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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제주 곶자왈이 환상숲으로' 마을주민이 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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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숨겨진 제주 곶자왈이 환상숲으로' 마을주민이 쓴 기적

    편집자 주

    코로나19 시대 제주 관광은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소규모 여행객들을 위한 한적하고 조용한 관광지가 뜨고 있다는 점에서 발빠른 대처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제주CBS는 창립 20주년 기획으로 올해 6월부터 코로나19를 극복할 새로운 제주관광을 보도하고 있다. 한 곳에 머물며 즐기고 먹고 쉬는 '마을여행',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웰빙과 건강이 합쳐진 '웰니스(wellness)관광'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달 10일부터는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의 마을여행지와 워케이션, 웰니스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8일은 '마을 주민이 가꾼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을 보도한다.

    [제주CBS 창립 20주년 기획⑫]
    마을도 살리고 곶자왈도 살린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
    뇌경색으로 한쪽 몸이 마비된 마을주민이 10년간 가꿔
    가시덤불로 접근하지 못하던 곶자왈에 작은 길 내
    초겨울 숲속 풍경…빨강.노랑.초록색 나뭇잎 공존
    바위나 돌 틈에 뿌리 내린 기괴한 나무로 가득
    2011년 문 열어 지금은 한해 평균 15만 명 찾는 명소
    마을주민 등으로 구성된 해설사 10명이 매 시간 해설도
    치유와 건강이 대세인 코로나19 시대 대안관광으로 우뚝
    숙박과 체험시설도 갖춰 머무르며 보고 즐기고 힐링까지
    제주관광공사, 올해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

    ▶ 글 싣는 순서
    '나는 휴양지에서 일한다' 코로나19 이길 워케이션
    근무중 사람몰리는 강원…워케이션이 만든 기적
    일+휴가 시장 잠재력 큰 '워케이션' 제주도는 나몰라라
    단체 일주 제주관광 지고 마을 체류 힐링여행 뜬다
    '체험도 휴양도 가능' 제주 마을관광의 매력 그러나
    전담조직없는 제주 마을관광 '여행객' 외면
    잠재력 큰 제주 마을관광 '컨트롤타워'가 없다
    코로나 위기 기회로 바꾼 제주 마을여행 '머체왓숲길'
    '보고 즐기고 쉬고' 제주 동백마을에선 다 된다
    제주 이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 마을여행 중심에 서다
    제주에서 일하멍 쉬멍…'워케이션' 바람 거세다
    ⑫'숨겨진 제주 곶자왈이 환상숲으로' 마을주민이 쓴 기적
    (계속)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에 각기 다른 색의 단풍잎이 떨어져 있다. 이인 기자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에 각기 다른 색의 단풍잎이 떨어져 있다. 이인 기자 지난달 30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단체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도 연신 오고 갔고 승용차와 승합차들로 주차장은 늘 가득찼다.
     
    숲 입구에 있는 해설사 대기실은 비를 피하려는 관광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상숲 곶자왈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해설이 매 정시마다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내 마이크 장비를 챙긴 이지영 해설사가 천천히 걸으며 숲 해설을 시작했다. 내리던 비는 가늘어졌고 숲으로 들어가자 곶자왈 속 수많은 나무와 가지, 잎들이 든든한 비옷이 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단풍잎의 색깔이었다. 같은 숲속인데도 노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있고 초록색 싱그런 나뭇잎도 많았다.
     
    환상숲 곶자왈에서 단풍 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에서 단풍 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인 기자이지영 해설사는 "일교차가 큰 지역의 단풍은 빨간색이고 그렇지 않으면 노란색인데 곶자왈에는 숨골이 있어 각양각색의 단풍잎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해설사는 "숨골은 비가 내리면 지하수 연결 통로지만 평소에는 구멍 형태로 존재하는데 지하 공기의 영향으로 숨골 주변의 나무는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 노란색이고 숨골과 멀리 떨어진 나무는 일교차가 커 빨간색 단풍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하공기의 온도가 15도쯤 되는데 여름이면 15도의 바람이 불어 에어컨 역할을 하고 반대로 겨울에는 포근하게 느껴진다"며 "환상숲 곶자왈에는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과 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 공존한다"고 해설했다.
     
    곶자왈 속 나무들의 또 다른 특징은 뿌리가 밖으로 나와 있다는 점이다. 용암지대다 보니 흙이 별로 없고 땅속 깊이 들어가지 못해 뿌리가 밖으로 돌출돼 있다.
     
    환상숲 곶자왈 바위틈에 뿌리내린 나무.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 바위틈에 뿌리내린 나무. 이인 기자이지영 해설사는 "바위 위에 나무가 자라기도 하고,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엉켜서 한 그루처럼 보이기도 하고, 두 그루로 보이는데 바위를 깨보면 한 뿌리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바위와 돌만 있는 곶자왈에서 살아 남기 위한 식물들의 생존 본능이다"고 말했다.
     
    지금의 환상숲 곶자왈공원이 아름다운 숲으로 알려지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마을 주민의 10여 년 노력 덕분이다.
     
    주민 이형철(62)씨는 지난 2006년 겨울 뇌경색으로 쓰러져 두 차례나 큰 수술을 받았고 47살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오른쪽 몸이 마비가 돼 사람을 만나는 것 조차 싫었던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집 주변에 있던 숲이었다.
     
    돌 틈으로 뿌리를 내리고 잘려도 다시 자라는 나무들을 보며 그는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키웠고 2007년부터 왼손만으로 가시덤불을 치우며 작은 길을 내기 시작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 입구.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공원 입구.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은 이 때만 해도 가시덤불로 뒤덮여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과거 저지리에선 나무를 잘라 숯으로 구워 팔았는데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베어 내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작은 나무들과 가시덤불은 늘 공존했다.
     
    하지만 이형철씨가 가시덤불은 치우고 나무들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크게 자란 나무들로 햇빛을 보지 못한 가시덤불은 고사했다.
     
    그의 노력으로 2011년 4월 환상숲 곶자왈이 문을 열었지만 처음에는 관광객과 도민이 거의 찾지 않았다.
     
    이지영 해설사는 "처음에 환상숲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는데 한달 수입이 20만 원에 불과했다"며 "환상숲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제주도 가면 특별한 농장이 있고 숲 해설까지 다 해준다고 입소문을 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에서 관람객들이 숲 해설을 듣고 있다.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공원에서 관람객들이 숲 해설을 듣고 있다. 이인 기자사실 이 해설사는 환상숲을 가꾼 이형철씨의 딸로 가족들이 곶자왈 보존과 알리기에 총 동원됐다. 오른쪽 몸이 마비됐던 이 씨도 그 사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제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한해 평균 15만 명이 찾는 제주지역 치유 관광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
     
    이로 인해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제주관광공사가 올해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가 됐다.
     
    제주만의 청정한 자연 자원과 함께 심신을 치유하는 자연‧숲 치유 분야 관광지로 선정된 건데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숲 해설사 등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환상숲 곶자왈에선 마을주민 등으로 구성된 직원 10명이 매 시간마다 숲 해설을 하며 남녀노소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공원. 이인 기자또 숲을 걷고 나면 족욕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시설이 있고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다.
     
    환상숲에 머무르며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모든 환경을 갖춘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곶자왈 숲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개발 광풍에 휩쓸려 지금의 환상숲은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건강과 치유가 각광을 받고 있는 코로나19 시대, 마을주민이 가꾼 환상숲 곶자왈은 대안관광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 풍경. 이인 기자환상숲 곶자왈공원 풍경. 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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