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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상가 재임차 그만하자" 인천시의회, 지하상가 정상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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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상가 재임차 그만하자" 인천시의회, 지하상가 정상화 추진

    '상가 용도 폐지 매각 허용 포함' 관리운영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도로법 적용했지만 도로 기능 상실…공공재산 성격 없어"
    인천시 "점포 양도·양수 허용 기간 연장은 불가"…재의 요구할 듯
    '공공재산 사유화' 인천지하상가 문제…인천시가 조례로 허용한 게 원인

    인천 지하상가. 주영민 기자인천 지하상가. 주영민 기자
    인천시의회가 공공재산이지만 사실상 부동산 임대 사업장으로 변질된 인천 지하상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시도에 나선다.
     
    인천시와 지하상가 상인들이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상생협의회'를 꾸려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조례 개정이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상가 용도 폐지 매각 허용 포함' 관리운영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7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29일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병배(중구1)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인천시와 지하상가 상인 간 입장을 중재하고, 공공재산으로 등록된 지하상가의 용도를 일반재산으로 변경해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4월 활동을 종료한 '지하도상가 상행협의회(이하 상행협의회)'의 활동 기간을 늘려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내년 2월부터 금지되는 지하상가 점포의 재임차(전대)와 양도·양수 행위 허용 기간을 2025년 1월까지 늘린다.
     
    상생협의회 활동 기간을 늘린 건 인천시와 지하상가 상인이 소통하는 공인된 창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점포 재임차와 양도·양수 기간을 늘린 건 지하상가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조례를 적용하면 상인들의 피해가 다수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하상가 상인들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성격도 있다.

     

    "도로법 적용했지만 도로 기능 상실…공공재산 성격 없어"

    이 개정안의 핵심은 지하상가의 공공재산 용도 폐지와 매각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현재 도로로 규정된 지하상가는 공공재산으로 등록돼 있어 원칙적으로 국가 외에 매각·교환·양여 등의 방법으로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 그러나 조례 개정으로 용도가 폐지되면 관련 절차를 거쳐 공개입찰 등의 방식으로 개인에게 매각할 수 있게 된다.
     
    애초 지하상가 문제가 공공재산을 임대인들이 사유재산처럼 사고 팔았던 것에서 비롯된 만큼 공공재산이 아니라고 용도를 바꾸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안병배 인천시의원은 "인천 지하상가는 도로법을 적용받는 시설이지만 이미 지하상가 위 도로에 횡단보도가 충분히 설치돼 도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며 "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면 이제 상업시설이라고 보고 용도를 바꿔 매각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도로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논거는 현 정부가 전국의 지하상가 상인들에게 전통시장 상인과 같은 기준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하상가 문제는 지난 20년간 인천시가 방관하고 묵인해 발생한 만큼 시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점포 양도·양수 허용 기간 연장은 불가"…재의 요구할 듯

    개정안을 검토한 인천시는 상생협의회 활동 기간을 늘려 시와 상인들이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재임차와 양도·양수 허용기간을 3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재임차 금지 허용 기간을 늘리는 건 상위법인 공유재산법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인천시가 재의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 관계자는 "상위법에 위배되는 조례안이 이송되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재의를 요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상생협의회는 당시 1년 더 연장하기로 논의됐으나 끝내 파행됐던 만큼, 다시 운영하면서 소통 방안을 찾는 데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용도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지 않은 만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는 지하상가의 용도 변경이 자칫 전국의 모든 지하상가에도 적용될 소지가 있어 지하상가를 공공재산으로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에 피해가 가지 않는지 행정안전부에 질의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번 인천시의회의 시도는 시가 개정안을 재의 요구하더라도 지하상가의 용도 변경에 대한 논의를 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시가 개정안을 재의 요구한 뒤 마땅한 대안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공재산 사유화' 인천지하상가 문제…인천시가 조례로 허용한 게 원인

    한편 인천시는 2002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행정재산인 지하상가 점포를 양도·양수, 재임차(전대)할 수 있도록 조례로 허용하고 있다. 점포의 재임차를 허용하면서 인천시 소유 공공재산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문제가 불거졌고 이러한 문제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로부터 점포를 임대한 점포주들 대부분은 이를 다시 임차해 공식 임차료보다 3~12배 높은 수준의 재임차료를 받고 있다. 2019년 감사원이 인천 지하상가 전체 조사한 결과 인천 지역 15개 지하상가 3579개 점포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2653곳이 재임차 점포였다.
     
    이처럼 기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 구조가 만들어진 건 1990년대 말 인천시가 '지하상가 관리 운영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지하상가 개·보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는 임대인들이 개·보수비용을 직접 내는 대신 그 비용만큼 임대기간을 최대 20년까지 연장해주고, 그들 사이의 점포 양도·양수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조례에 포함했다. 이후 임대인들은 개보수 비용을 낼 때마다 임대기간을 늘렸으며, 이를 통해 사실상 반영구적 권리를 시로부터 부여받았다.
     
    이 문제는 국회가 2005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제정해 지하상가의 양도·양수와 재임차를 법으로 금지하면서 공식화됐다.
     
    이후 인천시는 2007년 당시 행정자치부,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조례 개정을 요구받았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2018년 감사원이 조례 개정이 불발될 경우 관계자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하자 2019년 다급히 조례를 바꿨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기형적 부동산 임대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전재산을 들여 점포를 양도·양수한 상인들이 한순간에 점포를 잃는 등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인천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인들과 2019~2020년 상생협의회를 꾸려 해결책 논의를 이어갔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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