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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희생자 유족, '어글리 코리안'에 두 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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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희생자 유족, '어글리 코리안'에 두 번 눈물

    외국인 희생자 본국 송환 과정서 시신 운송업체 선지급 요구
    외국인 장례비 지원 발표나오자…금액 '뻥튀기' 의혹도

    지난 10월 31일 오후 한 외국인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압사 사고 추모공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0월 31일 오후 한 외국인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압사 사고 추모공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숨진 외국인 희생자의 시신을 본국에 송환하는 일부 업체들이 불합리한 조건을 내걸어 폭리를 취하려고 하면서 유족들이 시신 운송에 애를 태우고 있다.
     
    3일 외국인 지원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등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거주하던 고려인 A씨 등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2명의 시신을 본국에 송환하는 데 유족들이 비용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유족들은 시신 운송 대행업체로부터 각각 1000만원을 선지급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유족들은 자금을 구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당 외국인들의 시신은 오는 4일 강원도 동해를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여객선을 통해 운송될 예정인데, 업체가 출항 전 비용을 내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급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가 선지급을 요구하자 시신 운송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동해에서 러시아를 오가는 여객선은 1주일에 1차례만 운항한다. 유족들이 이날까지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면 빨라야 1주일 뒤에나 송환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 유지비용은 추가돼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번 참사의 유일한 태국인 희생자인 27세 여성 B씨 유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여성의 경우 시신 운송 비용으로 1500만원을 요구받았다. B씨 유족 역시 운송업체로부터 선지급을 요구받았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외국인 사망자에게도 구호금 2000만원과 장례비용 1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급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지원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할로윈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류영주 기자
    외국인 지원단체들은 시신 운송 대행업체들이 정부의 외국인 사망자 장례비용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사망자에게 지급할 지원금을 그대로 운송업체가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선지급을 요구하면서 외국인 사망자 유족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관계자는 "정부가 구호금과 장례비용 포함 35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원금에 맞춰 운송비를 요구하는 추세"라며 "태국이나 러시아, 스리랑카 등의 희생자 유족 입장에서는 1000만원이 넘는 자금을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신 운송비용으로 3500만원을 요구한 업체도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유족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무리하게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태국인 사망자 B씨의 경우 운송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본국으로 송환된 스리랑카 국적 사망자 C(26)씨의 시신 항공 운송 비용은 시신 방부 처리 비용을 포함해 800만원 수준이었다. 스리랑카는 태국과 맞닿아 있는 국가다. 스리랑카와 맞붙어 있는 태국으로 시신을 운송하는 데 2배 가까운 비용이 들아가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C씨의 시신을 운송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다른 국가 시신 운송 비용이 과다하다며 대신 운송할 수 없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운송업체들이 각 국가와 맺고 있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BS노컷뉴스는 선지급과 비용 청구가 과다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업체와 통화와 문자 등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일대에서 다중밀집사고가 발생했다. 핼러원을 앞둔 주말 밤 비좁은 골목에 모여 있던 인파 중 일부가 넘어지면서 156명이 숨지고 172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숨진 156명 중에는 14개국 출신의 외국 국적자 26명이 포함됐다. 국적별로 보면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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