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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북한은 왜 '한미연합훈련'에 극도로 예민할까?



칼럼

    [칼럼]북한은 왜 '한미연합훈련'에 극도로 예민할까?

    핵심요약

    이달 중순 실시 앞두고 북한 김여정 협박성 담화
    한국전쟁 미군 폭격으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순수한 방어 훈련? 군사훈련에 방어만 하는 훈련은 없다
    훈련 기간 북한 전역은 미군 최첨단 장비의 시험장
    청와대, 보수 반발 피하고 북한 달랠 묘수 찾기 '고심'

    지난 3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대기 중인 미군 차량들. 연합뉴스지난 3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대기 중인 미군 차량들. 연합뉴스이달 중순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훈련 취소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문을 통해 "한미훈련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으로 청와대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훈련을 코앞에 두고 일정을 변경하거나 수위를 조절하게 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김여정의 하명을 이행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훈련을 그대로 강행하자니 남북 통신선 복구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기대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를 청취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를 청취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훈련 때만 되면 늘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지난 3월 한미훈련 때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겨냥해 "태생적인 바보" "판별 능력을 상실한 떼떼(말더듬이 바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날 선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들은 예고도 없이 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왜 예고된 한미훈련에 대해선 항상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정치적 군사적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북한 정권 수뇌부의 깊은 곳에 내재된 불안 심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북한 정권의 머릿속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B-29'폭격기에 무참하게 당해 생긴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각인돼 있다. 
     
    '하늘의 요새'로 불렸던 'B-29'는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해 태평양 전쟁을 종식시켰던 세계 최초의 핵폭격기다. 
     
    한국전쟁에서 'B-29'는 낙동강 전선 '융단폭격'을 시작으로,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던 1950년 겨울까지 북한 전역을 그야말로 '초토화'시켰다.
    B-29폭격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제공B-29폭격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제공이른바 '쌍팔년도' 군대 시절 대표적인 기합(얼차려)으로 '원산폭격'이라는 게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B-29' 폭격기가 원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머리를 땅에 박고 팔을 등 위에 올린 채 기합을 받는 모습과 'B-29'에서 투하되는 폭탄의 생김새를 빗대 '원산폭격'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밤낮없이 'B-29'의 폭격을 받은 수도 평양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해 "평양 시내에 돌멩이 하나도 포개진 게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실제로 미 공군은 한국전쟁 동안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에 투하한 것보다 더 많은 폭탄을 비좁은 북한지역에 퍼부었다. 
     
    이때 제대로 당한 북한은 전쟁 이후 방공망을 촘촘히 설치하는가 하면 주요 시설을 지하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왼쪽 뒷모습)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연합사 지휘권 이양을 받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지난달 2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왼쪽 뒷모습)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욱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연합사 지휘권 이양을 받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또, 한미연합훈련이 방어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순수하게 방어만 하는 훈련은 없다.
     
    하다못해 수비 위주의 축구에서도 역습 한 방을 노리듯이 방어행위 자체에 공격작전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1980년대에 군 복무를 한 필자에게 한미훈련하면 '팀 스피리트(Team Spirit)'가 떠오른다.
     
    '팀 스피리트'는 1976년부터 1993년까지 이뤄진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합동 군사훈련으로 2008년부터 '키 리졸브(Key Resolve)'로 명칭이 변경됐다. 
     
    당시 '팀 스피리트'를 시작하면 늘 신문 1면 사진이나 방송뉴스 주요 장면으로 나오는 게 한미 해병대의 연합 상륙 훈련 모습이다.
     
    해병1사단이 주둔한 경북 포항에서 주로 실시된 이 훈련에서 한미 해병대는 '수륙양용장갑차(LVT)'를 이용해 해안에 침투 상륙하는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해병대의 기본 임무는 유사시 적의 후방에 기습 상륙해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으로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은 인천상륙작전으로 뒷목덜미를 잡혀 '독 안의 든 쥐' 신세를 경험한 바 있다. 
     
    백령도 등 서해도서를 수비하는 김포 2사단과 달리 포항에 주둔한 해병1사단은 유사시 적진에 기습 상륙하는 것을 목적으로 훈련하는 공격부대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17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1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군 코로나19 방역태세를 점검하는 모습. 외교부 제공서욱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17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1사단 신병교육대를 방문해 군 코로나19 방역태세를 점검하는 모습. 외교부 제공한국전쟁에서 호되게 당한 바 있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 최신예 장비로 무장한 한미 해병대의 상륙 훈련 모습은 '공포'로 여겨질 수 있다.
     
    오는 16일 시작 예정인 이번 훈련은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야외 기동 훈련을 생략한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실제 병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해도 훈련 기간 동안 미군의 최첨단 정보망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북한군이 가용할 수 있는 최대전력에 맞서는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북한 정권으로서는 그야말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북한이 느닷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도 긴장을 한다. 당장 뉴스에서는 속보가 흘러나오고 미사일 종류가 무엇인지 왜 발사했는지 등 온갖 배경 분석이 쏟아진다. 
     
    외신들은 한술 더 떠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서도 전쟁 가능성을 운운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점이 미묘하다. 한동안 굳게 닫혔던 남북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일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 대화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히 깔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일단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16일부터 9일 동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와서 훈련을 연기하기에는 미국과의 관계나 그로 인해 야기될 정치적 파장이 너무 크다.
     
    다만, 세부 훈련사항의 경우 한미 간 논의로 부분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청와대로서는 한미 동맹과 국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재임 시절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틀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내심 기대하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가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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