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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믿보배' 황정민, '인질' 황정민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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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믿보배' 황정민, '인질' 황정민을 연기하다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

    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를 뒤쫓거나, 가해자의 위치에 있거나, 가해자를 추적하던 황정민이 이번엔 '인질'이 됐다.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라는 말이 이번에는 이중적 의미로 작용했다. 믿고 보는 연기로 믿고 봐도 될 탈출극을 그린 덕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새벽, 매니저 없이 홀로 귀갓길에 나선 배우 황정민(황정민)은 편의점에서 나온 후 알 수 없는 세 남성과 마주한다. 자신을 향해 시비를 거는 남성들을 애써 무시한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앞서 편의점 근처에서 마주쳤던 이들에게 갑작스레 납치를 당한다.
     
    납치돼 깨어난 곳에서 그는 앞서 실종됐던 카페 알바생 반소연(이유미)을 만나게 되고, 납치범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요구받는다. 감금된 상황, 납치범 중 한 명은 자신의 팬이라며 유행어를 요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제 황정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건 탈출에 나선다.
     
    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
    영화 '인질'은 '베테랑' '공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다수 흥행작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온 배우 황정민과 '부당거래' '베테랑' 등 흥행작은 물론 '엑시트' '시동' 등을 통해 능력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해 온 제작사 외유내강이 만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영화 역시 신예 필감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에 둔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인질'은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 황정민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시작해 갑작스러운 납치 사건으로 순식간에 평화를 깨뜨린다. 현실에 존재하던 황정민이 스크린 속으로 자리를 옮겨 납치되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부터 이 영화가 가져가고자 했던 긴장감과 리얼리티가 시작된다.
     
    영화는 94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 안에서 큰 군더더기나 무리 없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무난하게 엔딩을 향해 달려 나간다. 크게 모나지 않고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이른바 '킬링타임용 영화'로 손색이 없다.
     
    무난한 이야기 안에서 '인질'은 '배우 황정민이 납치됐다'는 소재를 통해 일반적인 납치극에 새로움과 신선함을 부여하고자 했다. 실제로 영화는 중간중간 배우 황정민이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통해 남긴 족적, '신세계'(감독 박훈정) 속 "드루와 드루와"라든가 '베테랑'(류승완) 속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등의 대사와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맡았던 형사 서도철의 이름을 위트 있게 소환한다. 황정민이 영화 속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의 대사를 '인질'에서 재현하는 장면은 납치된 상황이라는 아이러니와 겹치며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
    이처럼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건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를 뒤흔들며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이려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황정민이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 즉 영화 안에서 다시 영화를 재현하는 모습은 재밌는 풍경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이상의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미묘하게 넘나들며 제공하는 재미는 없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느껴져야 할 현실감이 아니라 '왜 굳이 배우 황정민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극 중 황정민이 소화하는 황정민 역을 뒤쫓다 보면, 굳이 '배우 황정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였어도 가능한 이야기였음을 알 수 있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적인 긴장감을 제공하기보다 '황정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영화 속 캐릭터로 다가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과 영화 속 설정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극 중 '배우 황정민'을 현실의 존재가 아닌 영화가 만든 또 하나의 캐릭터로 상정하고 '인질'을 관람한다면 제법 나쁘지 않은 설정이 된다.
     
    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영화 '인질' 스틸컷. NEW·㈜외유내강 제공
    '인질'이 현실과 영화의 미묘한 경계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지점은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다. 믿고 보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는 뜻은 그동안 황정민이 많은 영화에서 구축한 강인하고 추적자나 해결사에 가까운 캐릭터와 얽힌다. 즉 영화 안에서 '인질'이 됐지만, '황정민'이라면 갖은 방법을 통해 무사 탈출할 거란 믿음 말이다. 그렇기에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황정민에 대한 믿음을 갖고 안전하게 스크린을 마주할 수 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인질'이 무난하고 전형적으로 이야기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영화 속 여성을 그려낸 방식 역시 전형적이고 관습적인 특성을 따른다는 점이다. 남성 주인공과 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영화에서 대개 그러하듯 여성은 수동적이고 성적 대상화된 존재로 그려진다.
     
    남녀 납치범 사이 깊은 감정적 연결을 알리고자 한 연출이겠지만, 굳이 여성을 훔쳐보는 방식으로 연출했어야 했을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굳이 이러한 구시대적 관습을 따르면서 여성을 그리는 것이 주인공의 극적 탈출을 만드는 데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인질'은 인질이 된 황정민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고, 황정민이 끌고 나가는 영화인 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황정민의 연기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아깝지 않게 한다. 황정민은 물론 납치범을 연기한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이 열연을 펼쳤다.
     
    94분 상영, 8월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인질' 포스터. NEW·㈜외유내강 제공영화 '인질' 포스터. NEW·㈜외유내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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