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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노라면'을 불렀던 그때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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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사노라면'을 불렀던 그때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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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사표를 쓰고 불렀다는 노래가 장안의 화제다. 박 차장검사는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조금 일찍 떠나게 됐다"며 "더 근무할 수 있는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 봤지만…방법이 없었다"는 사직 인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사노라면' 1절을 울먹이며 부른 음성 파일도 함께 첨부했다. 이 노래가 대중의 관심을 끈 이유는 자명하다. 박 차장검사의 노래 실력이 빼어나서가 아니라 아마도 박은정 성남지청장을 향한 항명의 뜻을 담았기에 그런 것이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라는 기사를 봐도 그렇다. 박 차장검사는 그동안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박 지청장에게 수 차례 보고했다. 하지만 박 지청장이 계속해서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보완수사 요구를 막자 사표를 던짐으로써 저항한 것이다. 그나저나 '사노라면'이 80년대 초 신군부에 대항한 운동권 세력이 즐겨 불렀던 노래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박은정 지청장은 매우 섬찟했을 수도 있겠다.

    네 번째 대권에 도전에 나섰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7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날 손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네 번째 대권에 도전에 나섰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7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날 손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14년 전 딱 이맘때인 것 같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정치인 손학규(이하 손 전 대표)는 이른바 '마크맨'(자신을 담당·취재하는 기자)들을 경복궁역 근처의 한정식집에 불러 해단식 비스무리한 저녁을 함께 했다. 다소 침통했던 분위기는 막걸리가 한순배 돌자 이내 덕담이 오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손 전 대표를 시작으로 앉은자리에서 노래 한곡씩을 부르기로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때 끝쪽에 앉아있던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한 기자는 자기 순서가 돌아오자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사노라면'을 불렀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를 '이제 겨우 환갑인 게 한 밑천인데'라고 개사를 했고 좌중은 박수를 쳤다. 노래에는 손 전 대표가 당시 '겨우' 환갑이 됐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다음 선거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응원이 묻어났다. 좋은 뜻을 담았지만 본인의 수배·도피 시절 많이 불려졌던 노래가 나오니 이를 듣고 있던 손 전 대표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가수 전인권씨. 박종민 기자가수 전인권씨. 박종민 기자원래 '사노라면'은 구전가요처럼 운동권에서 불려지던 노래를 1987년 가수 전인권이 연극 '칠수와 만수'에 삽입시키고 자신의 음반에도 넣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원작자는 따로 있다. 1960년대에 길옥윤이 작곡하고 쟈니 리가 처음 불렀다. 당시에는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1967년 전격 금지곡이 된다. 당시 막 들어선 군사정권이 "내일은 해가 뜬다고 하면 지금(군사정권)은 어둡다는 뜻이 되느냐"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엉뚱한 결정을 한 것이다. 마침 네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던 손 전 대표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깊이 감사하며 앞으로 성찰하며 조용히 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병의 쓸쓸한 퇴장이라고 해석했지만, 이번에는 손 전 대표님께 '사노라면'을 개사없이 다시 불러드리고 싶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 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끝으로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다. 기회가 닿으면 '사노라면' 동지인 박하영 차장검사님과 코인노래방에서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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