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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만배의 마법, 이재명과 윤석열의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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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김만배의 마법, 이재명과 윤석열의 '우연'

    '돈테크만' 주전자. 페이스북 캡처'돈테크만' 주전자. 페이스북 캡처
    1990년대 초 일본 판 타임리프(과거 또는 미래로의 시간여행) 애니메이션 <시간탐험대>가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됐다. 그 만화에는 천재박사가 만든 '돈테크만'이라는 주전자가 등장한다. 선글라스를 낀 이상한 주전자라고 하면 기억할 사람이 많을지 모르겠다.
     
    주전자가 이상한 리듬의 주문을 외우면 허공에 동그라미 형태의 터널 같은 문이 열리고 주인공들이 그 터널 속으로,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들어 가면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게 된다. 아이들은 거기서 시황제도 만나고 나폴레옹도 만나며 상상의 나라에서 우연을 경험하게 된다.
     
    이 세상은 얼마나 우연이 꽉 들어찬 세계인가. 살면 살수록 인생에서 '내가 직접 추동해 성사시키며 만들어 내는 성취나 업적은 없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새옹지마'(塞翁之馬)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음'을 말한다. 신의 섭리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에게 나약함의 현실이다.
     
    나비효과도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사람은 가끔 세상은 모두 연결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본의 아니게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되뇌곤 한다. 인간이 우연을 겪으며 수학적으로 확률이라는 개념까지 확장한 것을 보면 '우연'이라는 것만은 없는지도 모른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우연'은 정말 신기하다. 두 사람은 '화성남'과 과 '금성남'으로 각각 살았다고 할 만큼 궤적이 다른 천양지차의 삶을 살아왔다. 1960년대, 한 사람은 찢어지게 가난한 안동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독학을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서울 사대문 안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치원부터 학창시절을 시작했다. 둘 다 사시에 합격했지만 한 사람은 '동네 변호사'로, 다른 사람은 '검사'로 각각 사회생활에 입문했다.
     왼쪽부터 변호사 시절 이재명,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연합뉴스왼쪽부터 변호사 시절 이재명,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연합뉴스
    두 운명은 대권가도에서 정면 충돌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가 '대장동·화천대유' 사건을 놓고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이는 것을 보노라면 이른바, '김만배 마법'이라는 것이 실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소설에서나 그려질 일들이 눈앞에서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대장동 사건에서 곽상도 전 의원이 나오고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이 나오고 대법관이 나오고 전직 검찰총장이 나올 때도 '실로 묘하고 놀랍다'라는 말 외에는 형용할 길이 없었다.
     
    대장동·화천대유 사건은 세 번 정도의 큰 변곡점이 있었다고 본다. 첫 번째는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수사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처남인 조우형은 김만배·남욱 일당에게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해줬고, 그는 10년이 채 안 돼 '천화동인 6호'의 실제 주인이 됐다. 남욱은 검찰조서에 '검찰이 봐 준 정황'을 구체적으로 남겼다. 조사를 받은 조우형에게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주임검사가 윤석열 후보였다. 파산한 저축은행 대출금이 없었다면 김만배 일당의 대장동 개발 건은 좌초됐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변곡점은 2015년 수원지검의 조우형 수사였다. 예금보험공사는 무혐의 처리됐던 부실대출 사건을 다시 고발했고 수원지검은 조우형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났다. 무죄가 선고되자 당시 변호인도 "이게 무죄가 났다"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세 번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역할이다. 결과적으로 초과이득 환수조항에 더 꼼꼼하게 대처했다면 그는 대장동 늪에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 또 유동규라는 측근 관리에 실패한 것은 분명한 오점이다.
     
    대장동·화천대유 사건은 작년 가을부터 반년을 넘기도록 여전히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대선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것만은 확실하다. 김만배의 날개짓이 거대 양당 후보에게 '태풍'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은 대법원 기자실에서 김만배와 함께 하던 시절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 '김만배 마법'은 우연일까. 사람은 누구나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에 초연결돼 있다고 한다면 낭만적(?) 푸념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주전자에 마법을 걸고 싶다. 김만배는 대답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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