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윤창현 가상자산특별위원장, 윤재옥 정무위원장,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등과 5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가 참석한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내 5대 주요 가상화폐(코인) 거래소들이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코인 상장부터 거래‧상장폐지 단계까지 강화된 규율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공통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루나‧테라 코인 폭락사태를 계기로 그간 여권에선 시장 규제책을 놓고 고심했지만, 일단은 규제법이 마련될 때까지 주요 거래소들이 협의해 자율개선책을 만들고, 이를 스스로 지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자율개선책엔 구속력이 없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라는 물음표도 뒤따른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 임원들은 13일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를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금융당국 간 당정 간담회에서 자율개선책 초안과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이들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자율개선책 마련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즉시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 협의체엔 5대 거래소 최고경영자(CEO)와 관련 실무진이 참여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코인 상장, 거래, 상장폐지까지 모든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준수해야 할 기준들이 논의된다.
코인 상장과 관련해선 거래소들이 고려해야 할 최소한의 공통적 평가 항목과 이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을 오는 10월 중에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들은 이와 관련 "가상자산 위험성이 고려된 필수 평가 항목을 규정할 것"이라며 "신규 코인 상장 심사 시 외부전문가 참여 비율을 높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과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를 문서화해 보존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13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과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디커플링 사태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박종민 기자
거래 중인 코인과 관련해선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위험성이 포착될 경우 투자주의 경보를 일률적으로 발령하기 위해 공통된 기준도 만들기로 했다. 또 코인 발행‧유통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는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의심 행위는 없는지 등 시장 모니터링 수준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들은 "신규 코인 심사 때와 동일하게 위험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거래 지원을 계속할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보 기준 마련과 주기적 위험 평가제 도입 등도 9~10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상장 폐지 시 고려해야 할 공통된 고려 항목들도 9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또 위기대응 계획도 마련해 루나‧테라 사태와 같은 사건 발생 시 협력‧대응 가이드라인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거래소들은 "(비상상황 시) 가상자산 입출고 허용 여부, 거래지원 종료 일자 등을 맞춰 일관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코인 백서와 평가보고서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 개선 방안, 투자 관련 교육 동영상 제공 방안 등도 폭넓게 논의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루나‧테라 사태와 맞물려 거래소들이 코인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는 지적과 함께, 제각각인 코인 상장‧상장 폐지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 여당은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을 고쳐 거래소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특금법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성격의 법이라 현실화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인 이석우 업비트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 박준상 고팍스 CBO(오른쪽부터)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간담회에선 거래소들이 마련한 자율개선책 초안을 놓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자율개선책엔) 구속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든 후 이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위반 시의 제재 등 권한이 불분명하다. 거래소별 정책을 공동으로 도출, 발표하는 것 만으로는 현 상황을 개선 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동협의체는 글로벌 가상자산업계 최초의 자율규제 기구의 전 단계 조직 출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정과 거래소들은 이런 전문가 지적들을 고려해 자율개선책 보완방향을 추가로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 자리엔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간담회 참석‧퇴장시 가상화폐 관련 불공정거래 감시 방안과 루나의 증권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검찰과의 공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요 거래소들의 자율개선 방안에 대해 "시장과 투자자의 누적된 우려를 일시에 불식 시키기에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걱정도 된다"며 "정부도 거래소의 자정 노력을 살펴 필요한 사항은 향후 법에 반영하는 등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