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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쌍방울 돈 받은 대북단체…수십억 예산 '깜깜이' 회계



법조

    [단독]쌍방울 돈 받은 대북단체…수십억 예산 '깜깜이' 회계

    2018~2020년 아태협 예산 약 40억 3천만원
    기부금 19.3억, 보조금 21억…쌍방울도 후원
    국세청 공시 허점 투성이…출처·용처 불분명
    단체 기부금 누구로부터 왔고 어디로 흘렀나
    아태협 안모 회장 "직원 실수…증빙 가능"


    쌍방울그룹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민간 대북교류 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그간 정부 보조금과 기부금 등 명목으로 40억원 넘는 돈을 유치하면서 그중 상당액을 허술하게 운영·관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단체는 언제·누구로부터·얼마나 기부금을 받았는지 제대로 증빙하지 않았고, 돈의 사용처도 국세청 단체기부금 공시에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아태협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와 '기부금품의 수집 및 지출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이 단체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걷은 기부금은 총 19억3300만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정부나 지자체에서 받은 보조금 약 21억400만원을 더하면 예산으로 40억원이 넘는 돈을 모은 것이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쌍방울그룹이 아태협에 기부금을 내면서 경기도가 주최한 대북 교류행사를 우회 지원한 정황을 보도했다.

    아태협의 국세청 공시를 보면, 기부금이 누구로부터 왔고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불투명하다. 우선 아태협은 2018년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사업에 8억여원을 사용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북 교류행사는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 주최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직접 참석해 화제가 됐는데,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국제대회 개최를 협의했다.



    국제대회 사업비 약 8억원 가운데 결산 서류상 아태협이 사용한 용역비는 6억2천만원이었다. 그런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당시 아태협의 행사 용역을 수주한 C회사 대표는 아태협 내부 임원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내부거래인 셈이다. 기부금 증빙 내역도 엉터리였다. 2018년도 수익(12억3300만원)의 대부분인 기부금(9억4300만원) 출처가 공시에서 누락됐다. 개인 4300만원, 영리법인 9억원으로 구분한 것이 전부다.

    회계 오류는 이듬해에도 발생했다. 2019년도 단체의 총 수익은 24억6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부금이 6억4800만원, 보조금은 18억1500만원에 달하는데 역시 출처가 깜깜이다. 공시 어디에도 기부금 출처가 나오지 않는다. 기부금품 등의 구체적인 출처를 신고하는 게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공익법인의 경우 통상 세부 내역을 일반에 공개한다. 특히 같은 기간 아태협이 쓴 돈(비용) 28억9700만원 가운데 사용처를 밝히지 않는 '잡비' 명목으로 처리된 액수만 22억원이 넘는다.

    기부금 지출 명세 서류에도 자세한 사용 내역이 공시된 것은 극히 일부다. 단체는 쌍방울을 통해 일본조선학교에 1억9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후원한 내역만 기록했다. 2019년 초 아태협 안모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다. 같은 해 쌍방울과 필룩스그룹은 아태협의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고, 아태협이 추진한 사업 전반을 지원했다.

    2020년도 단체 수익 3억4200만원은 전액 기부금이라고 신고했다. 이례적으로 기부자가 전부 공개됐는데, 법인 공시에 따르면 총 15곳의 법인·개인 기부자 중 쌍방울 관계사로 확인된 곳만 10곳이다. 공시 서류상 2020년도는 수익과 비용이 3억4200만원으로 거의 같았다. 2019년도에서 이월된 자산이 없어 사실상 단체 재정이 '깡통' 상태가 된 것이다. 이듬해인 2021년도 결산 서류는 올해 6월 세부 사항이 전부 비워진 상태로 부실 공시됐다.


    쌍방울 그룹 사옥. 연합뉴스쌍방울 그룹 사옥. 연합뉴스
    경기도의 대북 교류행사를 쌍방울그룹이 아태협이라는 단체를 앞세워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아태협의 이 같은 불투명한 자금 집행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기부금의 용처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아태협 안 회장은 회계 처리나 기부금 사용처 등이 부실하게 공시된 경위를 묻자 "경리 담당 직원의 실수로 국세청에 제대로 신고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법인 통장으로 수익·지출 명세는 모두 증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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