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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판사라고 왜 특혜를?"…대법원 판례 맞선 하급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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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판사라고 왜 특혜를?"…대법원 판례 맞선 하급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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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박종민 기자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박종민 기자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은 다른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 때 참고하는 하나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대법원 판례'라고 불리는 것들이죠. 판결문을 보시면 '참조 판례' 부분에 대법원 판결이 쭉 나열돼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법관에 따라 각기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중구난방 판결이 나오고, 그럴 경우 법의 안정성과 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 판례를 참고서이자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고서라 할 수 있는 대법원 판례가 잘못됐다면, 현행법에도 없는 내용이라면 어떨까요? 최고법원의 결정에 대해 일선 법원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1심 법원에서 대법원의 판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위헌성이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넘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법정B컷'은 대법원 판례를 강하게 비판한 그 1심 판사의 말을 전해드립니다.

    "판사 잘못은 맞지만, 손해배상은 NO"…근거는 대법원 판례

    연합뉴스연합뉴스
    일단 사건의 발단부터 보겠습니다.

    전상화 변호사는 지난 2017년 11월, '건물명도 소송' 사건을 맡아 변론에 나섰지만 패소합니다. 당시 서울북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인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3기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면 계약이 해지되는데, 당시 재판부는 2기 이상 연체했으니 계약해지가 적법하다고 잘못 판결한 겁니다.

    그러면서 패소하게 된 전 변호사는 항소심을 수임하지 못하고 성공보수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2019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섭니다. 법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판결을 선고해 피해를 줬고,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2019년 9월, 전 변호사 패소 판결을 내립니다. 전 변호사는 항소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 역시 2021년 10월 전 변호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국가의 손을 들어줍니다.

    2021.10.19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 선고 中
    재판부
    "명도소송 제1심 법관이 '임차건물 중 1층의 경우 2기 차임 연체에 따른 해지가 적법하다'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제1심 법관이 위와 같은 잘못에서 더 나아가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률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하는 등 그들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행사했음을 인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 잘못 판결한 것은 인정하지만, 판사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갖고서 재판했다고 볼 수 없으니 손해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전 변호사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올해 1월 27일, 이를 기각하며 전 변호사는 최종 패소하게 됩니다.

    국가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 근거는 '대법원 판례'였습니다.

    현행 국가배상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고의는 물론 실수로 법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동안 법관들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를 회피해왔습니다. 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대법원 판례로 무력화한 것이죠.

    이러한 내용의 대법원 판례는 수두룩합니다. (△대법원 2000다 29905 △대법원 2000다 16114 △대법원 2001다 47290 △대법원 2019다 226975)

    2001.4.24 대법원 손해배상 상고심 中 (2000다 16114 사건)
    재판부
    법관이 행하는 재판 사무의 특수성과 그 재판 과정의 잘못에 대해서는 따로 불복 절차에 의해 시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가 돼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합니다"

    2022.3.17 대법원 손해배상 상고심 中 (2019다 226975 사건)
    재판부
    "법관의 오판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 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법률에도 없는 것을 법관이 만드나"…한 판사의 일갈

    결국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범주에서 그동안 법원이 자신들(법관)을 쏙 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해왔던 겁니다.

    명도 소송 1심에서 법원도 인정한 잘못된 판결로 패하고, 손해배상 소송 1~3심에서 모두 패소한 전상화 변호사는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냅니다. 동시에 '위헌 심판 제청'도 냅니다. 법원 스스로 법관에 면책 특권을 준 대법원 판례가 헌법에 어긋난 것이 아닌지 판단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211민사단독(서영효 부장판사)은 대법원의 판례에 문제가 있다며 헌법재판소로 보냅니다. 법관들이 수십 년간 관행처럼 받들어 온 대법원 판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을 받아보자고 일선 법원의 부장판사가 결정한 겁니다.

    서영효 부장판사는 아래와 같이 해당 대법원 판례의 위헌성을 지적합니다.

    2022.6.30 서울중앙지법 위헌심판 제청 결정 中
    서영효 부장판사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배상법, 민법 등에서는 법관의 재판작용에 관한 불법행위나 국가배상 책임과 관련해 다른 공무원에 비해 판사 개인의 책임을 면책하거나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건 법률 조항의 '공무원' 범주를 규율하고 포섭하는 데 있어서 법관과 다른 공무원을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중략) 이는 공권력 행사로서 법관의 재판작용 역시 다른 국가기관의 행위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과 다르지 않다고 본 입법자의 결단을 반영한 당연한 이치입니다" (헌법재판소의 2020헌바1 결정 취지 참조)


    서 부장판사는 대법원의 판례에 대해서도 일갈했습니다. 법원이 법률에도 없는 것을 왜 자의적 해석으로 만들어 내냐는 겁니다.

    2022.6.30 서울중앙지법 위헌심판 제청 결정 中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임무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모든 사안에 대해서 차별 없이 법률 그대로 적용해야 합니다. 비록 법률을 적용한 결과가 못마땅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입법기관의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지, 법원이 법 해석이란 이름으로 이들 기관을 대신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중략) 사법부의 역할은 법이 무엇인지 선언하는 것이고, 잘못된 입법이나 제외·누락된 부분은 새로운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정도(正道)입니다"

    그러면서 법관 스스로 자신들을 특권층으로 여기고, 특혜를 준 것 아닌지 생각해보자고도 말합니다.

    2022.6.30 서울중앙지법 위헌심판 제청 결정 中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2항은 평등원칙의 구체적 유형으로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으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법관에 대해서도 재판의 독립과 그에 따른 신분보장을 엄정하게 천명하고 있을 뿐, 더 나아가 일반 공무원에 비해 과도한 특전이나 책임 면책 등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관의 직무상 재판 행위에 관해 사실상 국가배상 책임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법관에 대해 헌법이 인정하지 않은 특전을 새로이 창설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헌법재판소로 넘긴 서 부장판사의 결정에 당사자인 전상화 변호사는 "살아 있는 양심에 감사하다"라며 "1심 법관 스스로 자기들이 누리는 면책 특권은 우리 헌법에 반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대법원 판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대법원 판례가 그래서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던 법관들의 양심을 깨우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위헌 제청을 결정한 서 부장판사는 말미에 이렇게 밝히며 심문을 마무리합니다.

    2022.6.30 서울중앙지법 위헌심판 제청 결정 中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국민으로부터 사법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헌법이 법관에 부여한 신분보장 외에 별도의 특권적 지위를 창설하지 말고, 그러한 지위를 과감하게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법관 스스로 법률에도 없는 요건을 새로이 창설해 국민의 권리 행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대신, 법률을 법률 그 자체로 제대로 지키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서 국민의 기본권 수호자로서 사법권의 독립과 진정한 신뢰 회복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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