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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복원과 위로의 '오마주', 여성과 영화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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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복원과 위로의 '오마주', 여성과 영화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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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마주'(감독 신수원)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 스포일러 주의
     
    잊힌 1세대 여성 영화감독의 마지막 작품 속 잘려 나간 필름과 목소리를 찾아 복원하려는 2022년 여성 영화감독의 여정은 그의 목소리와 삶을 복원한다. 동시에 1세대 여성의 삶을 돌아보며 현재의 수많은 여성을 위로한다. 영화 '오마주'는 그렇게 스크린 안과 밖에 놓인 모든 여성에게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걸어가라고 말한다.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이정은)을 향해 아들(탕준상)은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고 하고 남편(권해효)는 늘 밥 타령이다.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지완은 아르바이트 삼아 1960년대에 활동한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 감독의 작품 '여판사'의 필름을 복원하게 된다.
     
    그렇게 사라진 필름을 찾아 홍 감독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가던 지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자 쓴 여성의 그림자와 함께 그 시간 속을 여행하게 된다.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제목의 '오마주'(감독 신수원)는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로, 한국 1세대 여성 영화 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 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시간여행을 통해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현실적인 소재로 확고한 주제 의식과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한국의 대표 여성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신수원 감독은 첫 장편 단독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정은과 함께 여성 영화인과 여성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이 과정에 감독 특유의 적당한 유머와 말맛, 판타지가 녹아있어 지완이 겪는 고민과 버거운 현실에 상황에 마냥 짓눌리지 않으며 편하게 따라갈 수 있다.
     
    주인공 지완은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에서 사라진 목소리와 잃어버린 장면을 온전히 복원하고자 한다. 이는 당시 보기 드물었던 여성 감독의 작품을 복원해 세상에 드러낸다는 그 자체로도 값진 의미가 있다.

    1세대 여성 감독으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조차 힘겨웠던 여성 영화인의 삶과 목소리, 즉 영화를 통해 드러냈던 여성 영화인의 삶과 목소리를 되찾아준다는 의미도 있다. 두 가지 복원은 엄혹한 시대를 버티고 살아냈던 한 명의 존재, 한 명의 감독에 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은 오마주다.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동시에 홍 감독과 '여판사'의 잃어버린 모습을 역사 속에서 찾아내 복원해 나가는 과정은 주인공 지완이 감독이자 한 존재로서 삶과 살아갈 동력을 복원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 번째 영화를 찍은 후 감독으로서 미래가 불확실해진 지완은 가정에서 요구되는 역할과 감독으로서의 자아실현과 맞부딪히며 더욱 힘들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난 '여판사' 복원 여정은 자신의 상황과 내면으로 깊이 가라앉아 있던 지완을 수면 위로 건져 올린다.
     
    영화 시작 카메라는 수영을 배우는 지완의 모습을 비춘다. 지완은 물에 뜨고 발차기를 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가라앉기 일쑤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지완의 삶도 비슷하다. 감독으로서 영화가 흥행하고, 그다음 작품을 향해 나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홍은원 감독 역시 당시로서 드물게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국 세 번째 작품 '여판사'가 마지막 작품이 됐다.
     
    극 중 판타지적인 요소로 홍 감독의 그림자가 등장한다. 홍 감독의 그림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생에서 단절된 여성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을 서성이며 직업인으로서의 삶으로부터 단절될 위기를 마주한 지완의 곁을 맴돈다. 마치 유령처럼 지완의 곁에 나타나지만, 지완을 위협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보다는 같은 여성 영화인으로서 시대와 현실에 부딪혀 절망하고 좌절하는 지완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존재에 가깝다.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이처럼 물에 떠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없이 가라앉고, 물 먹길 반복하며 쉬지 않고 부단하게 발차기를 거듭해야 하는 것처럼 감독으로서의 삶도 개인으로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지닐 때, 발차기하는 걸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계속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1세대 여성 편집기사 이옥희(이주실)가 지완을 향해 "자긴 끝까지 살아남아"라고 한 말처럼, '여판사' 복원을 마무리한 지완은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게 된다. 결국 영화 마지막 지완은 힘차게 발차기하며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오마주'를 보면 감독의 장편 데뷔작 '레인보우'를 떠올리게 된다. '레인보우' 속 지완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워킹맘으로서, 여성이자 감독 지망생으로서 여러 고비를 겪지만 결국 앞을 향해 걸어갈 힘을 얻는다. '오마주'는 세 편의 영화를 찍은 후 고비를 맞은 중년 감독 지완이 다시 일어서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 감독의 영화에서 '김지완'이라는 인물은 여성 영화인의 대명사이자 '레인보우' 때부터 지금 '오마주'까지 그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의 대명사다. '오마주' 속 홍은원 감독이 1960년대와 2020년대를 가로질러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영화인이자 여성의 모습이듯 말이다. 그렇게 '오마주'는 여성 영화인과 여성, 그리고 영화라는 예술은 물론 신수원 감독과 그의 영화 그리고 김지완에 대한 위로를 전달한다.
     
    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영화 '오마주' 스틸컷. 준필름 제공또 하나, 이 영화에서 '복원'이 갖는 의미에는 여성을 위한 것도 있다. 현실에 많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수많은 것을 포기하고, 들어내고, 삭제당해야 하는 일을 겪는다. '여판사' 속 사라진 필름에는 여성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여성이 보여서도, 해서도 안 될 행동이기 때문이다. '여판사'의 검열은 사실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검열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사회와 미디어를 통해 여성은 검열당하고 있고, '오마주'는 검열당한 여성들의 삶과 지위를 복원해 나간다.
     
    이처럼 여성 영화인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오마주'는 동시에 액자식 구성을 통해 영화에 대한 향수를 되새긴다. 잊힌 영화감독의 마지막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 속 철거를 앞둔 오래된 극장, 지금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필름, 영사기 등은 영화의 시작과 그 역사를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지완의 여정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영화'라는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오마주 역시 담겨있다.
     
    '오마주'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의 처음부터 시작을 오롯이 이끄는 배우 이정은의 연기다. 그동안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던 이정은이란 배우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다. 일정한 선을 두고 그 선을 위아래로 섬세하게 넘나들며 나아간다. 그러면서 스크린 밖 관객들의 감각에 이어지는 듯한 그의 현실적인 연기는 자연스럽게 지완의 발걸음에 관객들이 동행하게끔 만든다. 배우 이정은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108분 상영, 5월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오마주' 메인 포스터. 준필름 제공영화 '오마주' 메인 포스터. 준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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