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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이정재가 '헌트' 통해 묻고자 한 '양극화'와 '신념'



영화

    [EN:터뷰]이정재가 '헌트' 통해 묻고자 한 '양극화'와 '신념'

    영화 '헌트' 이정재 감독 <하>
    이정재가 전하고자 한 '헌트'의 주제에 관하여

    영화 '헌트' 이정재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영화 '헌트' 이정재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스포일러 주의
     
    데뷔 30년 차 배우 이정재가 영화 첩보 액션 '헌트'를 통해 감독이라는 영역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초 배우로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이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후 "대의를 위한 두 남자의 선택이 많은 공감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작을 결심했다. 이후 각본과 연출은 물론 연기와 제작까지 해냈다.
     
    그렇게 발 들인 '헌트'를 위해 4년 동안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큰 버전의 시나리오만 7개, 그 아래 세부적인 디테일들을 고친 시나리오까지 하면 수십 개가 나왔다. 절친인 정우성을 섭외하기 위해 '사고초려'(四顧草廬)도 마다하지 않았고, 연출 과정에서도 매번 회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첫 연출작으로 칸영화제에 이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정재 감독은 과연 '헌트'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배우와 감독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지금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영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부담과 책임감

     
    ▷ 아무래도 첫 연출이다 보니 두려웠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 쓸 때가 가장 공포감도 많이 있었다. 고민하다가 그만둔 감독님도 있고, 쓰다가 그만둔 분도 계시고, 되게 많은 분이 안하고 또 못 하는 걸 봤다. 나 역시 '이걸 왜 내가 끝까지 쥐고 있을까?' 생각하는 게 제일 괴로웠다. 쓰다가 투톱 구조를 균등하게 해야 하는 지점에서 막힐 때, 스파이 장르물이라는 장르성을 살리면서 마음에 안 들다 보니 거기서 또 포기하고 싶었다. 한참 써 놨는데 마지막 하나의 단추를 만들어서 꿰어야 하는 시점에서 안 될 때도 안 되는구나 포기하려 했었다.

    영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영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자칫 배우로서의 명성에도 금이 갈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모험이기도 한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연출하기로 결심하기까지 고심했을 듯하다. 연출을 도전하게 한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결국 주제인 거 같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머지 부분은, 그게 화려한 액션이 됐든 긴장도 넘치는 심리전이 됐든 아이디어를 고민해서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과연 주제가 처음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이어지고, 그 엔딩이 고스란히 관객분들에게도 전달될까?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헌트'는 시대극에 액션에 해외 촬영까지 필요해서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투입되어야 구현할 수 있다. 사실 입봉 감독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는 요소들이다. 더군다나 연기자 출신 연출자에게는 어떻게 보면 리스크가 상당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높은 장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고민했을 때 결론은 시나리오에 대한 완성도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많은 시간을 매진하게 됐다.

     
    ▷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전제가 양날의 검 같은 요소라 부담도 책임도 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연출은 나한테도 큰 도전이었지만, 신인 감독이나 연기자 출신 연출자라는 리스크를 안고 함께 일한다는 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도 큰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알고도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시겠다고 결정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원동력도 거기서 나왔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했다.

    영화 '헌트' 이정재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영화 '헌트' 이정재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누가 우리를 화합하지 못하게 만드는가

     
    ▷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고, 역사적 사실과 사건이 많이 등장한다. 주요 모티프가 된 사건은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다. 민감한 역사적 소재를 영화에 사용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쳤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갔나?
     
    실제 역사사건을 재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굉장히 큰 사건이었고, 많은 희생자가 생겼고, 지금도 유가족분들이 생활하고 있는 걸 생각한다면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은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배경을 태국으로 바꿨고, 행사장에 참여했던 국내외 인사가 폭발 직전에 모두 버스에 타서 안전하게 피신하는 쇼트가 반드시 필요했다. 버스를 타고 유유히 사건 지역을 빠져나감으로써 이건 실제 사건과 명확하게 다르다는 점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참고: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는 1983년 10월 9일 미얀마(당시 버마)의 수도 양곤에 있는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 공작원 3명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미리 설치한 폭탄을 터뜨려 한국인 17명과 미얀마인 4명 등 2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 시나리오 작업 과정도 그렇고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 관해서도 거듭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헌트'를 통해 어떤 주제를 전하고 싶었던 건가?
     
    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서로 분쟁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나 봤었지 잘 보지 못했던 현상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과연 누가 이렇게 양극화로 만들었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렇다면 우리의 가치관과 신념이 누구에 의해서 생성된 것은 아닌가, 그러면서 분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왜 이런 문제를 갖고 서로 화합하지 못할까 주제를 잡게 됐다. 이렇게 주제를 잡게 되자 더 이념적인 성격이 강한 군인 쪽 인물과 북한 쪽 인물을 설정하게 됐다.
     
    그다음 그 인물들이 다시 이념적으로 가장 치열했던, 그리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정보를 가공해서 재생산하는 현상이 가장 심했던 시대가 1980년대라고 생각했다. 초고에도 1980년대로 설정돼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이걸 현대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현재 시대로 쓴 버전도 하나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 수정 기간 계속해서 나오는 우리 사회 뉴스를 보게 됐을 때, 다시 1980년대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영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배우로서, 그리고 이제는 첫 연출작 '헌트'는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감독으로서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등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제 내가 이 일을 오래 했고, 나이가 있다 보니 본인들은 어떤 길로 가는 게 더 좋은지, 어떻게 해야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내가 보고 알게 된 정보와 경험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공유된 내용이 그분들이 하는 작업과 작품에 많이 반영돼서 더 좋은 결과물로 나와 더 많은 시장에서 큰 성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좀 더 많은 분과 이야기도 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며 서로 응원한다.
     
    ▷ 감독을 꿈꾸는 배우들이 많다. 그런 후배와 동료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나도 하는데 누군들 못하겠나.(웃음) 어제도 그런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 이제 당신 차례라고. 요즘에 '당신 차례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연기자가 무슨 연출이야' '연출자가 무슨 제작이야' 이런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다. 충분히 다 할 수 있다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다.
     
    내가 잘나서 내가 잘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게 우리 사회에 큰 희망 혹은 용기인 거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용기를 내서 무언가 하려는 사람에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문화가 영화계 안에서 먼저 시작해서 더 많이 확산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게 바로 지금 내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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