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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 앞둔 고용구조…대안 없는 尹, '잃어버린 10년' 될까[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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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대격변' 앞둔 고용구조…대안 없는 尹, '잃어버린 10년' 될까[노동:판]

    [마침표 찍지 못한 노동존중사회⑤]

    '노동존중사회'를 선언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삶의 문제를 우리 사회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고용 안정과 소득 강화는 물론,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 강화와 '워라밸'까지 전방위에 걸쳐 모색됐던 정책적 노력은 어떠한 성과와 한계를 남겼는가. 그리고 차기 정부에 남겨진 과제와 윤석열 당선인이 제시한 해법은 무엇인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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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싣는 순서
    ①반쪽 성과에 멈춘 '비정규직 제로'…직무급제 혼란 재현될까
    ②빛바랜 최저임금 1만원 실험, 실패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③윤석열표 유연근무 확대, '주52시간제' 시계바늘 되돌릴까
    ④노동자들의 희생에 자라난 '건강하게 퇴근할 권리'
    ⑤'대격변' 앞둔 고용구조…대안 없는 尹, '잃어버린 10년' 될까
    (계속)

    차기 윤석열 정부로의 정권교체는 비단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치적 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용과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거대한 격변의 소용돌이로 끌려들어 가고 있는 지금, 윤석열 정부는 어떤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가.

    급증한 플랫폼 노동, 사회보험망 확대-'보호법' 제정으로 대응한 文정부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이 온라인 플랫폼 노동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때가 2016년, 이어 2018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종속적 계약자'로 플랫폼 종사자를 규정하면서 전 세계 주요 선진국마다 플랫폼 노동 문제가 중요한 노동 과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서비스, 재택근무 등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좁은 의미에서의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2.6%에 달하는 약 66만 1천명으로, 1년 사이에 약 3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전형적인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프리랜서도 아닌 모호한 신분에 놓여 각종 사회적 안전망 밖에 있다는 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전국민 고용·산재보험 정책이 시작된 후인 지난해에도 플랫폼 종사자 중 고용보험이 적용된 경우는 29.1%, 산재보험 적용률도 30.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2월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전국민 고용·산재보험에 플랫폼 종사자를 포함하고, 더 나아가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자(특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와 함께 플랫폼 종사자인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나머지 플랫폼 종사자도 고용보험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이와 함께 플랫폼 종사자 등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나의 업체를 대상으로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했다.

    더 나아가 정부와 여당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제정에도 공을 들여왔다. 넓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를 포괄해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한 손해 전가 금지, 계약해지 시 서면 통보 의무, 서면 계약서 제공 등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에 대해서는 노동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윤애림 책임연구원은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가 아닌 중개인으로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계를 가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보호는 노동법을 적용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공정한 계약'을 위한 법 내용들은 실효성도 없고, 충분한 보호를 받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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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물론 '촛불 정부'로서 받았던 기대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지만, 이른바 자유주의 성향의 정부로서 중간 이상의 성과는 거뒀다고 본다"며 "특히 프리랜서에 가까운 웹 기반 플랫폼 종사자까지는 노동자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오래된 미래' 기후위기 코 앞인데…아직 큰 그림 찾지 못한 '공정한 전환'


    플랫폼 노동이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고용 구조의 격렬한 변화를 이끌었다면, 차기 정부의 눈앞에 다가올 새로운 변화의 키워드는 '기후위기'가 될 것이다.

    2016년 파리협정에 따라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도 대대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한국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내연기관차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국내 수소·전기차 판매 비중을 2025년 18.3%, 2030년 33.3%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해당 산업·직종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위기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그 내용이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을 돕겠다는 수준에 머물 뿐, 새롭게 등장할 저탄소·디지털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고 노동자들을 재배치할 것인지 큰 그림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 노동의 성장세나 기후위기 산업전환에 따른 대량 해고 위기는 기존의 고용 위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까지만 해도 주로 거론됐던 고용 위기는 아직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정체를 빚었던 청년층이나, 일반적인 고용시장에서 퇴출돼 주변부 노동에 흡수되는 노년층의 문제였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노동부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41.4세로 나타났다. 아직 사회안전망 밖에 놓여있는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이 산업 구조의 허리인 중장년층에서 주로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자동차 산업이, 중장기적으로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핵심 산업들이 이르면 10여년 안에 대량 해고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얘기다.


    고용·산업 대격변 코앞인데…"준비 안된 尹정부, 잃어버린 10년이 될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박종민 기자
    이와 관련해 윤석열 당선인도 20대 대선 공약집에서 플랫폼 노동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비한 공약을 각각 제시했다.

    그런데 플랫폼 노동 관련 공약의 경우, 직업능력개발·직업훈련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들의 재취업을 돕겠다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나, 플랫폼 종사자 중 절반 이상(52.8%)은 전업 플랫폼 종사자가 아닌 부업 등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대책이다.

    아울러 모든 노무제공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한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하지만 추상적인 언급에 그칠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애림 책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에게 적어도 전국민 고용보험만은 차질없이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책임연구원은 "전국구 대형 플랫폼 업체와 지역의 소규모 플랫폼 업체가 마치 원·하청 관계처럼 다층적인 고용 구조를 이루고 있고,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각지대 없이 고용보험으로 보호하려면 반드시 사업장이 아닌 소득 중심의 보험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2025년 전국민 고용보험 시행을 위해 소득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부처 간의 갈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나마 코로나19 사태로 소득 파악 작업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정권이 교체되고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되면 동력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공정한 전환'에 대해 ①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평가하고, ②산업별·지역별로 맞춤형 노동전환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단순히 직업교육훈련을 강화해 재취업을 돕겠다는 것일 뿐 산업구조 전반을 재편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근로자 보호 조치의 대상으로는 '저숙련 취약 노동자'만을 따로 지목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윤 당선인이 양대노총 등 기존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꾸준히 드러냈던 점을 고려하면 노조 있는 대형사업장의 고용 불안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박태주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피해 노동자, 지역 주민 등의 피해를 줄이는 결과적 정의뿐 아니라, 산업 전환 과정에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과정적 정의도 실현되어야 한다"며 "국가 차원부터 산업, 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 수준을 보면 디테일이 너무 부족해서 과연 기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회의적"이라며 "긴 안목을 갖춘 전략을 세웠다고 보기 어렵고, 앞으로 상황이 벌어지면 해당 부처가 내놓는 정책으로 대응하는 '대증요법'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윤 당선인 측은 플랫폼 노동에 관한 분쟁은 자율적 예방, 즉 국가기구 등을 통해 조정하지 않고 당사자에 맡기는 낮은 수준의 보호에 머물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교육훈련 등을 제공할 뿐,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공정한 전환'에 대해서도 "애초 탈원전을 거부하는 윤 당선인 측이 산업구조 전환에 대한 로드맵 자체를 재수정하겠다면, 공정한 전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언급도 사라질 것"이라며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이대로 흘려버린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10년은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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