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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韓 원전수출도 가로채 갔나?



미국/중남미

    미국, 韓 원전수출도 가로채 갔나?

    핵심요약

    한미, 폴란드서 원전 입찰 경쟁
    미 기업, 한수원 상대 소송 제기
    미-폴란드 장관, 워싱턴서 회동
    이후 폴란드, 미 업체 선정 예고
    미, 韓 묵사발 만들었나 팩트체크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오른쪽) 에너지부 장관이 폴란드 야체크 사신 부총리를 만나고 있다. 폴란드 기후환경부 제공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오른쪽) 에너지부 장관이 폴란드 야체크 사신 부총리를 만나고 있다. 폴란드 기후환경부 제공
    지난 20일 폴란드 언론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폴란드의 신규 원전 건축 사업과 관련한 의향서를 조만간 폴란드 업체들과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21일 폴란드 원전 사업을 놓고 한수원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한국전력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의 차세대 원전(APR1400)에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적용돼 해외 수출을 위해선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 등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틀 뒤 미국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폴란드 정부 대표들을 워싱턴DC에서 만난 뒤 이번에는 폴란드가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발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드 뉴클리어 뉴스(WNN)에 따르면 양국 장관급 회담 직후 폴란드 안나 모스크바 기후장관은 "오늘 우리는 미국이 제안한 결정적 요소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측에서 명확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나는 앞으로 며칠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정부 결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도 역시 회담에 참석한 폴란드 야체크 사신 부총리가 "폴란드의 안보 구조에서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들을 종합하면 폴란드는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 정부가 '결정적인 요소를 제안'해옴에 따라 미국 기업을 원전 사업자로 선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다 된 밥에 또 다시 미국이 재를 뿌리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중이다.
     
    "한미 동맹 강화가 이런거냐?", "원전 수출은 윤대통령 핵심공약인데, 미국이 묵사발을 만들었다"는 반응들이 그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한 법을 시행한 이후 생긴 '반미 감정'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원전 수출 경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부정확한 정보 전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우선 미국과 폴란드간 회담은 미국이 아닌 폴란드 대표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대표들은 당초 양자회담을 위해서 미국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행사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즉 미국 정부가 폴란드 정부를 '불러서' 압력을 넣은 그림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폴란드가 추진중인 원전은 전체 10여기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업이어서 어느 한 해외 업체만 계약을 체결할 수도 없다고 한다.
     
    이번에 폴란드 부총리가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곳은 정부가 발주한 루비아토보·코팔리노 일대의 원전 6기 건설 사업을 말한다.
     
    한수원이 사업 의향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20일 보도된 원전 사업은 퐁트누프 지역에 짓는 사업으로 별개의 사업이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폴란드 대표가 이번 주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도 한수원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퐁트누프 지역 원전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자로 예고된 비아토보·코팔리노 지역 사업에도 한수원이 경쟁 입찰중이라는 점에서는 미국 정부의 입김으로 한수원이 탈락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웨스팅하우사와 한수원간 소송전으로 번진 지적재산권 침해 이슈도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가 해외에 원전 수출을 하기는 이명박 대통령 때 UAE에 수출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에도 웨스팅하우스가 자사의 기술을 활용해 수출한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수원이 '로열티'를 제공하는 선으로 해결됐다고 한다.
     
    그 이후 한수원이 추가 해외 수출을 시도하자 웨스팅하우스는 또 다시 문제제기를 해왔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때에도 우리 원전의 해외 수출을 놓고 미국과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도 제3국 원전 시장 진출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도는 좋았을지언정 웨스팅하우스의 이번 소송으로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할 한미 정부로서는 다시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이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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