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사(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한국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쿠팡 수사를 문제 삼더니 이제는 BTS 소속사 하이브 수사까지 걸고넘어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54명이 최근 주미한국대사관에 편지를 보내 한국 정부의 쿠팡 수사 등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압수수색과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규모는 무려 3370만 건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사실상 우리 국민 전체가 피해자다. 그런데 이를 수사하지도 말고 책임도 묻지 말라는 말인가? 만약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이런 사고를 일으켰다면 미국 정부와 규제 당국은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미국 정부는 하이브 수사 문제에도 끼어들었다. 주가 조작 혐의로 한국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주한미국대사관이 경찰에 직접 요구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대사관이 경찰의 합법적인 수사 조치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자체가 부당하다. 미국대사관은 게다가 외교 경로 대신 한국 경찰에 직접 요구했다고 한다.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는 이유도 황당하다. 오는 7월 미국이 성대하게 치를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서란다. 딴소리 말고 제국의 잔치에 와서 흥을 돋우라는 듯 들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지역 핵 시설 언급을 놓고도 미국 정부는 딴지를 걸고 있다. 미군의 기밀 사항인데 정 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며 한국과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는 것. 사실 구성 핵 시설이 기밀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정 장관은 이미 지난해 7월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구성을 언급했고 북핵 관련 국제 연구 기관도 이곳을 언급해 왔다. 정 장관의 발언은 기밀의 회색지대에 있는 셈이다.
미군의 정보 공유 중단은 괘씸죄로도 보인다. 이재명 정부 들어 통일부가 평화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시 주한미군 대신 한국 정부가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70여년간 비무장지대를 관할해온 주한미군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설 연휴쯤 서해상에서 벌어졌던 주한미군과 중국군간 전투기 대치 사태의 여파도 정보 중단의 이유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이 통보도 없이 서해에 전투기를 출격시켰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과했다.
한국 정부의 '제 목소리 내기'에 감정이 상한 것인지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전시작전권 전환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정치적 편의주의가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주국방 차원에서 신속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를 염두에 둔 견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같은 무례한 내정간섭에 우리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사법권과 자주국방 등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일국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정치권도 한미동맹의 현상 유지에만 급급해 미국에 함구하고 오히려 정부를 비판하는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