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과 중국이 무력 사용으로 연말 연시 국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틀에 걸쳐 군용기 130대와 군함 16척 등을 동원해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
중국 군용기 가운데 90대는 대만 영공을 침범했고 대만 섬 주변으로 중국 본토에서 날아온 로켓 포탄이 쏟아졌다.
미국은 훈련이 아니라 실제 군사 공격을 벌였다. 지난 3일 새벽 베네수엘라에 항공기 150대와 최정예 특수 부대 '델타포스'를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했다.
중국이 대대적으로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을 벌인 것은 미국이 대만에 사상 최대 규모인 16조원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많다.
연합뉴스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중남미 지역에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남미 지역이 미국의 최우선 안보 이익이라면 대만은 중국의 핵심 안보 이익이다. 두 지역에서의 이익을 각각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중 양국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국제 정세에 한국의 고민이 크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고 중국은 마주하고 있는 이웃 나라다. 깊은 관계를 맺어온 두 나라가 그저 그런 나라도 아닌 G2 국가인데다 서로 대립하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머리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말은 현실 세계에서는 들어맞지 않는다. 꼬인 문제는 그 풀이 과정도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공식환영식 후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한국 외교의 정상화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일변도의 '단극 외교'에 치중해 왔다. 정권 말기에는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가짜 뉴스까지 주장하는 등 외교의 근본마저 스스로 허물었다. 대통령부터 중국 혐오에 빠졌으니 윤 집권 시기 혐중 정서는 한국 사회에 급속도로 번져갔다.
'외교의 본질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대통령의 방중은 적을 만드는 비정상적이고 단순한 단극 외교를 끝내고 복잡다단해진 국제 정세에 걸맞는 다극 외교를 복원한 것이다.
외교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였지만 앞길이 녹록하지는 않다. 당장 이번 방중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는 별로 없었다. 북핵 문제나 중국이 설치한 서해 구조물 문제, 한한령 해제 등 현안에 대해 중국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대신 중국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라'며 사실상 자기 편에 설 것을 요구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한국도 대만 문제에 자기 편을 들 것을 압박하는 미국과 다르지 않다. 미중 어느 한쪽도 적으로 만들지 않는 창의적 외교가 필요하다.
덧붙인다면 창의적 외교도 나라가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위적 국방력이든 경제력이든 친구나 적이 무시할 수 없는 배타적 능력이 있어야 국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병오년 새해 한국의 외교력과 국가 능력이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