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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이나정 PD가 밝힌 '마인' 여성 연대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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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이나정 PD가 밝힌 '마인' 여성 연대 성공기

    여성 서사 드라마로 시청률 10% 돌파…대중 호응 얻는데 성공
    통속극 한계 비튼 캐릭터들 탄생 "후반부는 여성 연대 집중"
    "모성애·사랑·팜므파탈보다 캐릭터의 심성·감정·욕망에 초점"
    "상류층 실제 느낌 위해 노력…엉망진창 아이러니 전하고 싶었다"

    왼쪽부터 배우 이보영, 이나정 PD, 김서형. tvN 제공왼쪽부터 배우 이보영, 이나정 PD, 김서형. tvN 제공
    지금까지 여성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많았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복수와 미스터리, 그리고 살인사건에 얽힌 재벌가 상류층 여성들의 이야기. 자극적인 소재를 넣어서 버무리면 얼마든지 흥행공식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인' 제작진은 빠른 지름길 대신 조금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럴수록 캐릭터도, 서사도, 캐릭터 간 관계성까지도 유기적이면서 촘촘하되, 입체적이어야 했다. '마인'에는 상류층의 막장 치정극, 출생의 비밀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 다른 아픔을 겪은 여성들이 어떻게 서로를 도와 '진짜 삶'을 찾아 나가는지 뚝심있게 보여줬다. 시청률 한자릿수 시대, '마인'은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당연히 클리셰에 갇힌 통속극 여성 캐릭터도 찾아볼 수 없다. 모성에 집착하는 엄마 혹은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 혹은 가정을 파괴한 불륜녀, 이 쳇바퀴 같은 설정을 통쾌하게 뒤집어 버린다. '마인' 속 희수(이보영 분), 서현(김서형 분), 자경(옥자연 분)은 어디까지나 독립된 욕망을 가진 개체다. 이 욕망은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가지게 된 '마인'이다.

    납작한 세상을 벗어난 여성 캐릭터들은 그렇게 온전히 삶을 갖춘 '한 사람'이 됐다. 그들에겐 더 이상 '엄마'나 '불륜녀' 같은 타이틀이 붙지 않는다. 각자의 이름으로 존재할 뿐이다. 다음은 '마인'의 세계를 다지고 구축한 이나정 PD와의 일문일답.

    tvN 토일드라마 '마인' 스틸컷. tvN 제공tvN 토일드라마 '마인' 스틸컷. tvN 제공
    Q '마인'에는 각 인물들이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휴머니즘과 블랙코미디의 순간들 그리고 1회부터 끌고 온 '카덴차 살인사건'의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들이 있었다. 특히 기존 드라마들과 달리 건물, 그림, 소품, 미술 등 시각적인 면에서 진짜 상류층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많았다. 어떤 전체적인 연출 포인트를 두고 작업했는지, 미술에 특히 신경을 쓴 이유와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A 배경은 상위 1%다. 분명히 볼거리가 있되 식상하거나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풍성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았으면 했고, 눈과 귀가 호강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비주얼 프리 프로덕션팀을 만들어 4개월 정도 콘셉트를 준비했다. 2021년, 상류층은 어떤 건축물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쓰고 입고 먹는지 충분히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촬영감독님, 미술감독님 등 스태프들에게 만들고 싶은 이미지와 방향성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함께 진행했다.

    고급스러움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비움과 채움을 확실하게 선택하면서 부자들의 실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결국 이러한 고급스러움 속에 살아갈 뿐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엉망진창의 관계들, 공허한 욕망들, 모순적인 감정들을 아이러니하게 펼치고 싶었다. 그 안에서 진짜 중요한 나의 것을 찾는 이야기를 표현하려 했다.

    Q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가장 가까이 지켜 봤을 듯하다. '마인'을 이끈 이보영, 김서형에게 연기 칭찬을 한 마디씩 해준다면

    A 이보영 배우는 맑고 강한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표현해줬다. 대기시간에 편안하게 있다가 순간적으로 몰입해서 연기를 해나가는데 놀랄 때가 많았다.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 직관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여서 7부 엔딩같은 폭발력있는 장면들에서 한순간에 화면을 장악하는 능력이 엄청났다.

    김서형 배우는 순수하고 깊은 눈빛을 시청자들과 함께 봤다. 짧은 한 장면에도 그 캐릭터가 살아왔던 인생 전체를 표현하는 연기력에 놀랐고 감사했다. 연기를 잘 담아서 다 표현해주고 싶었다. 단순한 '센캐'(강한 캐릭터)로 소비되기에 아깝고 정서적인 풍부함과 멋있는 중심을 가진 배우인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모두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가장 공을 들였던 '마인' 속 명장면을 꼽는다면

    A 16부에 카덴차 살인사건의 전체 장면이 꽤 길게 나온다. 그 장면이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고, 인상에 많이 남는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 스틸컷. tvN 제공tvN 토일드라마 '마인' 스틸컷. tvN 제공
    Q 여성서사 중심의 드라마였다.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들이 꽤 나왔지만 '막장류'를 제외하고 '마인'처럼 대중적 성공을 거두긴 어려웠는데, 혹시 '마인'이 이를 가능케 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A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속극에 가까운 이야기로 시작해 새로운 변주를 했던 것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몰입감을 높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다채로운 볼거리, 신선한 음악 등 제작진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것들을 알아봐주셨다고도 생각한다.

    Q 각자 다른 상황과 아픔에 처해 있는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며, 필요하다면 진실까지 묻고 자신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이 통쾌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악녀나 모성애, 여성과 여성끼리의 대결 프레임 안에서 진행되던 통속극의 한계를 비틀거나 깬 부분들이 있는데 연출적으로 의도한 부분이 있을까

    A 두 엄마에 대한 결말은 시작부터 정해져 있었고, 여성의 연대에 대해 연출적으로 집중해서 후반부를 만들었다. 통속극의 한계를 비틀거나 깨기 위해, 희수, 서현, 자경이라는 세 여자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보고 싶은 여성 서사는 무엇인가도 많이 고민했다. 희수는 단순히 모성에 집중하기 보다 캐릭터가 가진 맑고 강한 심성에 대해서 그리려고 했다. 서현은 연인과의 사랑보다 '그녀의 감정'에 집중해서 연출했고, 자경은 미혼모, 팜므파탈이 아닌 '자경의 욕망'에 집중해 보았다.  

    Q 서현과 희수의 두터운 신뢰가 있는 형님-동서 관계, 희수와 자경의 관계 변화 그리고 희수를 구하기 위해 살인하게 된 주집사 등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짓지 않으면서 다채롭고 다양한 욕망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흥미로웠다. 여성과 남성 사이 로맨틱한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는 관계성 또한 돋보였다. 입체적인 캐릭터, 그 관계성과 서사, 또 그들의 연대를 설득력있게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A 실제 우리가 그렇듯이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성이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림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한 사람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다른 그림자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와 촬영적인 면에서 풍성하고 깊이가 있었으면 했고 한 장면의 느낌도 단조롭게 한 톤으로 하지 않도록 고민했다. 13부에 희수, 서현, 자경의 얼굴에 그림자가 돌아가면서 다양한 표정이 바뀌는 장면이나 비트가 있으면서 전형적이지 않은 음악을 사용한 것들이 그런 입체성의 표현에 대한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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