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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월클' 방탄소년단의 활동 중단에 대한 감상(感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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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칼럼]'월클' 방탄소년단의 활동 중단에 대한 감상(感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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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서울 명동거리 한 음반매장에 걸린 방탄소년단(BTS) 사진. 연합뉴스15일 서울 명동거리 한 음반매장에 걸린 방탄소년단(BTS) 사진.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BTS가 장장 9년이라는 긴 오딧세이(odyssey)를 일단 마무리 했다. 우선,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긴 시간 전 세계 팬들 앞에서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는 데 위로와 축복을 전한다.
     
    단언컨대 BTS는 '월클' 이었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태동한 뮤지션들이 음악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비틀즈에 비견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그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K팝 성공의 주역이었던 방탄소년단의 활동 중단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 언젠가는 이런 시기를 예상했겠지만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방탄소년단 소식을 빅뉴스로 다루는 것만 봐도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깊고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아티스트를 찍어내고 상품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듯한 K팝 시장의 그늘도 조망되고 있다. 그 또한 존재하는 그대로의 사실이니 한국 음악 시장의 더 발전하는 미래를 위해서 새김글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잠정 활동 중단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기존과는 아주 새롭고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그간 아이돌 그룹이 해체하거나 활동 중단을 선언할 때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부침이 심한 K팝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은 대개 구성원 간 불협화음이나 조금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해체되거나 사라졌다. K팝 시장의 그러한 문화가 상품화 논란을 더욱 키운 측면이 분명하다.
     
    방탄소년단 7명의 구성원은 그들 속내를 팬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잠정 활동 중단 소식을 알렸다. BTS의 철학과 모토가 '나를 존중하고 나를 사랑하라'라는 일관된 메시지였는데 그들 스스로 '내가 번 아웃 됐다"고 고백한 것은 대중 인기를 등에 업고 사는 엔터테이너들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쩌면 9년 간 위장된 활동을 해왔다고 극단적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모험이다.
     
    그러나 그들은 솔직했다. 알엠(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고 계속 뭔 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했고, 슈가는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며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들 내면 속에 '언제인가 부터 우리는 사랑 받는 기계가 됐다'는 인식이 움터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초청된 방탄소년단(BTS)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초청된 방탄소년단(BTS)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그들은 '성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것은 거의 10년 간 세계 정상에 오른 뮤지션들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지는 않는다. 더욱 반갑고 공감과 이해로 와 닿는다. 그들은 그 사실을 깨닫고 고백함으로써 성장의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성장'이란 것은 무엇인가. 호모사피엔스 종인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나 매사 공동체의 일원으로, 광장의 일원으로만 살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속성이다. 사람의 개별성 또한 중요하다. 또 그렇다고 사람의 삶에서 개별성의 동굴로만 자폐적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간은 개별적이지만 자족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 <광장>의 서문에서 최인훈 선생은 "인간은 광장에 나서지 않고 살지 못하지만 한편으로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도 살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얘기했다.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버릴 때 사람은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와 나의 관계, 나와 타인과의 관계 등을 숙고하고 돌아올 멤버들에게 멋진 삶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들이 어떻게 커나가서 영감과 울림을 줄지 고대한다.
     
    방탄소년단은 K-컬처의 힘을 개척하고 축적시킨 장본인들이다. BTS의 한글 노래가 세계의 젊은이에게 한국과 낯선 한글 문화를 접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K-시네마가 그 등에 올라타고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갔다.

    봉준호 감독은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골든글로브 수상식에서 자신있게 말했다. 비주류 언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영화라고 하지만, 생경하고 이질적인 한국 문화와 창작성에 접근성을 높인 것은 방탄소년단 덕택도 크다.
     
    방탄소년단의 활동 중단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자기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이른 나이의 젊은이들이 9년 간 함께 호흡을 맞추고 공동 생활을 별 무리 없이 유지해 온 것만도 칭찬하고 싶다. 그 또한 아름다운 삶의 일부였다. 그들은 그렇게 '월드클래스'로 성장했고 활동해 왔다. 그들의 바람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한 다음, 싱글이 됐든 그룹이 됐든 새로운 BTS의 시즌2를 맞이하기를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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