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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역대급 한파에도 선별진료소 대기 1시간…꽁꽁 언 의료진과 시민



사건/사고

    [르포]역대급 한파에도 선별진료소 대기 1시간…꽁꽁 언 의료진과 시민

    주말에 이어 계속된 강추위…선별진료소 앞에서 1시간 넘게 추위에 떤 시민도
    추위 막기 위해 천막 설치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곳곳에 있어
    시민들 "추위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부족해"
    의료진 등, 두꺼운 장갑 착용할 수 없어 비닐장갑 여러 겹 착용하기도

    지난 27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진료소 앞, PCR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백담 기자지난 27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진료소 앞, PCR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백담 기자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27일, 오전 서울 도심 선별진료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기습적으로 닥친 강추위에 시민과 의료진들은 손난로와 장갑, 패딩 점퍼 등을 단단히 챙겨 나왔지만 추위를 막긴 역부족이었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와 종로구 탑공공원 선별진료소는 강추위 때문인지 오히려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한 모습이었다. 오후 12시가 지나자,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검사를 받으러 나온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삼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금세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생겼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임시 천막도 점심시간 동안에는 이용을 못하게 막아 놓은 탓에 수십 명이 넘는 시민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추운 광장에서 대기해야 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잠시 출장을 왔다가 PCR검사를 받는다는 김모(50)씨는 "추운 날씨에도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시민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 추운 날 길거리에서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실내 방역 어려운 건 알지만 시민들 추위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기 위해 1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렸다던 A씨 또한 "이미 손과 발이 다 얼어버린 것 같은데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손난로를 챙겨 오지 않았으면 벌벌 떨다 집에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시청 광장 앞 임시선별진료소 앞. 추위를 막기 위해 선별진료소 대기 공간에 천막을 설치한 모습. 백담 기자지난 2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시청 광장 앞 임시선별진료소 앞. 추위를 막기 위해 선별진료소 대기 공간에 천막을 설치한 모습. 백담 기자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서울 중구 시청 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도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대기 공간으로 2평 남짓한 작은 천막이 전부인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와 달리 시청 광장의 경우 대기 공간 전체에 천막을 설치해 시민과 의료진을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보호했다.
     
    검사를 받기 위해 일 하다 잠깐 나왔다는 시민 이모(39)씨는 "요즘 너무 날씨가 추워서 단단히 챙겨 입고 나왔는데 다행히 천막이 있어 벌벌 떨진 않는다"며 "추위에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시설은 겨울에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료소 주변에서 시민을 진찰해야 하는 의료진도 추위와 사투를 벌이긴 마찬가지였다. 추위 탓에 의료진들은 한 시간 일 하고 한 시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추위 때문에 근무 강도가 더 높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장모씨는 "강추위가 예상된다고 해서 지난 주말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단축 운영을 했지만 오늘은 어제와 같은 추위에도 9시까지 일해야 한다"며 "(보건소 측에서) 손난로도 넉넉히 나눠주고 난로도 있지만 추위를 견디는 게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 내부에는 양쪽으로 큰 난로 두 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천막 위쪽이 뚫려있는 탓에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와 추위를 막긴 역부족이었다. 한 직원은 손난로 두 개와 함께 목까지 올라오는 두꺼운 니트와 검정색 패딩 점퍼를 챙겨 입고 그 위에 파란 방호복을 착용했지만, 얼굴 보호캡에는 입김으로 서린 물방울이 하얗게 얼어 있었다.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키트를 정리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키트를 정리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시청 앞 선별진료소에서 안내 업무를 맡은 채미자(57·시설관리공단)씨 또한 "너무 추워서 손과 발이 얼 것 같다"며 "난로만으로는 추위를 이겨내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PCR검사를 위한 샘플 통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등 맨손을 쓰는 일을 하던 채씨는 "라텍스 장갑을 껴야 해서 두꺼운 장갑을 낄 수 없다. 손이 시려 임시방편으로 비닐장갑 여러 겹을 같이 끼고 있다"며 "손난로를 충분히 나눠 줘서 다행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추위를 견디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강추위는 오후가 되면서 점차 풀렸다.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발효 중이던 한파특보를 해제했다.

    하지만 이번 주 내내 강추위가 시차를 두고 찾아올 예정이다. 오미크론 유행과 함께 찾아온 선별진료소의 긴 줄을 감안하면 시민과 의료진의 추위 대비를 위한 당국의 조치가 아쉬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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