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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국익' 위한 선택 맞나…이재용, 반도체·백신 현안 떠안았다



기업/산업

    [영상]'국익' 위한 선택 맞나…이재용, 반도체·백신 현안 떠안았다

    '총수 부재' 리스크 걷힌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로 반전 삼아야
    침묵하던 靑 "백신 분야 역할 기대"…'백신 특사'도 당면 과제
    '취업제한' 꼬리표와 매주 계속되는 재판은 '걸림돌'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재수감 207일 만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인사하고 있다. 의왕=박종민 기자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재수감 207일 만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인사하고 있다. 의왕=박종민 기자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반도체 부문에서의 대규모 투자 결정 등 시급한 경영 현안은 물론, 국가적 현안인 백신 수급 문제 해결과 관련한 역할도 주문받고 있다. 가석방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교차하고 비난과 기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점을 몸소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총수 부재' 리스크 걷힌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로 반전 삼아야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당면한 최대 현안은 170억달러(20조원)가 들어가는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지난 7개월 동안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사의 공세는 치열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업계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50%대의 압도적 1위인 대만의 TSMC는 향후 3년간 1천억달러를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은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아직이다.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투자는 아무래도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이 부회장의 복귀로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선전하면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 부회장이 출소한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4400원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에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지켰으나 2위인 샤오미와의 격차는 불과 2%p였다. 심지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5위까지 추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총수 부재'로 미뤄둔 주요 투자와 M&A(인수합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마침 이 부회장이 출소한 이날 삼성 SDI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삼성 SDI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과 달리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어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돈주머니'를 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 사례가 전무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현재 104조원의 현금을 갖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도 21억8천만원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실탄은 넉넉하다.

    삼성전자 서병훈 IR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 콜에서 "사업이 급변하고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M&A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침묵하던 靑 "백신 분야 역할 기대"…'백신 특사'도 당면 과제


    지난 7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모더나 백신. 연합뉴스지난 7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모더나 백신. 연합뉴스
    국가적인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도 이 부회장이 떠안은 당면 과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침묵하던 청와대는 출소 당일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신'을 콕 집어 역할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을 맡은 모더나의 백신은 최근 두 차례나 공급 지연을 빚었다. 정부는 모더나 사측과 면담을 위해 같은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생산분을 국내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모더나 백신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해외 거점으로 일단 보냈다가 다시 배분을 받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맺은 백신 위탁생산 계약에 따라 9월 안에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물량을 국내에 우선 공급할 수 있다면 공급 지연 등의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지난해 화이자와 우리 정부의 협상 과정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이날 화이자와 옵션 포함 6천만회 분의 내년도 백신 계약을 체결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증가에 따른 '부스터샷(추가접종)' 등을 감안하면 백신의 안정적인 수급 문제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는 날까지 최우선 국정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그간 '백신 특사'의 역할을 기대하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왔다. 집권여당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100일 취임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더나가 국내로 소비될 수 있도록 모더나와 삼성바이오 간의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특별한 혜택을 받은 이 부회장이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취업제한' 꼬리표와 매주 계속되는 재판은 '걸림돌'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이 부회장은 이처럼 '국익'을 위해 반도체와 백신 부분에서 역할을 기대받고 있지만 '취업제한' 꼬리표는 온전한 경영 복귀에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보수를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제한을 피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법원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현 정부에서 경영 공백을 이유로 취업 제한을 해제한 전례가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로선 긍정적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은 지난해 3월 취업 승인을 신청해 7개월 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확정판결을 받은 김 총괄사장은 경영에 복귀했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두 건의 형사 재판으로 장기 해외출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이 부회장은 오는 19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이 재판은 오는 9월말까지 추석 연휴 때 한 번을 제외하고는 매주 기일이 예정돼 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도 다음달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편, 출소 직후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으로 직행했던 이 부회장은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는 오는 17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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