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칼럼]'여의도' 못가고 '서초동' 머뭇대는 윤석열

뉴스듣기


사설/시론/칼럼

    [칼럼]'여의도' 못가고 '서초동' 머뭇대는 윤석열

    뉴스듣기
    지난 3일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전면 개편을 언급한 가운데 윤석열 대선후보가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 3일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전면 개편을 언급한 가운데 윤석열 대선후보가 모든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서초동'은 대한민국에서 광화문·여의도와 함께 또 하나의 정치적 공간이 됐다. 광화문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향한 집회·시회의 중심 광장이라면 여의도는 정치 중심지이다.

    과거 서초동은 법률·집행공간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조국사태는 서초동 성격을 변모시켰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두 얼굴을 가진 상징공간이 된 것이다. '정치검찰의 서식지'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줬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020년 12월 어느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지인과 측근 3명이 모인 가운데 대통령 출마 의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한창 전쟁을 벌이던 즈음이다. 윤석열은 석달여 뒤인 작년 3월 말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기에 이른다.

    서초동에서 검사 윤석열은 틀림없이 강직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뒤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 배경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는 갑옷을 말리지 않고 대한민국 검사를 총괄지휘하는 검찰총장으로 직주행하는 일은 또다른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칼춤이 난무하는 서초동이지만 검찰내 하나의 금도가 존재했었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었다. 칼의 위험성을 직시한 통찰이었다. 시인 두보는 노래했다. "어찌하면 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끌어와 갑옷과 병기를  깨끗이 씻어서 다시는 전쟁에 쓰지 않도록 할까?(세병마)".

    서울중앙지검은 사정의 핵심기관이다. 그래서 중앙지검장을 마치면 흥건한 피로 물든 갑옷도 말리고 세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늘상 전쟁하는 마음이라면 검찰총장직은 너무 위험한 과속이라고 명철한 법률가들은 지적했다. 1~2년 또는 2~3년간 지방을 오가며 무도에서 문도를 오가고, 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음에 대한 숙고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의 길은 일사천리로 열렸다.

    연말 세밑 윤석열 후보의 험한 발언들이 큰 논란으로 번졌다.

    '중범죄자. 같잖다. 삼류 바보들 데려다 나라망쳐…'라는 발언들이었다. 내친 김에 신년이 새자마자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쭉 훑어봤다.  '정치인' 윤석열이 출연한 <삼프로 TV>와 <워킹맘들을 위한 석열이형의 약속>이라는 유튜브를 쭉 훑어봤다. 워킹맘 프로그램 가운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귀를 파고들었다.

    유튜브 캡처유튜브 캡처워킹맘> 이런 얘기해도 될지도 모르겠는데(주저하며)…이거는 쪼금 이슈가 됐던 얘기이긴 한데 정말 궁금했거든요. 주택' 청약' 통장' 발언…실제로 모르셨던 걸까요?
    윤> 아! 내가 그때 집이 없어서 안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죠(일동 웃음). 아니 모를 수가 없죠. 하하하.
    워킹맘> 그러니까요…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윤> 청약통장때문에 사건도 많이 생겨요.
    다른 진행자> 그런 부정한 것들이 많잖아요…해명을 해도 해명을 또 기사로 안내주고…

    청약통장에서 갑자기 '수사'가 튀어나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윤 후보의 사고체계는 거의 모든 사회 문제에서 '결론이 수사'로 귀결·작동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다시보기를 하며 잠깐 생각을 해본다. 주로 '범털'을 잡는 서초동에서 '청약통장 수사'라는 말은 생소하기 짝이 없다.

    다음은 <삼프로 TV>이다. 진행자가 골목상권 유통문제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문제에 대해 윤 후보에게 입장을 물었다. 아뿔싸.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는 독자들을 미 법무부와 미국 법제도 속으로 마구 집어 던진다.

    유튜브 캡처유튜브 캡처진행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에서도 하도급 문제 단계에서 중소기업의 R&D가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기술 탈취문제도 지적을 많이 받거든요. 골목상권에서 유통업 문제도 있지만 또 제조업 단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별적인 문제도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윤> 그게…인자…우리가 제가 법을 전공했다고 해도 아주 디테일하게 아는 건 아닙니다만, 우리가 미국의 법제도를 보면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설계가 아주 잘돼있어요. 제재가 다 나와 있습니다. 마음대로 못해요. (중략)…미국이라는 나라가 불문법으로 운용되고 실제로 소송하면 판례에 의해 법률관계가 만들어지잖아요. (중략)…미국에는 공정거래국(FTC)도 있지만 법무부에서 반독점국이 있어서 약 730명정도의 검사들이 그런 대기업의 어떤 약탈적행위에 대해 수사도 벌입니다.
    진행자> 미국 말씀하시죠?
    윤>네. 만약 과점체제들이 가격담합하면…(손으로 칼을 내리치는 동작을 하며) 바로 그냥 그 자체를 규제대상으로 보고…


    윤 후보는 아직도 뼛속부터 검사이다.  검찰총장을 내려놓고 여의도로 달려갔지만 오직 마음 뿐이다.

    그의 속성과 뼈대는 여전히 서초동 언저리 어디쯤에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서초동에서 방배동·동작동을 건너 여의도에 온전히 착근해야 했지만 결론은 '닥치고 수사!'라는 관념에 빠져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질문의 다양성은 중요하지 않다. 칼로 귀결하면 만사가 통한다.

    '중범죄자'라는 말은 아무리 평검사라도 함부로 남용하지 않을 단어다. 수사 중 중범죄 피의자에 대해서도 우리는 '중범죄자'라고 낙인을 찍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금 큰 내홍 속에 있다. 부인 김건희씨 문제도 있고, 이준석 당 대표 문제도 있겠지만 제일 큰 분란의 화근은 윤석열 후보. 본인의 성장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는 '서초동'을 잊고 '여의도'라는 정치공간에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것인가. 남은 시간은 이제 60여일이다.


    0

    0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