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지난 주말 온 나라가 카카오톡 불통 사태로 혼란스러울 때 또 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토요일 새벽 경기도 평택에 있는 파리바게트 빵을 만드는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제빵기계 사이에 끼어 숨졌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이 여성 근로자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홀로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생산라인 벨트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SPC측은 17일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사과문이 젊은청춘의 영혼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사고재발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부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어이없이 죽어나가는 일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연합뉴스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산재)로 사망한 근로자는 1142명에 이른다.
이 중 질병이 아닌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446명이나 된다.
최근 5년 동안 산재 사망자가 매년 대략 2천 명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산재 사망자는 예년보다 대폭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1만명 당 산재사망자 비율은 0.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최고 결정권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지 않고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 당시부터 움튼 저항은 시행 이후까지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을 옥죄는 악법"이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전경련측은 최근 "기업인들을 전과자로 만들고 있다"며 "지나치게 과중한 처벌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중대재해법이 위헌이라는 위헌 제청까지 제기됐다. 위헌 제청 당사자는 중대재해법 '기소 1호'인 두성산업이다.
에어컨 부품을 만드는 두성산업에서는 근로자 16명이 독성 화학물질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한 기업이다.
중대재해법에 모호한 책임소재 등 일부 보완해야 할 사안이 있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이 법을 재계와 기업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완전 무력화시키는 것은 산재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 중대재해법에 따르더라도 산재가 발생한다고 해서 항상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도 아니다.
유해, 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불감증과 산업재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마지막 안전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 1년도 안된 이 법을 마구 흔드는 것은 꽃다운, 고귀한 생명을 모욕하는 처사다.
평택 공장에서 젊은 여성이 기계에 끼어 숨지기 불과 하루 전날에도 서울지하철 3호선에서 50대 근로자가 스크린도어 교체 작업 도중에 역사에 진입하는 전동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계속 중대재해법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금은 법 탓을 할 때가 아니라 일터의 환경 하나라도 점검하고 보강하는 일에 몰두할 때다.
얼마나 더 고귀한 생명을 잃어야 중대재해처벌법 탓을 하지 않을 것인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더 이상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손짓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