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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선원 안전 노사정 합의 1년 지났는데…이행은 '허송세월'[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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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漁선원 안전 노사정 합의 1년 지났는데…이행은 '허송세월'[노동:판]

    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1년 전, 극도로 열악한 어선 선원을 위해 노사정이 경사노위에서 뭉쳤습니다. 해수부와 노동부로 나뉘었던 어업 안전관리체계를 해수부로 일원화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후속 조치들도 강구하기로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법 개정 작업을 맡은 협의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노사와 동력을 잃은 정부, '합의 이후' 이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는 경사노위까지…법 개정 작업의 첫 단추도 꿰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 위 선원들은 죽고, 다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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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 노동자들보다 수십 배 위험한 노동환경에 내몰려있는 어선 선원 노동자를 위해 노사정이 사회적 합의를 이뤘지만, 정작 후속 조치는 1년째 '공회전'만 거듭해 아무런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년 전, 어선 선원 안전 위해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 이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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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의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회는 '어선원 안전·보건 보장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선언했다.

    당시 노사정이 합의에 나선 이유는 극도로 위험한 어선원들의 작업환경 때문이다.

    지난해 육상의 일반 임금노동자 1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의 비중을 뜻하는 '사망사고만인율'은 0.43‱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어선원재해보험의 가입자 4만 9012명 가운데 93명이 숨졌다. 만인율로 계산하면 18.97‱에 달하는 수준으로, 일반 임금노동자와 단순 비교하면 재해 사망자 비중이 44배가 넘게 높은 것이다.

    또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가 집계하는 한국선원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한 해에만 3423명의 선원들이 사망, 상병, 장해 등 직무상 재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선원들의 극도로 위험한 노동환경을 초래한 구조적 문제로는 어업계의 산업안전보건을 관리하는 정부 체계가 통일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로 지적돼왔다.

    그동안 상선이나 20톤 이상 어선은 해양수산부가 선원법으로, 20톤 미만은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나누어 관리하다보니 어업계 안전보건 체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 노사정은 해수부가 모든 어선의 안전보건체계를 일원화해 관리하도록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개정안에 선주·선장의 안전보건 조치 준수 의무를 담고, 선원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등의 내용도 담기로 했다.

    당시 경사노위 논의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법무법인 지평 권창영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육상 사업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고, 해양 노동을 대상으로 한 안전법이 아니다"며 "선원법에는 안전보건 규칙을 해수부 장관이 제정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는데, 아직 만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박안전법도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법이 아니라 해상의 안전 확보를 위한 법이어서 결국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관련 입법이 불비한 상태였다"며 "이 때문에 특별법 제정이 필요했고,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으로 해법을 찾은 것"이라고 정리했다.

    1년 간 회의는 5차례, 마지막 회의는 6월…노사정 합의해놓고 이행은 '함흥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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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어선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노사정 합의는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주무부처인 해수부에 TF를 꾸리고 노사정 협의체도 세웠지만, 정작 협의체 회의는 지난 1년 동안 단 5차례만 열렸다.

    게다가 지난 6월 20일 마지막 5차 회의를 진행한 뒤로는 5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중이다. 일각에서는 '역시 윤석열 정권에서 산업안전 관련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지 않느냐'는 냉소 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그나마 5차례의 회의 동안에도 수협중앙회 등 선주 측과 선원 노동자를 대표하는 한국노총 전국해상선원노련은 팽팽히 맞선 채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개정안 준비 작업은 '올스톱' 상태다.

    법 개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선원근로감독관 증원, 어선·조업설비의 현대화 등 개정안을 토대로 추진해야 할 관련 후속조치들도 줄줄이 멈춰섰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일단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이를 토대로 정부가 개정안을 준비할텐데, 도무지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야당의 한 의원실에서도 법 개정을 추진한 일이 있지만, 노사 입장 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결국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선원노련은 어선원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선내안전보건기준 등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주 측은 과도하게 기준을 강화하면 영세한 어선 선주·선장이 제대로 지킬 수 없어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원노련 수산정책본부 김근용 국장은 "노조는 사고 예방에, 선주와 정부는 재해 이후 대응에 집중하다보니 합의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20톤 미만, 이상 선박의 선원들을 하나로 합쳐 다루다보니 비교적 20톤 이상 선원들의 처우 개선이 매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라며 "20톤 이상 선원들의 처우를 어느 정도 개선한 다음 같이 가자는 내부 의견도 있어 단계적인 접근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 모두 '의지 부족' 논의지형부터 문제…"정부가 리더십 발휘하고, 전문가 도움 받아야"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어선원들의 산업 안전을 위한 현재의 논의지형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사정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규제를 받아야 하는 선주는 물론, 20톤 미만 선원이 소속되지 않은 선원노련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정권이 바뀌면서 해수부 TF 인력도 축소·물갈이됐고, 결국 해수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동력을 잃은 채 손을 놓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는, 어선원 산재 통계 개편 방안의 후퇴를 들 수 있다.

    현재 모든 어선원들의 산업재해 현황을 드러내는 통계가 없어서 위에 언급된 어선원재해보험 통계가 대신 사용된다. 이마저도 3톤 미만 선박은 재해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형 선박의 재해 현황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노사정 합의를 계기로 해수부가 어선원 재해예방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현재는 어선원재해보험의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표하는 선에서 그치기로 방향을 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사이버대학교 강태선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당사자인 어선원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데다 선원노련의 조합원이 아니고, 선주들은 당연히 법 개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관 부처인 해수부도 의지를 보이지 않고 1년 동안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TF 논의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합의를 이뤘던 경사노위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장기간 열리지 않은 바람에 어선원위의 노사정 합의는 아직 본위원회 의결을 받지 않아 공식 합의문으로서 효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의 노사정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경사노위 이행점검위원회에 대해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는데, 어선원 안전에 관한 합의의 경우에는 아예 이행점검위의 점검 대상에 오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강 교수는 "결과적으로 경사노위 합의가 무시되고 있는 셈이고, 어선원들의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은 것"이라며 "경사노위도 합의를 이루는 데 멈추지 않고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번과 같은 경우 합의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합의 당시 위원장 역할을 맡았던 해기인력정책연구소 전영우 소장은 "총론은 찬성하는데 각론에 들어가면 서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니 정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공익적 성격을 갖는 전문가가 협의체 논의에 참여하면 완충 작용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 소장은 "중립적인 전문가 그룹을 포함해 내년 연초쯤 협의체를 새로 출범하고, 중재안을 마련해 논의의 속도를 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근용 국장은 "선주 측과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정 논의 끝에 그동안의 요구 수준보다 다소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노련 내 지역본부 등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최종 의견을 모으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협의체 회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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