 전력은 항공기 숫자로 계산하지 않는다. 출격횟수(sortie)로 계산한다.

    말인즉슨, 조종사가 없으면 공군은 무용지물이 되는데 조종사는 양성에 돈이 많이 든다. 돈보다는 시간이 더 문제다. 신임 전투조종사 한 명이 탄생하는 데 몇 년, 숙련되려면 또 몇 년씩 시간이 걸린다. 전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때뿐만 아니라 평시 훈련비행 또한 위험도가 높다. 당장 우리 군에서 벌어진 항공기 추락사고 중 절대 다수가 평시 훈련비행 중에 벌어졌다.

    공군 제공공군 제공그렇기에 공군은 적진에 미리 침투해 항공폭격이나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공정통제사(CCT)와 함께, 이러한 조종사들을 구해오기 위한 전문기술을 보유한 항공구조사(SART)를 양대 특수부대로 운용하고 있다. 미군 또한 '파라레스큐(Pararescue)'라는 부대를 운용한다. 낙하산을 타고 침투해 조종사를 구조한다는 뜻이다.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의미하는 'Eject' 무전을 기지에 날리면, 17전투비행단에 있는 SART 주둔지에 비상출격을 명령하는 알람이 울린다. 대기 중이던 항공구조사들을 태운 헬기가 현장으로 출동, 추락한 전투기에 몸이 끼어 갇혀 있든 산에 숨어 있든 물에 빠져 있든 구해 오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조종사가 목숨을 잃는다면 시신이라도 수습해 와야 한다.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고딕 서펜트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서, 작전 중 추락한 블랙 호크 헬기 조종사들의 시신을 수습한 것도 미군 파라레스큐 대원들이다.

    공군 제공공군 제공영하의 날씨 속에 벌어진 이번 훈련은 겨울에 강이나 호수, 바다에 조종사가 빠졌다는 설정으로 진행됐다. 조종사들은 연막탄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곧이어 도착한 항공구조사들이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든다.

    구조사들이 몸 상태를 확인한 뒤에는 헬기 조종사에게 수신호로 상황을 알린다. 그러면 탐색구조헬기가 낮은 고도로 접근해 구조용 인양기(호이스트)를 내리고 고리, 바스켓, 들것 등 각종 구조장비를 통해 헬기로 끌어 올린다.

    공군 제공공군 제공항공구조사들은 헬기 안에서도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시행하면서 조종사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으로 후송한다. 이러한 임무 특성상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부대가 SART다.대원 모두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고, 7주 동안의 잠수 훈련은 물론 산악극복 훈련, 전투 훈련, 전술적 전투 사상자 처치(TCCC)까지 배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투가 이들의 주된 임무는 아니지만 임무 특성상 적진에 침투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교전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침투하는 방법 자체도 일반적인 낙하산 강하는 기본, 육군 특수전학교에서 고공 낙하산 침투 등도 배운다. 적 몰래 들어가 몰래 조종사를 구해 와야 해서다.


    이러한 기술들을 모두 습득하고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항공구조사 이수명 상사의 팔에는 고공, 낙하산 정비 등 각종 어려운 교육을 받았다는 마크가 잔뜩 붙어 있었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구조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평소 끊임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반드시 구조한다'는 항공구조사의 임무 구호처럼,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난된 조종사와 전우는 우리가 구하러 간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는 항공구조사들. 공군 제공2020년 8월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는 항공구조사들. 공군 제공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덕에, 평시에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구하기 위한 임무에 투입된다. 사전에 예고를 하고 오는 재난은 없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의명(依命, 사전계획 없이 명령에 따름)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특수부대가 임무를 맡기 적합하기도 해서다.  

    대표적인 예로 항공기 사고 구조, 환자 응급처치·후송, 각종 재해·재난 시 대민지원 등을 들 수 있다. 공군은 이들이 지난해 3월 경상북도 울진과 강원도 삼척, 강릉 지역 대규모 산불 진화 작전과 9월 포항 힌남노 태풍피해 지역 인명구조 작전에도 투입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공군 제공공군 제공이수명 상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임무를 정해서 훈련을 하지 않고 그 상황에 맞춰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어떤 상황에서 조종사가 비상탈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겨울이면 겨울,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호수면 호수 가리지 않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전대 신행종 특수탐색구조대대장(중령)은 "이번 훈련은 혹한의 악조건 속에서도 구조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임무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조난 상황을 가정한 실전적 훈련으로 전천후 구조작전 능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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