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학부모 제공"여러 명의 교사가 대부분의 아동을 상습적이고 무차별적으로 학대했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학대 규모다."
13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제주 어린이집 학대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교사 5명(구속 3명)에 대해 구형을 하며 한 말이다. 이날 검찰은 이들에게 최소 징역 2년 6개월에서 최대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폭력 일상적…피해아동 정신적 충격 커"
검찰은 "피고인들은 업무가 과도했고, 교육적인 의도였다고 변명하고 합리화하지만, 학대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아이들을 세게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등 괴롭힐 목적으로 학대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학대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서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등 폭력이 일상적이었다. 이번에 CCTV 저장 기간에만 학대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전에도 학대를 안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시간 교사가 계속해서 아동을 던졌다가 들었다가 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학부모 제공검찰은 마지막으로 "피고인들의 학대 행위로 어린 아동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매우 컸을 것이다. 향후 성장과 발달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징역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도 "범행 횟수나 그 간격을 보면 피고인들의 범행은 잔인했다. 다른 아동을 시켜서 때리게 하거나 학대 모습을 여러 아동이 지켜보도록 했다. 특히 어느 누구도 학대 행위를 말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다. 판결은 범죄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피고인들에게 일벌백계를 했으면 한다. 정의로운 판결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학대 교사들은 "피해아동과 학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아이를 돌보는 데 서툴렀다" "반성하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라고 말하며 흐느끼며 울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도 "교사들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반성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교사 5명이 원생 14명 상대로 318차례 학대
제주시의 한 장애통합어린이집 교사인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세에서 6세 사이의 아동과 장애아동 등 14명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사들 각각 학대 건수만 적게는 37건에서 많게는 92건이다. 전체 학대 건수는 318건에 달한다.
교사가 누워 있는 아동에게 바나나를 강제로 먹이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학부모 제공
지난 7월 2차 공판에서 공개된 학대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충격적이다.
한 교사는 아동이 바나나를 먹는 것을 거부하는데도, 턱을 잡아 강제로 먹였다. 아동의 고개가 뒤로 크게 젖혀지고 크게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또 이 교사는 다른 아동의 기저귀를 교체하면서 벗긴 바지로 뒤쪽 식탁받이에 앉아 있던 피해아동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계속해서 그 바지를 쥔 손으로 아동의 얼굴을 재차 강하게 때렸다.
다른 교사의 경우 아동의 발을 손으로 잡은 채 바닥으로 계속해서 강하게 내리쳤다. 또 이 교사는 한 아동이 바닥에 음식을 흘리자 식판을 들고 있던 아동을 강하게 밀어 넘어뜨렸다. 특히 영상 속 교사들의 학대 현장에는 다른 교사도 있었지만 옆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교사 학대로 귀에 피멍이 든 한 아동. 학부모 제공한편 검찰은 나머지 학대 교사 4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다. 관리‧감독 소홀 혐의를 받는 원장 1명도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진 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사건과 병합돼 다음 달 중 함께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