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19일로 예정되고 재선인 이용호 의원이 15일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주호영 추대론'의 당사자였던 주 의원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이날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이 불가피해졌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주 의원이 경선에 참여해 압도적인 표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추대'를 받을 가능성까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추대론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윤심'의 향방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이용호 의원은 "당이 큰 위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서도 원내대표 돌려막기, 추대론 등 과거 회귀적 발언들만 나오고 있다"고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기자들에게도 "추대보다는 건전하고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라며 "훌륭한 많은 다선의원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망설이며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하고 먼저 경쟁의 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출마로 '주호영 추대론'이 불발되면서 주 의원이 경선에 도전할 지가 남은 변수가 됐다. 주 의원은 이 의원의 기자회견 후 '경선이 치러져도 원내대표에 출마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체 상황을 보고 있다. 답을 안 드리겠다"고 답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용호 의원이 훌륭한 분이시지만, 입당 기간과 당내 세력 등을 감안할 때 선출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따라서 이 의원의 출마가 '주호영 추대론'을 아예 꺼뜨렸다고 보긴 어렵고, 경선에 주 의원에 나와서 사실상 추대되는 모양새로 만들 시간은 아직 남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주 의원이 어떻게 반응할 지 살펴야 한다"며 "직전 권성동 원내대표 선출 때에도 추대 분위기였다가 조해진 의원이 출마하며 형식상 경선을 치른 것처럼, 이용호 의원 혼자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 주 의원과 맞붙을 경우 무늬만 경선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특히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호영 체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주 의원의 출마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윤심을 벗어난 '권심'이 있기는 힘들다(국민의힘 초선의원)"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엄중한 상황인 만큼 모양새가 좋게 끝나면 좋다. 당의 단합된 모습도 보이고…"라며 여전히 경선보다는 추대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인 14일에는 오찬을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과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는 새 원내대표에 5선의 주호영 의원을 추대해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지금 당 상황은 위기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지경인데, 원내대표 선거가 국민들에게 내부 권력 다툼으로 비춰지지 않게끔 마음을 모으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차기 원내대표의 임기를 1년보다 축소하는 방안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 상황인 만큼 추대 형식을 따르고, 내년 4월에 임기 1년의 정식 원내대표를 선출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당헌에 정해진 것이 원내대표 임기 1년인데, 임의로 줄이는 것이 원칙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추대론에 지속적으로 힘을 싣는 권 원내대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분이 다음 원내대표의 그림까지 그리려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초선 의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추대론'의 형태로 '주호영 추대론'이 이어지다보니, 이용호 의원의 출마 선언에도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는 의원들은 여전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