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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남김없이 다 탔다"…설직전 터전 잃은 구룡마을 '망연자실'



사건/사고

    [르포]"남김없이 다 탔다"…설직전 터전 잃은 구룡마을 '망연자실'

    구룡마을 주민들 전한 긴박했던 상황 "LPG 가스통 '뻥뻥' 터졌다"
    누전 가능성 제기, 분통 "노후화된 전선, 비 올 때마다 지지직거렸는데도 방치"
    설 연휴 하루 앞둔 큰 불 완전 진화…주민 500여 명 대피
    경찰·소방 사고원인 조사 중…구청·군부대 등 900여 명 총동원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뭔가 이상해서 문을 열어보니 옆라인 집들이 활활 타고 있었어. 그대로 잠옷 바람으로 나와서 '불났어요' 고함을 질렀어.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빨리 나오라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구룡마을 화재 사건의 최초 신고자 신모(70)씨는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소실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화재 발생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7분쯤 구룡마을 4지구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는 오전 11시 46분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은 불이 난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오전 7시 26분 2단계로 상향했다가 오전 10시 10분 초진이 완료되면서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번 화재로 비닐과 합판 등으로 만들어진 판잣집 60채가 탔다. 마을 주민 500여 명이 대피했으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재민은 62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구청이 마련한 강남지역의 호텔 4곳에 머물 예정이다.
     
    이날 의용소방대 건물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룡마을 주민들은 급히 나온 탓에 내복과 슬리퍼 그리고 겉옷만 간신히 챙겨 나온 차림이었다. 한 주민은 취재진의 질문에 "남은 것 하나 없이 다 탔다"며 이내 말을 잇지 못한 채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최초 신고자 신씨는 구룡마을 4지구 통장이다. 화재 발생 당시를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씨는 "6시 10분쯤, 화장실을 가려고 부엌에 나왔는데 갑자기 전기 형광등이 '반짝'하면서 지지직거렸다. '아 이거 왜 이러지. 이상하다' 생각하고 볼일을 보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냉장고에서도 갑자기 '찍찍'거리는 소리가 났다"며 "뭔가 이상해서 문을 열어보니 옆 라인 집들이 활활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대로 잠옷 바람으로 나와서 '불났어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빨리 나오라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며 "119 신고도 내가 먼저 했다. 그래서 빠르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화재 현장에 직접 들어가 진화 작업을 도운 주민도 있다. 구룡마을 주민 A씨는 "불이 났을 때 마을에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가스통이 터지는 소리가 뻥뻥 들렸다"며 "불이 너무 커지겠다 싶어서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6단지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가스통 50개를 잠갔다"고 말했다.
     
    A씨는 "터질 것이 터졌다"며 노후화된 전선이 그대로 방치된 것이 화재가 커진 이유라고 추측했다. 이어 "불이 나면 전선들이 들러붙기 때문에 합선되면서 화재가 커진다. 이 동네 전기선들은 노후돼 전선이 벗겨져 있는 데가 많다"며 "비 올 때 전선에서 다다닥 하는 소리가 나더라도 소방에서 관할 아니라며 손을 안 댄다. 그럼, 불이 나야 와서 조치해 준다는 소린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경기도 안산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시민도 있었다. 박진희(40)씨는 "새벽에 불이 났다는 어머니 전화를 받고 급히 왔다. 아이들 어린이집도 못 보내고 혼비백산한 상태였다"며 "불이 시작된 곳으로부터 조금 위에 있는 집은 완전 다 탔다고 하는데 현장 통제 중이라 가보진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도 "그래도 다행히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에 이상은 없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룡마을 화재 대응에 있어 소방 197명, 강남구청 300명, 경찰 320, 군부대 100명 등 총 900여명이 동원됐다.

    소방 관계자는 완전 진화를 선언한 뒤 있은 브리핑에서 화재 원인에 대해 "앞으로 경찰과 소방이 정밀하게 합동조사를 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기름 운반 공사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현장을 찾아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현장을 찾아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재 발생 보고를 받은 후 오전 7시 20분쯤 현장을 찾아 진화 작업을 지휘했다. 오 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에 이재민 주거 이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스위스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소방당국에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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