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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모가디슈' 김윤석 "도리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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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모가디슈' 김윤석 "도리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끌렸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 배우 김윤석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오랜 고생 끝에 어엿한 대사가 됐지만, 낯선 땅에서 UN 가입을 위한 한 표를 얻는 건 녹록지 않다. 인원도 적고, 한발 앞선 북한 대사관의 외교력에 밀리기 일쑤다. 그래도 승진을 기대하며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던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앞에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닥친다.
     
    3주 만 버티면 한국에 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내전으로 아내,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대사관 건물에 고립된다. 통신도 끊기고, 대사관 밖은 무장 반군들의 총알이 빗발친다. 여기에 북한 대사관 사람들까지 합류했다. 이제 한신성 대사에게 UN 가입도, 이념도 중요하지 않다.
     
    전쟁터 한복판에 고립된 극한의 상황 속에서 모두를 이끌어 살아나가는 게 한 대사의 최대 목표다. "다시 한번 우리 목적을 정확히 합시다. 우린 오로지 여기 내전에서 생존해 빠져나가자고 모인 겁니다. 오케이?"
     
    장르를 넘나들며 언제나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한 배우 김윤석이 1991년 소말리아 내전 한가운데에 놓여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이끌게 됐다. 극 중 한신성 대사 역을 맡아 단호함과 유연함을 오간 것은 물론, 필사의 탈출 속 인간적인 면모를 넘치거나 부족함 없이 그려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김윤석에게 무엇이 그를 '모가디슈'로 끌어들였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평범한 사람들의 탈출기에 끌린 김윤석


    ▷ 영화 '모가디슈'에 어떤 점에 반해 참여하게 됐나?
     
    김윤석 : '본' 시리즈처럼 굉장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거대한 무언가와 맞서 싸워 탈출한 이야기였다면 매력이 덜 했을 거라 생각한다. '모가디슈'는 정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머나먼 아프리카 오지, 여섯 식구가 완전히 고립된 채 한 발짝만 나가도 무장한 반군이 돌아다닌다. 그런 살벌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생사를 건 탈출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한신성은 똑똑하지 않고, 많이 부족하고 때론 능구렁이처럼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힘을 합쳐 나아가는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영화에서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김윤석이 본 한신성은 어떤 사람이었나?
     
    김윤석 : 무엇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일 원했던 건 관객들이 공감하는 캐릭터 되면 좋겠다는 거였다. 때로는 경박스럽기도 하고 말을 번복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 나중에 최후의 선에서는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한다. 평범한 인간이 초인적인 기지를 발휘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내전이 벌어지고, 카체이싱도 선보인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 이런 장면들이 상상이 됐나?
     
    김윤석 : 나는 이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소말리아 모가디슈가 아니라 모로코에서 촬영했다. 거의 반경 5㎞가 넘는 도시 전체를 세팅해야 했다. 더군다나 모로코 사람들이 아프리카계 흑인이 아니고, 인종이 다르다. 수백 명을 어디서 다 캐스팅할 건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무모한 도전 아니냐고 류승완 감독에게 이야기했다. 류 감독은 차근차근 준비한다고 했는데, 미술팀이 몇 달 전부터 모로코에 가서 도시 전체를 세팅했다. 준비와 점검하는 제작 시스템을 보며 그 자체에 굉장한 믿음이 생겼다. 감탄할 만큼의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이 4개월 동안 매일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 영화 속 남북이 서로 협력해 나간다는 소재가 자칫 신파로 보일 수 있는데, 감정을 절제하며 잘 풀어내며 관객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김윤석 : 화합과 협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머나먼 아프리카라는 곳에서 벌어진 내란의 한 가운데에 고립된 채,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두 무리가 만나서 모두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탈출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이 사람들이 만났을 때 무엇이 필요한가? 각자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 생존이 중요하니까. 그 상황이 가장 중요했다. 남과 북은 다음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많은 제약을 주기도 하고 선택과 갈등의 기로에도 서겠지만, 공동의 목표는 생존이다. 관객들이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일부가 아닐까.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실감 나는 카체이싱부터 배우들 호흡까지…기억에 남는 '모가디슈' 현장


    ▷ 한국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자동차로 이동하는 장면이 굉장히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완성된 장면을 극장에서 본 소감이 궁금하다.
     
    김윤석 : 이렇게 실감 나게 나올 줄, 이 정도로 살벌하게 나올 줄 몰랐다. 그리고 사용된 차량이 91년도 벤츠인데, 몇십 년 된 차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었을 거다. 또 카메라와 CG가 들어가는 상황을 위해 차 지붕을 절단하고 다시 붙여야 했다. 그리고 시동이 꺼지는 건 다반사였다. 시동이 계속 꺼지면 NG가 나고, 창문을 내리면 올라가지 않고, 시트 밑에서 용수철이 튀어나오고…. 그런 상황에서 찍었다. 위험한 장면들은 스턴트맨들이 다 하고, 얼굴이 보이는 장면만 우리가 찍었다. 카체이싱 촬영은 위험하다기보다, 너무 절실했다. 그렇지만 재밌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첫 면담이 취소된 후 한국에 있는 장관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아야 하는 장면이 있다. 재치 있게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재밌게 잘 표현된 것 같다.
     
    김윤석 : 그 장면이 우리가 현지에 도착해서 한 첫 촬영이었다. 공수철 서기관(정만식)과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이 티격태격하고, 장관님 전화를 받고 난 후 한 대사는 공 서기관을 내보내고 다시 강 참사관을 달래느라 양주를 꺼내서 먹인다. 그 장면이 사실 굉장히 길다.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이렇게 긴 드라마를, 이렇게 중요한 장면을 첫 촬영에 넣었느냐고 지금도 두고두고 조인성씨와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들 군기를 잡기 위해 감독이 의도한 거 아니냐면서. (웃음) 재밌게 찍기도 하고 정신 없을 때 찍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특히 이번 영화로 조인성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윤석 : 4개월 동안 외국에서 함께 촬영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건 함께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숙소도 같고,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말이다. 다들 공동 작업에 대한 경험이 많아서 서로를 최대한 배려했다. 독선적인 행동을 하면서 사람을 피곤하게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데, 그런 부분에서 다들 성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족같이 잘 지냈다.
     
    그리고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면서 저 배우와 꼭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인성은 참 담백하고 믿음이 가는, 겉멋 부리지 않고 진솔한 연기를 한다. 직접 만나보니 역시나 원래가 그런 사람이었구나, 거기서 나오는 담백함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좋았다.

     
    ▷ 모로코에서 촬영했기에 자연스럽게 땀이 났겠지만, 땀 흘리는 배우들 얼굴이 총알 빗발치는 내전 상황과 어우러지며 시각적으로 긴박감이 잘 표현됐다.
     
    김윤석 : 결국 상황을 느끼는 사람의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전 상황을 정말 격렬하게 보여주지만, 그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인물의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찍 가서 얼굴도 까맣게 태웠다. 사실 류 감독이 원하는 것들이 매 장면에 '여기는 아프리카 입니다. 아프리카이기에 전기도 원활하지 않고,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땀에 절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분장팀에서 땀 효과를 내는 글리세린 같은 걸 발라준다. 그게 굉장히 끈적거리기도 하고, 냄새 때문에 파리와 모기가 붙기도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영화 속에 잘 표현됐다면 다행이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로 열연을 펼친 배우 김윤석.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이자 감독 김윤석, 류승완 감독에게 감탄하다


    ▷ 배우 허준호는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김윤석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윤석 : 영화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눈물을 너무 흘려서 계속 NG가 났다. 그러면 안 되는 장면이고, 눈물은 관객의 몫인데 자꾸 눈물이 났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영화 전반을 통틀어 인상 깊은 장면이나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윤석 : 내가 한 대사 중에서는 영화 후반부에 책과 모래주머니로 무장한 차에 탑승하기 전, 한신성 대사가 한 마디 한다. "다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무사히 만납시다"라고 하는데, 그 대사를 할 때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다른 배우의 장면 중 되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림용수 대사님(허준호)이 "이제부터 투쟁 목표는 생존이다"라고 할 때,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미성년'을 통해 감독 데뷔를 했다. 연출자로서 본 현장에서의 류승완 감독은 어떤 감독이었나?
     
    김윤석 : 이 분은 신발을 안 벗고 자는 거 같다. 24시간 현장에서 지낸다. 크랭크인 되고 난 후부터는 현장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마어마한 준비와 각 파트 스태프, 제작팀이 각자 맡은 역할을 정말로 조각 맞추듯이 끼워 맞춰 현장을 이끌어 나간다. 이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살아온 영화 인생이고, 실력이다. 부러울 수밖에 없다. 감독의 단단함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준비와 점검을 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부러웠다. 그리고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다.
     
    ▷ '모가디슈'를 보다 더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팁을 관객들에게 알려 달라.
     
    김윤석 : 어떤 정보나 선입견, 뭔가 알아야 한다거나 하는 게 다 필요 없다. 그냥 쉬러 오면 된다. 시원한 극장에서 날 집중시킬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본다고 한다면, '모가디슈'가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종합선물세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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