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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현대산업개발'과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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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현대산업개발'과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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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슬래브 위 낭떠러지에서 잔해물을 제거하며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슬래브 위 낭떠러지에서 잔해물을 제거하며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새해 첫 달부터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현장은 시민들의 근심을 더한다.

    16일째 TV로 생중계 되는 절개된 붕괴 사고 현장은 유감스럽게도 낯설지 않다. '70년 압축경제 성장의 그늘'을 여태껏 극복해내지 못한 현실의 민낯이고, '대형사고 트라우마'에 떨어야 하는 취약한 삶의 현장이다.
     
    지상에서 약 110미터 높이. 39층에서 와르르 쏟아져 무너진,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 잔해, 구부러진 파이프, 무너진 콘크리트 파편 덩어리'들은 광주만의 심정이 아닐 것이다. 언제나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을지 묻고 또 묻고 있지만 그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사고 현장서 취재하고 있는 광주CBS 박요진 기자는 취재 차 부근을 지날 때 마다 "'건물이 참 빨리 올라 간다' 라는 느낌을 가졌는데 무너진 아파트를 보니 진짜 비현실적 세계 같았다"고 술회했다.
     
    '동바리' 만 제대로 했다면 16개 층이 한꺼번에 폭탄 맞듯 주저앉는 불행이 벌어졌을까.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을 양생의 시간만 지켰다면 현대산업개발은 국민들의 지탄대상 기업으로 몰렸을까.
     광주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7일 용산 사옥에서 본사 입장 발표 및 회장직 사임을 발표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광주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7일 용산 사옥에서 본사 입장 발표 및 회장직 사임을 발표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동바리. 천장과 바닥 사이를 지지(support)하는 강관 기둥들이다. 위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그 바닥 부위를 지지해주기 위해 집합으로 강관 기둥 지지물을 설치한다.
     
    건설 현장에는 매뉴얼이 있다. 노동자들이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도 매뉴얼이 있고, '비계'와 '동바리'로 사용하는 강관 두께가 다르며, 콘크리트 타설 후 그것이 굳을 때까지 기다려 동바리를 떼내야 하는 기간도 모두 매뉴얼로 돼 있다.


    두 해 전인 2020년, 대우건설은 이른바, '실시간 동바리 붕괴위험 모니터링 시스템'이라는 것을 언론에 공개했다. 건설 현장에서 동바리 붕괴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새 시스템 도입으로 시공 중 붕괴 위험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고, 안전 위험 평가를 객관적으로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이 가능한 일을 현대산업개발이 모를리 없다.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17일째인 27일 오후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에 탄 작업자들이 외벽 안정화를 위해 와이어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17일째인 27일 오후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에 탄 작업자들이 외벽 안정화를 위해 와이어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바리가 잘못되면 아래·위 건축물을 지탱해주는 보,슬라브 같은 구조물이 무너지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자가 추락하거나 매몰되는 것이 사고 현장의 ABC이다. 단순한 이치이고 사실이다.
     
    처음 무너지기 시작한 39층을 지지해주는 동바리만 설치했어도 콘크리트의 양생(굳힘) 기간이 아무리 짧다 한들 16개 층이 한꺼번에 폭삭 주저앉는 참혹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아래층서 작업했던 실종 노동자의 운명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광주 화정동 사고와 맞물려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화정동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계와 일부 집단에서는 중대재해법의 부작용을 더 부각하고 있다. '올가미'라 하며, '기업을 망하게 하는 법'이라고 떠든다.
     
    중대재해법의 포괄적 조항 때문에 공공산업현장에서는 심지어 국토부 장관이 처벌받을 수 있다느니, 정부 자의적 법 집행으로 엉뚱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과장하려고 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D-2, 공기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D-2, 공기단축이 부르는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 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같은 대표이사 급에 형사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하청 업체나 현장 감독자 처벌에 그쳤던 '깃털 처벌'에서 벗어나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려 재해 인명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다.
     
    중재법은 앞으로 기소와 재판 절차를 통해 잘못된 업계 관행을 걷어낼 것이다. 그렇다고 이 법이 시행된다고 하루아침에 공사 현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무안하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고 수습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 직에서 사퇴했다. 그의 변호인 단은 국내 가장 큰 로펌이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비록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지만, 기소 시점으로 본다면 광주 사고가 중대재해법 처벌 범위에서 자유로울 수 만은 없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 회장이 호화 변호인단으로 중대재해법 처벌을 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시장의 힘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현장에서 자사 브랜드 명인 '아이파크'를 지워야 하는 최악 상황까지 내몰렸다. 브랜드로 먹고사는 기업으로서 극약조치에 가깝다.
     
    효율과 이익만 따져 근로자 목숨을 '작은 것들의 목숨'으로 치부하는 기업에게는 시장이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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